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맞물려 이뤄져”
[참세상 2006-03-08 11:48]
[38여성의날] 투쟁기획단 토론회 ‘2006년 여성운동의 과제’

조수빈 기자

98주년 맞아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일인 8일에는 한국노총 및 여성연맹, ‘98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공동투쟁기획단(투쟁기획단)’ 등의 여성노동자대회 및 결의대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투쟁기획단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 힘, 전북평화인권연대, 광주민중행동, 38학생기획단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빈곤과 폭력에 맞선 공동행동”이라며 “여성가족부 출범과 5.31 지방선거 등 여성계의 관심이 제도권 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계 여성의 날의 제정 취지와 KTX 여승무원,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등 투쟁을 비추어 봤을 때 여성의 날의 주인공은 바로 투쟁에 선봉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이라고 구성 취지를 밝혔다. 투쟁기획단은 지난 3일 기륭전자 영상문화제를 시작으로 7일에는 ‘2006년 여성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의 의제가 신자유주의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슈화되고 있는 여성의제가 주류여성운동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운동은 여성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을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며 재생산에 대한 여성의 권리, 노동자로서의 여성의 권리,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들을 쟁취하는 투쟁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결합하면서 투쟁을 벌이는 과정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주류여성계의 흐름에 편입되는 일련의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과 더불어 여성노동자와 사회운동의 연대 확장을 여성운동의 과제로 제시하는 것이다.

최예륜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및 문설희 철폐연대 활동가, 이황현아 노동자의 힘 회원이 참석해 여성의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비정규직보호입법안이 여성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을 심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따른 노동조합에서의 여성운동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또한 정금자 서울대병원 간병인노조 지부장 및 이덕순 여성연맹 부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현장에서의 실질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의 출산통제 정책, 노동유연화 전략과 맞물려

▲ 최예륜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최예륜 활동가는 출산통제정책이 노동유연화 전략과 맞물려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음을 지적, “정부가 이야기하는 직장과 가정의 양립 방안은 현 신자유주의 정책을 유지하고자 하는 계급관리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가족 내 보살핌의 일차적 책임자로 여성이라고 규정, 여성의 사회활동 및 임금노동을 부차화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으며, 오히려 세계화로 인한 불안정성과 위험의 완충지대로 가족의 기능을 강조하고 소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예륜 활동가는 또한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은 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여성은 ‘가족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사회적 책임을 떠맡는 한편 가장 유연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이에 최예륜 활동가는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은 현재의 위기담론이 700만 빈곤대중과 여성을 배제하는 현실임을 직시하고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연대와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자본주의 위기 해소의 편의주의적 공간이 되고 있는 ‘가족’을 전화시키고, 양그고하 해소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동원을 거부하고 재상산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차별적 고용구조 속에 비정규직보호법안의 허구성

▲ 문설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문설희 철폐연대 활동가는 지난 27일 정부가 처리한 비정규보호법안에 대해 “여성 비정규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노동통제 강화, 노동기본권의 무력화와 저임금 장시간 등에 시달리게 되는 현 상황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제 파견 여성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적용 받기가 쉽지 않은데, 차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업주가 다른 경우에는 비교의 대상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설희 활동가는 “아주 소수의 남성 정규직관리자와 이들의 지휘감독을 받는 다수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간에 근로조건의 차별은 성차별적 고용구조의 전형”이라고 꼬집고 “비정규직보호법안은 결코 차선이 될 수 없으므로 비정규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규탄, 법안 철회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설희 활동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보호 개악 과정에서 발생했던 성차별적 정리해고와 여성의 비정규직화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노사간, 노정간 타협의 결과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실상을 알리고 노동자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데 여성운동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의 대응, 여성주의 운동의 불굴의 저항이데올로기와 접합해야

▲ 이황현아 노동자의힘 활동가
이황현아 노동자의힘 활동가는 “여성노동운동이 생존권, 노동권 투쟁이라는 현실문제에 대해서 운동사회의 연대가 가능한 반면, 여성운동의 이슈 가운데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주류여성계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 노동조합 운동에서의 여성운동의 과제 및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의견을 개제하였다.

이황현아 활동가는 노조운동에서 여성운동 쟁점을 △여성독자노조의 출현과 성과 △여성노동자운동과 주류여성계의 연대문제 △노조운동에서 여성운동 전략 △빈곤의 여성화와 맞서 싸우는 노조운동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 △여성의 정치세력화 등 총 6가지로 꼽으며 “여성노동자들은 새롭게 제기되는 사회 문화적 섹슈얼리티 이슈,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 통제, 과학기술진보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여성의 신체 없는 기관들, 빈곤과 폭력, 가족형태에 대한 문제제기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황현아 활동가는 “여성주의 운동은 근본적인 억압에 대한 저항,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이러한 여성주의 운동의 불굴의 저항이데올로기와 접합해야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여성 주체를 형성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황현아 활동가는 △신자유주의 여성정책 비판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통제권 △여성노동권 쟁취와 재생산노동의 사회화전략 △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 △여성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확장 등을 총론적 과제로 제시하고, △운동사회 성폭력 철폐 △여성노동자운동의 성주류화전략 극복 △국가와 자본의 노동력 관리에 대한 지속적이 개입과 투쟁 △다양한 가족형태, 성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등 인정투쟁 등을 구체적 요구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한편 토론자로 나온 정금자 지부장은 “간병인의 경우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이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진행되어야 하나 정책의 직접 당사자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은 채 추진돼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덕순 부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투쟁에서의 소회를 밝히며 “여성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여성이 많다”며 “투쟁에 있어 최저임금 투쟁의 당사자가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의 태도는 강건너 불구경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의 투쟁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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