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서울, 5일째 함성

[참세상 2006-05-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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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소는 국민 세금으로 썩어빠진 짓 한다"


정용진 기자

4월 28일, ‘교육공공성, 비정규직 철폐,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등 ’차별없는 세상만들기‘를 위한 행진은 5일째에도 계속됐다. 5일차인 28일은 은평, 서대문, 마포, 영등포, 양천, 강서구 등 서울 서부지구를 순례하는 광범위한 일정으로 채워졌다.

행진단은 이랜드 노조와 이주노동자, 청년 대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촌 이대 앞에서 5일차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행진에 돌입했다. 이후 현대백화점에서 노점상 탄압 규탄집회를 갖고 이랜드 본사를 거쳐 산업인력관리공단과 노동부 서부지청을 방문하는 등 오전일정을 소화했다.


오후에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찾아가 투기자본 론스타 규탄집회를 갖고 전경련회관에서 상징의식을 펼쳤다. 이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산재노동자 추도식을 치루고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규탄대회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와 단속추방 반대’를 외치는 규탄대회를 갖고 인접한 양천공원에서 마당모임으로 행사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연대의 기쁨, 함께 하는 힘


오후 3시 30분 경 시위대가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 도착하자 뜻밖에 미리 와서 집회를 갖던 전교조 민주화 운동 해직교사들과 마주쳤다. 이 자리에서 주봉희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위원장과 이광호 민주노동당 영등포구위원장이 나서 '비정규악법 저지'에 대해 연설을 했으며 이어 장인권 전교조 사무처장이 발언에 나섰다.


장인권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 눈물로 사죄 한다”며 연대의식을 밝히고 “사회양극화 문제의 밑바닥에 있는 교육의 20:80 구조를 막아내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의 합세로 두 배로 불어난 시위대는 함께 열린우리당 당사를 향해 분노의 함성을 외쳤다.


“국민세금으로 썩어빠진 짓“


5시 20분 경 시위대는 영등포에서 목동에 이르는 긴 여정을 통과하여 마지막 코스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했다. 당초 시위대는 출입국관리소에서 규탄 함성만 외친 후 양천공원에서 문화마당을 통해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해 보자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27일 출입국 사무소는 정문 출입구를 5M정도 앞으로 빼고 안쪽으로 입출 차단용 바리케이트를 설치했다. 중국 쪽 업무를 맡으면서 방문객 증가와 잡상인 통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것, 그러나 시위대의 견해는 달랐다. 정문 앞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도로 인접한 지역까지 최대한 출입구를 빼 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발언에 나선 순례단장인 이재영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은 출입문 변경을 가리켜 “국민들 세금으로 썩어빠진 짓을 하고 있다”고 출입국관리소를 질타했다. 또한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이주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런데 출입국사무소는 단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며 지탄했다. 집회 내내 출입차량들로 인해 계속해서 집회가 방해를 받았고 관리소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는 죽어가고 있다


이어진 문화마당에서 행진 내내 선봉에 서서 기수역할을 했던 마쑴 이주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짧은 인터뷰를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차별법을 철폐하고, 똑같은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나왔다”고 참석동기를 밝혔다. 또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열악한 근무조건하의 안전보장 문제와 산업재해 문제를 지적했다. 출입국관리소의 행태와 관련해서 “포천에서 새벽에 잠들어 있는 집에 급습, 부인과 아이를 남겨 두고 아버지를 연행해 갔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한국정부는 책임지지 않는다. 아이가 무슨 죄냐”고 분개했다. 마쑴 교육선전국장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는 하나다. 자본가가 이용하는 것이며, 이주노동자들도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단결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석방된 아노아르 위원장의 근황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며,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심지어 기억조차 잘 못하고 있다”며 악화된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와 안전보장을 위해 글을 쓰는 등 계속적인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아노아르 위원장의 의지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계속되는 문화마당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듣고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으며 양천공원에서 늦은 시간 마무리 되었다.


한편, ‘제 3회 차별철폐 서울대행진‘은 4월 24일부터 시작한 행사를 6일째인 29일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용산, 중구, 종로구 등을 돌며 “한미FTA, 공공서비스 비정규직차별”에 대해 규탄하며 세종문화회관에서 보고대회와 투쟁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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