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법질서에 모순 있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2006-05-09 23:39]  



    
  

노대통령 몽골 동포간담회 안팎

(울란바토르=연합뉴스) 성기홍 김범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오후 몽골 거주 교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몽골 근로자의 한국내 불법체류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몽골에서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한 신부의 말을 받아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체류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법적 제약 때문에 뒷받침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성직자, 종교단체 등이 많이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어제 (한.몽골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에 가 있는 몽골 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받지 않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약속했다"고 소개하면서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고, 제도도 찾아볼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한 몽골 근로자가 늘고 있어 (몽골에서 생활하는데) 트러블이 있다. 신경써달라"는 한 참석자의 건의에 또다시 불법체류 문제를 입에 올렸다.

노 대통령은 우선 "고용허가제를 유연하게 운용, 어지간하면 불법이 안되게 하려고 하는데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수용 인원이 늘지않아) 부득이 불법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제한 이민을 받겠다고 하지 않는 한 수용할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동시에 "교육부는 불법체류자라도 아이들을 무조건 받아주는데 법무부는 한사람이라도 더 적발해 내보내야 되니까 살살 다니면서 찾는다. 학교를 다니면 찾기 쉽다"며 "그런 모순이 있다"며 또 한가지의 애로를 들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법질서에 모순이 없어야 하는데 사실 있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법무부에서 학생들을 단서로 불법체류자를 찾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이민제도를 아주 관대하게 하려고 한때 생각했는데, 몇번 강조하는 동안 프랑스에서 국내소요가 일어났고 독일의 경우 비자발급 기준을 쉽게 했더니 터키에서 100만명이 독일로 입국해 어려운 문제가 됐다"며 "이런 것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그동안 순혈주의로 살다가 며칠전 '함께 사는 정책'으로 우리 정책을 변경한다고 정부가 선언했다"며 "아직 국회, 야당 등의 이의 제기가 없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문화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포용력있는 사회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포용력있는 사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거듭 다짐하면서도 "근데 부득이하게 내보낼 때는 내보내야 한다"며 "그게 고민"이라고 털어놓고, "한국에서 고급 인력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도 제공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주몽골 한국 대사관을 한국의 경제위상에 맞게 신축해 달라"는 건의에 "대사관을 근사하게 새로 짓죠"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지금 지으면 (1인당 국민소득) 1만6천∼1만7천달러짜리를, 조금 기다려서 지으면 2만∼2만5천불짜리를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사와 장관이 의논해 달라"고 주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사기로, 그것으로 사기가 죽어서야 쓰겠느냐"고 말해 다시 한번 박수를 이끌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한.몽골 관계에 대해 "중국은 오랜 패권주의, 일본은 오랜 침략주의를 갖고 있으니까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몽골은 패권세력이 아니므로 불신, 적대감이 없으며 걱정없는 좋은 이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