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노동, 제대로 먹지못한 이주노동자 파업이 죄?

검찰, 베트남 건설 이주노동자 10명에게 중형 구형

윤지연 기자 2011.06.01 13:39

열악한 건설 노동환경으로 파업에 돌입했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검찰이 최고 징역 3년형의 중형을 구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3시, 인천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작년 7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의 파업을 일으킨 베트남노동자 180명 중 10명에 대해 많게는 3년, 적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이들이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불법파업을 주도하고, 업무방해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였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해 7월 22일, 인천 태흥건설산업의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 180명이 4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야간조와 주간조로 각 90명씩 물막이 구조물 제작의 철근 작업, 콘트리트 타설, 미장작업을 수행해 왔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정상근무 8시간과 초과근무 4시간을 포함해 12시간이었으며 일요일 휴일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또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임금은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파업을 일으킨 주요한 이유는 높은 식대와, 낮은 식사의 질이었다. 사측은 하루 한 끼의 식사만을 제공했으며, 아침과 저녁식사에 해당하는 식대를 끼니당 4000원씩, 매일 8000원을 공제해 갔다. 이에 따라 이들 노동자의 급여에서 식대로 공제되는 금액은 한 달에 약 24만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식사 질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김기돈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건기록을 보니, 파업을 일으키기 3~4달 전에 식사의 질이 나빠서 식당 주방의 담당을 바꾸는 등의 일들이 발생한 바 있다”며 “또한 식사 시간이 보장이 되지 않았고, 사측은 정해진 식사시간에 늦게 내려오는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80명의 노동자들은 식대로 공제되는 금액이 너무 크고, 식사의 질이 매우 열악하다는 이유로 2010년 7월 22일부터 4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파업 이후에도 노동자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측은 근무시간 1시간 공제를 주장하고 나서 노동자들은 또다시 올해 1월 9일부터 이틀간 2차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측은 “노동자들의 파업 후 사측은 종래에 1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인정해 주던 것을, 베트남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시간을 제외하고 11시간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꿨다”며 “사측의 이런 행태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며, 노동자들의 파업은 너무나 정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업무방해로 10명의 노동자를 고소했다. 또한 업무방해로 인한 피해액으로 1차 파업시 10억 3,500만원, 2차 파업시 1억 900만원, 도합 11억 4,4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역시 10명의 노동자가 나머지 170여명의 출근을 저지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한 시비와, 한국 노동자와의 시비 등 총 3건의 폭행 사건에 대해 ‘집단 흉기 등 상해’, ‘공동폭행’이라는 혐의를 부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돈 사무국장은 “베트남 노동자 사이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은 사적인 것이었고, 한국인 노동자와의 사건 역시 한국 노동자가 술을 먹고 욕을 해, 베트남 노동자가 작업화를 던졌지만 빗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파업 당시, 베트남 노동자 대부분이 이미 자발적으로 파업에 동참한 상황에서, 파업 비참가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제압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서 제기하는 폭행사실이 파업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이주공동행동 등은 1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적 파업을 탄압하는 경찰과 사측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적 투쟁에 불법의 굴레를 씌우는 검찰과 180여명의 이주노동자의 피땀을 착취하고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여 사태를 이러한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사측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우리는 이들 전원을 무죄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인천지법은 이들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심리를 더 진행하기로 해 오는 6월 9일 오전 10시, 인천지법에서 심리가 진행되며, 기자회견단은 같은 날 오전 9시,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수감된 노동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