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민족통일대축전과 민족통일전선운동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역사적 의의
3.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정치적 의의
4.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당면한 현실문제
5. 민족통일전선운동의 발전전망
6. 글을 마치며


1. 글을 시작하며

2005년 6월 14일 화요일 늦은 일곱 시.
어둠에 젖기 시작한 평양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천리마동상 앞에서 개선문을 거쳐 김일성 경기장까지 이어진 2.5km에 이르는 빗길에서 조국통일을 연호하는 수많은 북녘동포들 사이로 행진대오가 움직이고 있었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을 맞아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 북, 해외에서 모여든 대표들이 자주, 평화, 통일을 열어나가는 민족대행진에 나선 것이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양을 감싸고 흐르는 대동강처럼 깊고 푸른 강물이 그 대오 속에서 사품쳐 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샘물과 산골물, 도랑물과 개울물이 곳곳에서 흘러들어 마침내 세 줄기 큰 강물을 이루었나니, 그것은 민족통일전선의 바다를 향하여 흐르는 남, 북, 해외의 강물이다.
사람들은 그 강물을 민족이라는 고귀하고 신성한 이름으로 부른다. 핏줄과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함께 나눈 민족, 통일의 미래를 함께 살아갈 민족이 거기에 있었다.

6.15 공동선언이 아니었더라면 서로 만날 수 없었던 민족, 6.15 공동선언이 없었더라면 반목과 대결로 지내야 했던 민족이 하나의 대오를 이루며 민족통일전선을 향하여 흐르고 있었다.
2005년 6월 평양에서 성대하게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남, 북, 해외에서 흘러 모인 민족이라는 강물이 민족통일전선을 향하여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변이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이 말로만이 아니라 실체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그리고 분열과 대립 속에 살아온 민족이 마침내 하나의 커다란 통일대오를 이루기 시작했음을 세상에 선포한 사변이었다.
분열과 대립 속에 살아온 민족이 하나의 통일대오를 이룬다는 말은, 민족민주운동권의 용어로 표현하면, 민족이 통일전선을 형성한다는 말이다.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나타났듯이, 민족통일전선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생동하는 현실이며, 민족이라는 통일대오가 하나의 전선을 이루고 투쟁하는 현실이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일반적인 의미의 축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이었다.
그 축전은 민족이 자기의 실체와 힘을 확인하고 정치적 통일대오를 형성하였다는 점에서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이 되었던 것이다.


2.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역사적 의의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을 기념하여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이 지닌 역사적 의의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대를 이어 계승발전되고 있음을 실증하였다.

2005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은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연석회의를 계승발전시킨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이었다.
2005년의 민족통일대축전이 1948년의 남북연석회의를 계승발전하였다고 보는 까닭은, 민족통일전선운동사가 그 두 정치회합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의 남북연석회의가 이루어낸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역사와 경험이 2005년의 민족통일대축전으로 계승발전되었다는 것은 그 두 정치회합이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으로 이어졌다는 데서 확인된다.

1948년 4월 23일 남북 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채택한 '전 조선동포에게 보내는 격문'에서는 "우리 조국강토에서 외국군대를 철거하고 어떠한 외국의 간섭도 없이 우리 민족끼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라!"고 하였으며, 2005년 6월 15일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채택한 '민족통일선언'에서는 "우리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에 천명된 대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이 1948년의 '전 조선동포에게 보내는 격문'과 2005년의 '민족통일선언'에 들어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배격하고 민족의 자주성과 단결을 실현하는 민족통일전선운동사가 57년이라는 긴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어 계승발전되고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1948년에 남북연석회의가 열렸던 모란봉 극장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분단 1세대의 통일전선운동사를 증언하고 있으며, 모란봉 아래 자리잡은 김일성 경기장에서는 분단 2세대의 6.15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이 열렸다.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은 대를 이어 계승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2)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전환국면을 열어놓았다.

무릇 사회역사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은 주체의 운동이다. 특히 민족의 자주성과 단결을 실현하는 민족통일전선운동이야말로 가장 힘있는 주체의 운동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을 추동하는 주체를 민족통일전선체라고 부른다.

민족통일전선체는 자연생장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이 자기의 주체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민족의 주체역량은 민족의 자주성을 억누르는 제국주의세력에 맞서 싸우는 반제자주화운동을 통하여, 그리고 제국주의세력과 민족반역세력의 민족분열책동에 맞서 싸우는 민족대단결운동을 통하여 강화된다.
그러한 뜻에서 민족통일전선운동을 반제자주화운동과 민족대단결운동이 결합된 사회역사적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이 강화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조직적 실체인 6.15 공동위원회는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하여 역사의 무대에 당당히 등장하였다.
현 시기 한(조선)민족의 주체역량에 의해서 결성된 민족통일전선체는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결집한 6.15 공동위원회라는 이름의 민족통일기구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채택된 민족통일선언에서는 "6.15 공동위원회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힘차게 전진해온 북, 남, 해외의 민족통일운동의 고귀한 결정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6.15 공동위원회를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온 겨레를 하나로 단합시키고 조국통일운동을 거족적으로 힘있게 추진시켜 나가는 가장 폭넓고 위력한 통일애국운동기구로 강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15 공동위원회는 완성된 민족통일전선체가 아직 아니다.
정부, 정당, 사회단체가 모두 결집되어야 민족통일전선체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현재 6.15 공동위원회는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6.15 공동위원회에는 남, 북, 해외의 사회단체들과 일부 정당이 결집되었을 뿐이다.
6.15 공동위원회에 역사상 가장 많은 남, 북, 해외의 사회단체들이 결집되었다고는 하나, 전면적으로 결집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회단체들의 결집수준도 아직 불균형하며 불안정한 한계를 안고 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에는 북측에서 조선로동당,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의 대표들이 참가하였고, 남측에서는 민주노동당 대표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참가하였다.
6.15 공동위원회에 참가하는 정당을 살펴보면, 남측에서는 민주노동당만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을 뿐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이 강화되는 정세 속에서 동요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6.15 공동위원회에 대해서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민족분열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6.15 공동위원회를 부정하려는 반동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민족통일전선체가 사회단체 중심의 통일전선체에서 정당 중심의 통일전선체로 강화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6.15 공동위원회가 가야할 길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이후 역대 남측 정부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받는 예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므로, 언제나 한결같이 민족통일전선운동을 배격해왔다.
그런데 2005년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로 남측 정부 안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번에 6.15 공동위원회가 평양에서 주최한 민족통일대축전에는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참가하였다.
이것은 남측 정부를 민족통일전선운동에 끌어들인 쾌거로서, 우리 나라 민족통일전선운동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그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현대아산 대표단이 참가하였다는 점이다.
현대아산 대표단이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것은, 민족자본가들이 민족통일전선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자본은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예속되어 식민지노동계급을 착취하는 예속자본과는 정치적으로 구분되는 자본이다.
중소자본이나 토착자본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민족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자본이란 자본 규모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재력으로 이바지하는 자본을 말한다.
민족자본이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에 참가한 것은 우리 나라 민족통일전선운동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2005년에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이처럼 우리 나라 민족통일전선운동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특기할 사변을 기록하며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새로운 전환국면을 열어놓았다.

3)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세계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이룩한 사변이었다.

한(조선)민족처럼 분단역사를 살아온 독일민족, 베트남민족, 중화민족에게서는 6.15 민족통일대축전과 같은 민족통일전선의 역사적 경험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민족들의 경우 정부당국 사이의 정치회담은 있었으나, 정부, 정당, 사회단체가 하나로 모인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로 갈라졌던 독일민족은 '달러의 힘'으로 동독의 사회주의체제를 변질붕괴시켜 서독의 자본주의체제로 흡수통합하였고, 베트남민족은 제국주의 미국에 맞서 싸운 민족해방전쟁으로 분단역사를 마감하였으며, 오늘 중화민족이 대만을 통합하는 길은 전쟁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세계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세계의 분단역사가 경험하지 못했던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을 한(조선)민족이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한(조선)민족은 분단역사를 살아온 다른 민족들이 알지도 못하였던 정부, 정당, 사회단체가 하나로 모인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을 기어이 이루어낸 것이다.

그것은 분단 이후 60년 동안 피눈물 어린 민족통일전선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온 민족만이 올라설 수 있는 역사의 높이이며, 그런 민족만이 빚어낼 수 있는 역사의 기적이다.
이제 한(조선)민족은 제국주의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갈라진 뒤 60년이 되도록 자기 조국을 통일하지 못한 불우하고 무능한 민족이 아니라
21세기 세계정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은 위대한 민족이 되었다.


3.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정치적 의의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을 기념하여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이 지닌 정치적 의의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한(조선)민족과 미국이 날카로운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성사된 정치회합이었다.

알려진 대로, 그 날카로운 대결은 정치적 대결과 군사적 대결이다.
정치적 대결이란 북(조선)과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며, 남(한국)의 진보적 대중이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배격하는 반미자주화의 대결이다.
군사적 대결이란 북(조선)이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위협에 맞서 싸우는 선군정치의 대결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던 유종하는 2005년 6월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1996년에 제주도에서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앤써니 레이크(Anthony Lake)를 만났는데 그가 자신에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비밀보고서를 건네주면서 미국은 북(조선)을 폭격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5년 6월 23일자)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오늘 미국은 정밀타격체계를 한층 보강함으로써 폭격준비를 완성단계로 끌어올렸으며, 그에 따라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 전쟁위협은 더욱 심각하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준비가 곧 임박한 전쟁도발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한(조선)민족의 목숨을 노리는 제국주의전쟁위협을 끊임없이 가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미국이 한(조선)반도에 들이밀고 있는 제국주의전쟁위협을 배격하는 반미반전의 정치회합이었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채택한 민족통일선언은 "평화 없이는 평화통일이 있을 수 없고 민족의 공동번영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이 땅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통일전선 형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자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던 유종하는 "미국이 처음에는 남북교류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남북교류가 잦아지면서 남한 내 반미감정을 더 자극한다고 판단,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통일전선을 알지 못하는 그는 민족통일전선 형성을 남북교류 확대라는 일반용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기에 미국이 남북교류가 확대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남북교류 확대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통일전선 형성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사이의 교류가 확대되는 것은 민족의 화해, 협력, 공조가 실현되는 것이며, 민족의 화해, 협력, 공조가 실현되는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배격하는 민족통일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미국이 추진하는 한(조선)반도 정책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워싱턴의 고위관리들이 밝힌 대로, 미국의 대북(조선)정책이 노리는 목적은 이른바 '정권교체(regime change)'인데, 그것은 북(조선)의 자주적 사회주의정권을 친미적 자본주의정권으로 교체하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남(한국)정책이 노리는 목적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남(한국)을 계속하여 지배하고 수탈하는 것이다.
북(조선)의 정권을 교체하려는 것과 남(한국)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한(조선)반도 정책이 민족통일전선 형성을 전면적으로 방해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60년 동안 한(조선)민족에게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그러했던 것처럼,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앞둔 때에도 미국은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려고 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급히 불러 한미정상회담을 열어놓고 이른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민족통일전선에 맞서는 대치선을 긋는 한편, 미국 국방부가 이른바 '최첨단 비밀병기'라고 자랑하는 에프(F)-117 스텔스 전투폭격기를 남(한국)의 미국군기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군사적 긴장을 높임으로써 민족통일전선운동을 위협하였다.

제국주의 미국은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인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방해하고 위협하였으나, 평양에서는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었고, 남북 정부당국의 정치회담이 성사되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 정부대표단을 접견하였다.
이것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미국의 방해와 위협을 뚫고 나아갔음을 뜻한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첫째는 한(조선)민족의 민족통일전선운동이 제국주의 미국의 방해공작보다 더 강한 힘을 내면서 정세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북(조선)의 맹렬한 대미압박공세를 받고 있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문제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사를 방북한 남측 정부대표단을 통해서 파악하는 것을 절실히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보다 제국주의 미국의 방해공작이 더 강한 힘을 내었더라면, 6자회담 재개문제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미국에게 절실히 요구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3)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하여 남북 정부당국의 전술적 통일전선이 형성되었다.

6.15 민족통일대회에서 눈여겨보는 것은, 남측과 북측의 정부대표단이 그 대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이다.
남측과 북측의 정부대표단은 6.15 민족통일대회에 참석하였을 뿐 아니라, 따로 정치회담도 가졌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를 단장으로 한 남측 정부대표단을 접견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 정부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이 된다면 일반적으로 한 개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미사일만 가지고 장거리 미사일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다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6월 20일)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미국에게 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남측 정부대표단 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중대한 제안'을 내놓았다.
그 '중대한 제안'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5년 6월 23일 서울에서 발표된 남북장관급(북남상급)회담 공동보도문에서 지적한 대로 "남과 북(북과 남)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하여 분위기가 마련되는 데 따라 핵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관련된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6자회담에 매달린 미국에 의해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핵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남북 정부당국이 합의한 것은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 전술적 통일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측에서 조국통일사업은 정부기관인 통일부가 맡아보는데 비하여, 북측에서 조국통일사업은 정부당국이 아니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에서 맡아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북측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라는 이름으로 통일부를 상대하는 것을 피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통일부을 상대하는 정치회담을 가졌다.
그렇지만 실제로 남북 정부당국의 정치회담은 통일전선부 대 통일부의 정치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남북의 정치체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처럼 정부기관인 통일부와 사회주의 집권당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정치회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통일전선부 대 통일부의 정치회담에서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하여야 하는데, 현재 통일전선부 부장이 공석이어서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의 직함으로 통일부 장관을 상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기남 비서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의 직함으로 남북 정부대표단의 정치회담에 나섰다.
남북 정부대표단의 정치회담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서지 않고 부위원장이 나선 까닭은, 김용순 비서가 별세한 뒤로 위원장직이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몇 안 되는 당비서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김기남 비서가 남북 정부대표단의 정치회담에 나선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부당국의 통일전선을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부당국의 통일전선을 중시하는 것은, 그가 남측 정부대표단을 접견한 것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그 접견은 사실상 6.15 민족통일대축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정치적 사변이었다.
북측 텔레비전방송들에서는 날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 정부대표단을 접견한 소식을 특별보도로 계속 방영하였고, 남측 언론들도 그 소식을 가장 비중 있게 보도하였으며, 세계 언론계의 초점이 거기에 모아졌다.
이로써 정부당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회담의 성패여부나 성과가 결국 최고수뇌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사실이 실증된 것이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측 정부대표단 접견과 남북 정부대표단의 정치회담은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 통일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남북 정부당국의 통일전선은 6.15 공동선언에 의해서 실현되고 있는 가장 중대한 정치적 변화들 가운데 하나이며, 6.15 공동선언 발표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통일시대의 뚜렷한 징표다.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 통일전선이 형성되기 시작하자 크게 당황한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남측 정부대표단의 방북과 제15차 남북장관급(북남상급)회담을 통하여 6자회담 재개문제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사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를 알아보는 한편,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 통일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가로막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고, 곧이어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장관급(북남상급)회담에 남측 대표로 나섰던 청와대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장이며 통일부 장관인 정동영이 갑작스럽게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워싱턴을 찾아가는 데는 그러한 까닭이 있다.

6.15 공동선언에 의해서 실현되는 남북 정부당국의 통일전선을 논할 때 중요한 것은, 전민족적 범위에서 정당 및 사회단체들이 결집한 민족통일전선은 전략적인데 비하여 남북 정부당국의 통일전선은 전술적이라는 점이다.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 전술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세 가지다.

첫째, 남측 정부당국은 남측 대중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매우 불안정하며,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 정부당국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대와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 남측 정부당국에게 6.15 공동선언에 바탕을 둔 조국통일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조국통일정책이 없다는 말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의사가 없다는 말이다.
북측 정부당국이 그러한 상대와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6.15 공동선언에 의해서 남북 정부당국 사이에서는 일정하게 화해협력적 요인이 생겨났고 차츰 증대되고 있지만, 그것보다도 대립상충적 요인이 더 많고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대립상충적 요인이란 남측 정부당국이 한(조선)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반대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 아래에 있는 예속성에서 생겨난 것이다.
제국주의 미국에 맞서 싸우는 북측 정부당국이 미국의 제국주의지배 아래에 있는 남측 정부당국과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남북 정부당국의 전술적 통일전선은 불안정한 요인이나 대립상충적 요인을 앞세우지 않으면서 화해협력적 요인을 더 중시하고 살려나가는 기본방향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


4.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당면한 현실문제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당면한 몇 가지 현실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논할 수 있다.

1) 현 시기 민족통일전선운동은 민족통일대회라는 이름의 정치행사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을 강화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정치행사가 가지는 의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행사와 더불어 지속적인 정치사업과 조직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민족통일전선의 정치행사는 그 전선의 주체역량을 힘있게 과시하고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새로운 관점을 내오고 새로운 구도를 세우는 전환국면을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민족통일전선운동은 정치행사만으로는 강화발전되지 않는다.
그 운동이 강화발전되려면 반드시 정치조직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정치조직사업이란 각계각층 대중을 정치활동의 주체로 세우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그것은 대중을 진보적 정치활동으로 이끌어 내고 대중의 민주주의적 정치역량을 조직화하는 사업을 말한다.
대중의 진보적 정치활동이란 대중이 반미자주화운동과 민족대단결운동의 주체로 나서서 그 운동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주동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적 의식을 가진 대중이라야 반미자주화운동과 민족대단결운동의 주체로 나설 수 있으므로, 대중이 진보적 의식을 갖게 하는 자주의식화사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된다.
대중 속에서 벌어지는 자주의식화사업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의 열성적인 노력과 투쟁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기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당면한 현실문제는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이 각계각층 대중을 위한 자주의식화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은 대중의 생활현장 속에서 들어가서 다종다양한 방법으로 자주의식화사업을 벌임으로써 각계각층 대중을 반미자주화운동과 민족대단결운동으로 불러일으키는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정치조직사업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2) 민족통일전선운동을 강화발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6.15 남측준비위원회를 강화발전시키는 데 있다.

6.15 남측준비위원회는 각당각파 각계각층의 사회정치역량을 폭넓게 아우른 통일전선체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으나, 그 지위와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나서고 있다.
6.15 남측준비위원회가 자기의 지위와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6.15 남측준비위원회에서 근로대중의 실질적 참여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통일전선은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결집된 전략적 공조체제지만, 통일전선운동의 중심역량은 어디까지나 노동계급과 농민이 되어야 한다.
특히 6.15 남측준비위원회에서 노동계급의 주도적 역할이 미흡한 것은 통일전선운동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므로 6.15 남측준비위원회에서 노동계급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정치조직사업을 벌여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 노동계급의 선진적 활동가들이 노동조합 중앙으로부터 각 지역 노동조합원들에 이르기까지 자주의식화사업을 힘있게 벌여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이 노동계급의 자주의식화사업을 적극 방조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 6.15 남측준비위원회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중심으로 결집된 중간세력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간세력은 남측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6.15 남측준비위원회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민족민주운동단체, 근로대중단체 3자가 결집한 '통일연대'가 통일전선운동에서 자기의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통일연대'가 통일전선운동에서 발휘하는 주도력은 어느 정파나 분파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민족민주운동단체, 근로대중단체 3자의 결집력을 강화발전시키는 데서 나온다.

'통일연대'를 강화발전시켜 통일전선운동의 주도력을 발휘하려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통일연대'와 '민중연대'를 통합하여 통일전선운동의 강력한 중심을 세우고 그 밖의 사회단체들이 결집하는 큰 덩어리의 새로운 통일전선체를 내와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통일연대'와 '민중연대'를 통합하면서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을 큰 덩어리의 새로운 통일전선체로 모으는 것은 지역통일전선을 재편하는 것이다.

지역통일전선의 재편은 민주노동당, 민족민주운동단체들, 근로대중단체들,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지역통일전선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데서 정파적, 분파적 이익을 뒤에 두고 무엇보다 먼저 통일전선의 공동이익부터 앞세워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 민족통일전선운동의 발전전망

민족통일전선운동의 발전전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1) 민족통일전선운동은 동족상잔의 내란요인을 제거한다.

미국이 제국주의전쟁위협을 가하는 조건에서 만일 동족상잔의 내란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제국주의침략전쟁을 불러오는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다.
동족상잔의 내란은 제국주의침략전쟁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한(조선)민족 전체를 핵참화로 몰아넣는 파괴적인 전쟁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야말로 반동적이고 반민족적인 것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절대로 동족상잔의 내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은, 한(조선)민족의 의식 속에 아로새겨진 강렬한 정치적 의사이며 평화적 염원이다.

한(조선)민족의 그러한 의사와 염원을 전면적으로 반영하여 채택된 것이 6.15 공동선언이다.
그러므로 6.15 공동선언에 따라 민족통일전선운동을 강화발전시키는 것은 동족에게 겨눈 총과 대포를 거두게 하고, 동족상잔의 내란을 일으키는 불안정한 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2) 민족통일전선운동의 강화발전은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을 결정적으로 촉진하는 요인이다.

원래 민족통일전선이란 제국주의의 지배와 점령을 배격하는 반제투쟁을 전선화한 것이다.
한(조선)민족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배격하기 위해서는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여야 하며, 주한미국군을 철군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 한(조선)민족의 민족통일전선은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을 자기의 정치과제로 삼고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이라는 복잡하고 풀기 힘든 정치과제는 지금 한(조선)반도 정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되었다.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통일적 정세의 양면이다.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지 않고 주한미국군이 철군될 리 없고, 주한미국군이 철군하지 않는 조건에서 한(조선)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리 없다.

명백하게도,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는 정치과업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전략목표이며 동시에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한(조선)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사실은 2005년 6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장관급(북남상급)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 권호웅 단장이 밝힌 것이다. (프레시안 2005년 6월 22일자)
주한미국군 철군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눈여겨보는 것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전략적 목표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한(조선)민족의 민족통일전선운동은 그 전략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이끌어가고 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실증된 바와 같이 한(조선)민족의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날로 강화발전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실현하는 데에 전당, 전군, 전민의 총력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은 머지 않아 반드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3) 민족통일전선운동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민족통일정부를 설계하고 세워 가는 운동이다.

명백하게도,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최고 목표는 민족통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이 민족통일정부를 세워 가는 역사적 경로는, 그 운동이 현존하는 민족통일기구를 끊임없이 확대강화하여 장차 민족통일의회로 전화발전시키고, 민족통일의회에서 제정한 통일헌법에 따라 민족통일정부가 세워지는 경로가 될 것이다.

6.15 공동선언에서 언급된 연방제 통일이란 국가정권을 민족통일전선의 기반 위에 세우는 방식의 통일을 말한다.
연방제 통일이란 남북에 각각 존재하는 두 개의 다른 체제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다른 체제 위에 세워지고 그 체제 사이의 상호관계를 조절하는 민족통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한 민족통일정부를 민족통일전선의 기반 위에 세워지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 곧 자주적 통일정부라고 부른다.

한(조선)민족의 자주적 통일정부가 포괄하게 될 두 개의 체제는 사회주의체제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강화발전된 북측의 자주적 사회주의체제, 그리고 민주주의적 개조변혁이 완성단계에 이른 남측의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말한다.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민주주의적 개조변혁이 완성단계에 이른 새로운 체제를 말한다. 그 체제는 지역통일전선운동에 의해서 정권의 낡은 소유관계가 개조됨으로써 정권의 소유관계에서 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실현된 체제다.
또한 그 체제에서는 민주주의적으로 개조된 새로운 정권이 생산수단의 낡은 소유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개조하게 될 것이다.


6. 글을 마치며


민족통일전선운동은 자주의 궤도를 따라 조국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한(조선)민족의 사회역사적 운동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이 자주의 궤도를 따라 나아간다는 말은, 한(조선)민족이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에서 벗어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적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해 간다는 말이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보여주었듯이, 지금 그 운동은 어려움을 뚫고 새로운 역사적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남북연석회의의 역사가 어려있는 평양에서 이번에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었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 민족통일전선운동은 이제껏 먼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도 먼길을 가야할 것이다.
그 길은 수많은 고비를 넘으며 가야하는 길이다.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이익을 앞세우고 민족의 화해, 협력, 공조를 끊임없이 강화해 가는 길이다.

민족통일전선의 길은 우리 민족끼리 6.15 공동선언의 깃발을 들고 자주적 통일정부를 세워 가는 투쟁의 길이다.
바로 그 길에서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정부와 정당, 노동자와 농민, 청년학생과 여성, 지식인과 종교인, 해외동포와 민족자본가 등 민족주체역량을 모두 포괄하는 역사상 가장 큰 덩어리의 통일전선체가 형성되고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큰 덩어리의 통일전선체가 한(조선)민족의 위대한 미래를 어떻게 창조하는지를 경탄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2005년 6월 2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