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게 내버려두지 말자!


우리의 친구 누르 푸앗이 죽었다!

우리의 사랑스런 동료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누르 푸앗(Nur Puad)이 4월 18일 너무나도 안타깝게 죽었다. 그는 우리들처럼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머나먼 한국땅 부천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4월 17일 아침에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간사냥꾼 12명이 누르 푸앗이 일하는 공장에 몰래 쳐들어와 3층 기숙사를 덮쳤다. 누르 푸앗은 창문을 통해 옆 건물 옥상으로 넘어가려 하다 아래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됐다. 누르 푸앗은 급하게 병원에 옮겨져 대수술을 받았으나 18일 새벽에 끝내 숨을 거두었다. 같이 있던 아내 리니만 빼고 이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나머지 7인(인도네시아 5인, 베트남 2인)은 인천출입국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으로 여기는 한국 정부가 그를 죽였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일손이 필요해 그들을 한국으로 불렀다. 누르 푸앗은 1999년에 ‘연수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말만 기술을 배우는 ‘연수생’이었지 실제로는 싼 값에 오래 일하며 마구 부려먹히는 ‘노동자’ 아니 완전한 ‘노예’였다. 연수생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게 드러나자,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새로 만들었다. 누르 푸앗은 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2004년에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말만 바꾼 또 하나의 연수생제도였다. 사업장을 옮길 자유도 없다. 월급도 여전히 적다. 사장한테 짤리면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곧바로 추방당한다. 그래서 누르 푸앗은 미등록이주노동자(이른바 “불법체류자”)가 됐고, 단속을 피하다가 끝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에서 오래 일하면 일도 잘 하고, 말도 배워 한국 생활이 편해진다. 점차 한국 사람이 다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걸 두려워한다. 한국 정부는 필요할 때 썼다가 필요가 없으면 언제든지 내쫓아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을 연수생제, 고용허가제로 불러와 월급을 적게 주고, 일을 많이 시키며, 쉽게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마디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이 아니라 '노예’나 ‘짐승’처럼 부려먹다 내팽개쳐 버리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한국 정부가 우리의 동료 누르 푸앗을 죽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살인자다!


우리가 힘을 모아 싸우지 않으면 죽음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지난 해 10월 중국인 이주여성노동자가, 올해 2월에는 터키 이주노동자가 수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죽었다. 지금까지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와서 죽은 이주노동자들의 시체는 산처럼 높이 쌓일 만큼 많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 죽음의 행렬을 지켜만 볼 것인가? 우리가 힘을 모아 싸우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가 제2, 제3의 누르 푸앗이 될 지도 모른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을 벌이고 있는 동안, 사장들은 공포감에 떠는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실컷 부려먹고도 월급도 안 주고,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도 않고, 욕하고 때리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하나로 똘똘 뭉쳐 요구하지 않으면 우리의 처지는 더욱 더 나빠질 것이다.
누르 푸앗의 죽음을 널리 알리자! 주위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으자! 그래서 살인자 한국정부와 탐욕스런 사장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지금 이 땅에서 가장 끔찍하게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우리들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과 함께 쥐꼬리만한 임금의 체불조차 잦은 일자리마저 잃고 언제 길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정규직 모두 자본의 노예이듯, 이주노동자나 한국노동자 모두 똑같은 임금노예다. 이 모든 임금노예들이 손을 굳게 맞잡고 하나의 노동자계급이 되어 임금노예의 쇠사슬을 과감히 끊어버릴 때까지 줄기차게 투쟁하자!


이주노동자 인간사냥 당장 중단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하라!
연수생제, 고용허가제 박살내고 노동허가제 쟁취하자!
살인자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즉각 구속 처벌하라!
자유왕래, 이주의 자유 쟁취하자!
노동자총단결로 비정규직 철폐하고, 노동해방 쟁취하자!

4월 19일
노동해방 이주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