[국회보 2011년 4월호]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인권을 생각하다 (김상희 의원)

외국인 노동자수 약 130만 명, 열 쌍 중 한 쌍 꼴로 국제결혼이 이뤄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공히 다문화 다민족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 인력 도입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제조업 부분의 인력이 대거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1993년 정부가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하면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이는 얼마 못가 불법체류자 양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의 사회 문제를 낳았다. 이에 정부는 2003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전 외국인노동자는 3년 취업 후 1개월간 출국을 해야만 다시 3년간 재취업할 수 있었는데, 지난 2009년 김상희(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등이 법 개정을 통해 3년 취업한 근로자에 대해 사용주의 재고용 요청이 있는 경우 2년 더 일할 수 있게 하고, 그간 문제였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경우를 제외시키는 획기적인 성과도 올렸다.  
김상희 의원과 함께 서울 구로에 위치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찾아 법 개정의 의미와 보완점 등을 들어봤다.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성과... 5년 확대 못해 아쉬워 

김상희 의원이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정부의 고용허가제는 3년 체류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본국으로 1개월 출국을 했다가 다시 입국하도록 하는 조항이나, 사업장 변경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등 제도상의 허점이 노출되면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대거 양산했지요. 특히 2007년 11월말 ‘인간사냥’이라고 불렸던 사상 최악의 불법체류 외국인 집중 단속으로 약 1만여  명이 연행됐는데 이 사건은 저에게 매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때 국내외 노동,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많이 받았지요”라고 소회했다.
김 의원은 외국인노동자의 근로단절과 재입국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취업활동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고 동일업종 내에서의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는 2009년 4월 정부 입법안과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의 개정안과 함께 병합 심리를 거쳐 위원회 대안으로 처리됐다.   
김 의원은 처리 과정에 대해 “애초 정부의 법 개정안은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 모두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전보다는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고용 조건이었는데, 3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2년 범위에서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원칙적으로 취업활동기간을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요”라며 “또 사업장 변경의 사유 역시 휴·폐업이나 사업주의 계약해지의 경우 사업장 이동 횟수에 포함되지 않기로 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사업주의 편의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면, 즉 인권의 측면에서 맞다는 주장이지만, 환노위의 대안은 이 문제를 상당 부문 담지 못하고 위원회 대안으로 결론지어져 아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의 프레마랄씨는 “제가 한국에 온 지 14년째입니다. 전에는 3년 일한 뒤 출국했다가 한국에 다시 입국, 일해야 했는데 이젠 그런 번거로움이 없어져서 좋아요. 또 회사가 망하거나 도주한 경우에도 삼진아웃에 들어 저한테 고스란히 피해가 온 적도 많았는데, 법 개정으로 그런 부분이 제외돼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라고 미소지었으며 한국 생활 10년째인 베트남 출신의 미하늘씨는 “법이 바뀌어 이전보다 좋기는 한데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이민노동자에 대한 대책 필요
이같은 현실에 대해 김해성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는 “출·입국이라는 절차는 없어졌지만 총 기간으로 보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지금 법적으로 4년 10개월을 체류할 수 있는데 한국에 온 외국인근로자들은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후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용허가 기간 만료로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가 해마다 수만 명씩 한국을 떠나야 됨에 따라 미등록 체류자(불법체류자)가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용허가제가 지난 2004년 8월 도입됐으므로 고용기간이 ‘3년(출국)+3년’이든 ‘3년+2년’이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허가 기간 만료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외국인 이주지원 단체들은 단기적으로 5~6년간 국내에서 일할 외국인노동자를 ‘숙련 인력’으로 활용하는 한편 이제 장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처음에 3년이었다가 이후 3년+1개월 출국+3년, 3년+2년 등으로 바뀌는 것은 단기순환 인력정책으로서 고용허가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제 외국인 노동자를 인력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을 이들의 삶의 터전으로써 인정하는 영주권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장을 모두 둘러본 김상희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로 남지 않도록 본국으로 안전한 귀국을 지원함으로써 선발-체류-귀환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이들에 대한 소규모 창업지원, 한국기업 취업알선 등 특별한 프로그램 개발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법 개정을 하면서 담지 못했던 외국인 인권의 문제가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여전히 있습니다. 특히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3회 제한의 경우 고용주의 부속물로 노동자를 전락시킨다는 사유로 헌법 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인데 위헌 판결이 난다면 우리나라는 인권탄압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