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청년 '셀림'을 누가 죽였나 공대위, "도망치다 죽고, 숨어있다 죽고, 뛰어내려 죽는" 인간사냥 규탄
최인희 기자
수원출입국사무소 밖에 마련된 코스쿤 셀림 씨의 빈소

지난 달 27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6층에서 추락, 사망한 이주노동자 코스쿤 셀림 씨 사건과 관련해 구성된 '강제단속저지와 이주노동자 코스쿤 셀림씨 사망사건 공동대책위'가 7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키작은 20대 청년 셀림 씨, 18미터에서 추락 사망

결의대회에 참석한 서비스연맹 레이크사이드CC노조, 여주CC노조, 경기서부건설노조, 대학노조 안산공과대학노조 등 경기 지역 노동자들과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경기민중행동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결의대회를 통해 정부의 비인간적 단속과 강제 추방이 이번 사태를 빚었다며,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코스쿤 셀림 씨가 추락한 18미터 높이의 수원출입국사무소 6층 유리창은 아직 수선하지 않은 채 뻥 뚫려 있었으며, 셀림 씨가 떨어진 자리 주변에는 줄을 둘러 출입금지 표시를 달아 놓은 모습이었다.

공대위의 경과 보고에 따르면 셀림씨는 20대 후반의 몸집이 작은 터키 출신 노동자이며, 출입국사무소에 수감된 다음날인 2월 27일 새벽 4시 20분에 유리창을 깨고 추락, 병원으로 옮겼으나 7시 40분 경 숨졌다.

이 소식을 접한 경기이주공대위와 외노협 등의 단체가 당일 오후 1시 수원출입국사무소를 방문, 항의했으나 출입국 측에서는 "도의적인 표시는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법적인 책임은 전혀 없다"고 답변해 분노한 활동가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강제 단속 이후 이주노동자 수십 명 목숨 잃어

꼭대기층인 6층에 보이는 깨진 유리창이 셀림 씨가 추락한 장소다.
우삼열 외노협 사무국장은 "현재 30여 만명인 이주노동자를 2007년까지 4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강제 추방 정책으로 인해 수십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강제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심장마비로 죽고, 숨어 지내다 병들어 죽고, 붙잡히면 뛰어내려 비참하게 죽고 있다"고 여러 사례를 폭로했다.

샤킬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강제 단속을 중단하라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서 이 자리에 자주 서지만 수십 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인간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고 출입국사무소를 비판하며 "셀림이 죽은 날도 어디선가 단속이 계속되고 있었을 것"이라며 비통해했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신분의 이주노동자들을 붙잡기 위해 병원이나 약국까지 출입국 직원들이 들이닥쳐, 아파도 전혀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심정이 어떤 줄 아나. 봉고차만 봐도 공포에 떨고, 작은 방에서 3,40명이 갇혀 체불임금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쿤 셀림을 살려내라"

결의대회에는 경기지역 노동자들 6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살고, 열심히 일한 '인간'이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이 한국사회에서 누구보다도 더 피땀흘리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 온,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17년, 18년씩 함께 살아온 한 '인간'"이라며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모든 생계를 꾸려 가고 있는 본국의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이주노동자를 죽이는 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멀쩡하던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오게 된 셀림의 가족들 심정을 생각해보라"고 호소했다.

출입국 측에서는 코스쿤 셀림 씨의 사망 직후 본국인 터키의 유가족들과 접촉해 시신 운구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사건의 확대를 막고자 조기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에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던 중국인 여성 이주노동자가 4층에서 추락 사망한 전례가 있어, 수원출입국사무소의 보호(?) 아래 있다가 죽음에 이른 경우는 셀림 씨가 두 번째다.

공대위는 수원역에서 출입국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매월 수원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의 일정으로 대응해 간다는 계획이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정부의 비인간적 단속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이주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출입국사무소 벽에 붙이는 등 항의 표시를 한 후 해산했다.

정부의 단속에 의해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출입국 외벽에 붙였다.

"인간사냥 중단하라"는 구호가 출입국사무소 건물에 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