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일 (금) 15:28   오마이뉴스
"강제추방이 이주노동자 죽음 불렀다"
[오마이뉴스 이철우 기자]
▲ 샤킬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수원출입국 앞에서 열린 '강제단속저지와 쿠스쿤 셀림 사망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006 이철우
미등록 이주노동자(쿠스쿤 셀림·터키·27)가 지난 27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수원출입국)에서 '보호' 중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경기지역 인권·노동·시민단체들이 모여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강제단속 중단'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들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제단속저지와 이주노동자 쿠스쿤 셀림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2일 수원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스쿤의 죽음은 신자유주의 비인간성과 정부의 인간 생명에 대한 안일함,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관료의 무책임 때문"이라며 '단속과정에서 죽어간 모든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죽음, '자본의 자유'가 저지른 야만"

대책위는 "정부와 자본은 노동유연성의 이름으로 '자본의 자유'를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시켰듯 암묵적으로 '불법체류자'를 늘려왔다"며 "일회용으로 실컷 이용하다 불법이란 낙인을 찍어 짐승처럼 잡아 보내버리는 것은 '인간사냥'이며 '노동의 자유'는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소위 '불법체류자'가 이미 전체이주노동자 40만의 절반을 넘은 것을 거론하며 "모든 단속과 산업연수제, 고용허가제는 무용지물"이라며 "'자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간사냥이라는 '야만'이 저질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쿠스쿤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사킬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주노동자들은 이 땅에서 누구보다 피땀 흘리며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다"며 "일을 하고 임금도 받지 못하고 강제추방을 당하고 있는 현실은 이주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문제이고 노동시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킬 직무대행은 "한국 노동자들도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나라 가서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와 똑같은 일을 한국 사람이 당하면 어떨지 생각해 달라. 당당히 일하고 당당히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수원출입국사무소 문용인 소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하고 "쿠스쿤씨를 비롯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강제단속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 ▲정부 책임자 공식 사죄 ▲수원출입국관리소 책임자 처벌 ▲쿠스쿤씨에 대한 책임 있는 보상 등을 요구했다.

수원출입국 소장 "현행법상 보상대책은 없어...국가상대로 소송 권할 생각"

문용인 수원출입국 소장은 "단속·보호과정에서 사고가 생겨 돌아가시게 돼 안타깝다"며 "돌아가신 분에게 상당한 보상이 주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지만 현행법상 정부에 결정적 책임이 없는 이상 보상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유가족에게 연락해 장례절차에 협조해 달라고 터키대사관에 연락해 놓았고 필요하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권할 생각"이라며 "사무소 차원에서도 조의금을 걷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출입국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는 하루에 단속을 얼마나 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지금은 실적위주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큰 사무소에 몇 명, 작은 사무소는 몇 명 하는 식으로 지시가 있긴 했지만 그것으로 문책을 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쿠스쿤씨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발안에서 법무부 직원에게 붙잡혀 수원출입국에서 조사를 위해 '보호' 중이었으며, 27일 새벽 4시 30분 한 뼘(19cm) 남짓한 채광창을 통과해 유리를 깨고 6층(18m)에서 뛰어내려 골반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출혈과다로 끝내 숨졌다.

수원출입국에서는 쿠스쿤씨 외에도 2005년 10월 중국 국적의 40대 여성 이주노동자가 4층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어 관리 소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당시 수원출입국 직원들은 유족에게 조의금(450만원)을 걷어 전달하고 장례비와 병원비도 사무소에서 부담한 바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해 '명시적인 법 근거도 없는 무차별 강제단속과 연행'을 비롯한 출입국 단속과정의 비인간성과 비적법성, 후진성, 야만성을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 쿠스쿤 씨가 27일 뛰어내린 수원출입국 관리소. 6층 유리가 깨져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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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수쿤 씨가 뛰어내린 수원출입국 건물 뒤편에는 유리 파편이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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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 방송국 한 여기자가 쿠스쿤 씨가 빠져나갔다는 채광창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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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수원출입국 앞에서 ‘강제단속저지와 쿠스쿤 셀림 사망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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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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