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외국사람 말 그냥 안 믿어요"
[오마이뉴스 2006-02-06 09:42]

        
        
        
        
                
        
        [오마이뉴스 고기복 기자] "한국 사람들은 외국사람 말 그냥 안 믿어요."



한국에 온 지 8개월째인 인도네시아인 두라힘(Durahim)은 그동안 자신이 당했던 일을 털어놓다가 갑자기 울먹이며 속내를 털어놨다. 두라힘과 그의 친구들 세 명은 4일 오전 밀린 월급을 받으러 간다며 쉼터를 나갔었다. 쉼터를 나서는 네 명은 강추위 탓에 잔뜩 어깨를 움츠렸지만,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선지 다들 밝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밀린 월급을 받으러 갔던 네 명은 악덕업주의 억지로 인천출입국사무소까지 잡혀가서 강제 추방될 뻔했다. 그러다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가까스로 쉼터에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들은 강제추방을 면해서 안도하면서도 막막해 하고 있었다.



두라힘과 친구들이 우리 쉼터를 처음 찾아왔을 때, 그들은 6개월 동안 회사에서 월급봉투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했었다. 확인해 본 결과, 회사에서 급여를 제때 준 적이 없었고,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급여 계산도 맞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동부 진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관할지역 고용안정센터에 연락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합법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고용주가 선뜻 외국인들의 사업장변경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했다. 이 사실을 확인한 관할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사업장변경신청서'에 업주의 서명을 받아오라면서, 네 명을 회사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한국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점잖던 업주가, 외국인들만 회사를 찾아가자 쌍욕을 해대며, 그들이 갖고 간 '사업장변경신청서'를 갈기갈기 찢고는 "너희들 불법체류자로 신고했으니 이 회사에서 일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다.



▲ 찢어진 사업장변경신청서
ⓒ2006  고기복
이에 대해 다시 회사에 전화를 해서 협조를 부탁하자, '다음 달 급여일에 회사로 오면 지급하겠다'고 하여, 급여일에 회사를 찾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그렇게 늘 당하면서도 두라힘과 친구들은 전화로 회사에서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있으면 회사를 찾았고, 번번이 허탕을 치다가 어제 큰 사고를 당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회사 사장이라는 사람은 네 명이 돈을 받으러 가자, "불법 **들이 돈을 받으러 왔어. 너희들 이제 불법이야!"하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부터 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 명은 다른 불법체류자가 다섯 명이나 있는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자신들을 내쫒기 위해 경찰을 부르겠다는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협박에도 도망가지 않자, 사장은 이번에는 "출입국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가만 있어, 너희들!"하고는 어디론가 연락을 해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온다고 약속했던 출입국 조사과 이** 반장이라는 사람은 인권단체에서 관계가 돼 있다는 정보 때문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역 지구대 순경들이 회사에 들어왔다. 하지만 외국인등록증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들은 외국인들에게 문제가 없지 않느냐면서 돌아가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업체 사장은 멀쩡히 합법인 사람들을 향해 '이 놈들 불법이니 출입국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업체 사장의 억지로 네 명은 토요일이라 당직실 외에 일하는 사람이 없는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끌려가야 했고, 그곳에서 합법체류자임이 밝혀져서 풀려날 수 있었다.



출입국까지 가면서 두라힘과 함께 했던 친구 중에 한 명은 강제 추방된다는 두려움에 울기까지 했는데, 억지를 부렸던 사장은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계속해서 연줄이 닿는다는 조사과 직원에게 전화를 하면서 강제추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 일을 당하고 온 네 명은 자신들이  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들이 만난 공무원들은 한결 같이 한국 사람의 말은 틀린 말도 잘만 끄덕 끄덕하면서, 자신들의 말은 아무도 그냥 믿어주지 않더라고 하소연했다.



무라힘과 친구들은 멀쩡히 합법인 자신들에 대해 사장이 '그놈들 회사 도망간 불법체류자'라고 말하자, 다들 태도가 변했다고 했다. 무라힘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다가, 매번 관련 공무원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말은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런 경험을 겪으며 그는 '대한민국이 과연 인권이 있는 나라인지를 의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책상 위에 놓인 찢어진 네 장의 '사업장변경신청서'를 보며, 그가 의심하게 됐다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대한민국에 과연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있는가?'


덧붙이는 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할 때, 고용주의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는 현 고용허가제 조항이 '인권침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소개 : 고기복 기자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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