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2월 임시국회 처리 사실상 무산  

우리당-한나라당 밀약설 ‘모락모락’
  
마찰을 거듭하던 비정규직법이 3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야4당은 22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담을 열고 비정규직법 처리를 차기 임시국회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이나 마찰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법안은 노동계와 정치권이 좀더 대화할 수 있도록 그 처리를 차기 임시국회로 미룬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차기 임시국회는 5·31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해 예정보다 10일 정도 앞당긴 3월20일께부터 4월20일께까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정규직법은 환노위 법안소위를 떠나 전체회의에 넘어가 있다. 따라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열쇠를 쥔 한나라당이 법안처리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2월 국회 처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 환노위 법안소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들. ⓒ 매일노동뉴스


◇ 야4당 합의 배경 = 이날 회담은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급하게 열렸다. 한나라당이 소수야당들에게 급하게 손 벌릴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회담에서 민주노동당은 당 차원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법 처리 연기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선뜻 수용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이 법안 처리를 4월로 미루도록 강력히 요청해 야4당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요구를 선뜻 수용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졌다.

우선 한나라당이 윤상림·황우석 국정조사 등 대여 공세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는 분석이다. 심상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시기는 대여공세를 강화하는 국면이라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3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비정규직법 처리를 맞바꾸기로 밀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들은 21일 밤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우리당에게 “3월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분위기를 띄우는 데 협조해 주면 한나라당도 3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요구해, 우리당이 이를 수용했다는 설이다.

◇ 2월 처리 무산 확정? = 이날 야4당의 연기 합의가 실제 2월 국회 처리 무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야4당 합의에도 불구하고 환노위가 2월 처리 의지를 접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22일 야4당 원내대표 회담 직후 “오늘 내일 중에 당장 처리하지는 않겠지만, 2월 처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3일 비정규직법 등을 의제로 정책협의회를 열 계획이어서, 협의회 결과에 따라 이날 원내대표 회담 결과도 번복될 여지도 남아 있다. 이경재 위원장도 “협의회 결과 등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야4당 합의를 하루만에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2월 처리 무산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 처리를 강조해 온 우리당은 야4당 회담 결과에 나오자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당황했다. 우리당은 당초 야4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22일 예정된 여야 정책협의회 등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 3월 ‘처리’에 민노 합의? = 한편, 회담 직후 한나라당쪽에서 민주노동당이 3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관심을 모았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회담에서 민주노동당이 2월 처리를 연기하는 대신 민주노총 새 지도부와 대화하고, 한국노총도 설득해서 차기 임시국회에서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당이 민주노총 등과 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기하는 대신 3월 국회 처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은 3월 국회에서도 실질적인 보호입법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처리 여부도 판단할 것이고, 이날 합의도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