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단속·보호 과정서 인권침해 심각”  

체포시 구타 20.8%·욕설 39.4%…31일 이상 장기간 구금 21.5%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보호, 강제퇴거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는 등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25일 오후 인권위 배움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인권실태조사’(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이번 연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 외국인보호시설, 강제퇴거 심사와 집행절차 실태조사와 법제연구 등을 통해 문제점과 현실인식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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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와 관련, 전국 11개 보호시설에서 수용 중인 이주노동자 764부를 분석에 사용했으며 수용 중인 7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인 2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심층면접을 했으며, 각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 등에서 일하는 한국인 공무원 184명의 응답지를 분석했다.

“체포시 구타·폭언 당한다”…조사시 ‘변호사 도움’ 9.9% 그쳐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단속’과 관련, 보호조치나 강제퇴거조치가 내려지기 전 신체 및 주거의 자유에 대한 제한, 즉 이른바 ‘강제단속’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 속에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50.9%가 근무지, 13.4%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연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용의자나 제3자의 동의, 수색영장 등의 제시는 드물었다. 무단주거침입에 해당되는 것. 또 응답자의 25.6%는 길거리에서 불심검문에 의해 연행됐는데, 불심검문은 임의적 절차로 이를 강제적 절차로 운용하는 것은 법률위반이란 지적이다.

강제력 사용에서의 문제점은 더 심각했다. 체포 당시 출입국관리국 직원의 사용장비는 수갑 등 경찰장구가 79.7%, 총·칼 등 무기 1.9% 등의 순으로, 경찰장구 사용이 빈번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체포시 구타나 욕설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붙잡혔을 때 구타를 당한 이주노동자는 20.8%(남성 22.8%, 여성 12.8%)로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고, 폭언 및 욕설을 당한 경우는 39.4%(남성 42.2%, 여성 29.2%)로 5명 중 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보고서에서는 “구타나 폭언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불가피 했다기보다 보복성 혹은 감정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과잉단속과 강제연행으로 인해 다친 이주노동자는 15.0%나 됐으며 오히려 여성(16.0%)이 남성(14.7%)보다 더 많았다.

연행 뒤 조사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피보호 이주노동자 중 51.4%가 조사과정 중 통역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7.1%는 제공받은 통역에 문제가 있어 의사소통에 심각한 혹은 다소간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사의 공정성 보장의 문제도 지적됐다. 81.3%가 작성한 문서를 보지 못했으며, 35.8%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는 문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시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9.9%에 그쳤다.

31일 이상 장기구금 21.5% 달해…절반이상 종교활동도 제약

현행 법률에선, 보호적부심사제도를 통해 피의자에 대해 인신구금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관한 법원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에 의해 시설에 구금돼 있는 자에 대해 구제절차를 두지 않아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및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결과, 체포 뒤 총구금 기간이 무려 21.5%(남성 29.7%, 여성 12.7%)가 31일 이상 구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간 구금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즉 강제퇴거를 위한 심사를 마치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들이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무기한 구금돼 있는 것. 이 경우, 항공비 비용 마련이 어렵거나 체불임금을 기다리는 경우, 또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나 난민지위신청인 등이다.





보호사실에 대한 이의신청 실태조사에서는 보호 이주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산재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환자나 미허가 근무지에서 일하다가 적발된 연수생 등은 석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의신청에 대한 법적 절차에 대해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은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보다 출국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밖에도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 청원·진정할 수 있다고 알려준 경우는 15.5%에 불과했다.

운동시간과 종교활동을 제한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외국인보호시설에서 주어진 운동시간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4.0%에 달했다. 일주일에 1~2회가 27.7%, 매일 30분 미만 11.2% 등의 순이었다. 종교활동도 제약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보호규칙은 ‘자유시간에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종교의식을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방문조사 과정에서 응답자의 45.5%가 종교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위한 법적 규정과 절차 마련해야”

이번 연구결과, 이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적 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연구팀은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행정사범이지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연히 단속·보호·강제추방 과정에서 법적 규정과 절차를 명료히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단속’의 경우, 단속의 요건과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단속공무원은 법적 근거 없는 주거 등의 압수, 수색, 불심검문시의 강제력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칭)출입국관리공무원 외국인 인권보호지침’을 마련하고, 출입국관리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와 관련, 보고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국내법으로 반영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비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내용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국내 법률에 명문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설 ‘보호’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반드시 출입국관리법의 독립된 장 또는 독립된 법률로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미등록 외국인 정책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단속·보호·강제퇴거 업무 절차를 인권친화적으로 재조직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 법제와 실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한국 실정에 적합한 인권친화적 보호의 형태와 내용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 및 토론회에는 박찬운 인권위 인권정책본부장이 사회를 맡고,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연구책임자), 황필규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김철효(IOM), 양혜우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대표, 고현웅 IOM 서울사무소장이 연구자로서 발표를 나눠 맡았다.

토론자로는 권영국 민주노총법률원장(변호사), 김희진 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김해성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소장(목사)가 각각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