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6-03-02 14:09]
법무부가 연이은 악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마침 사고가 터진 곳은 교정국·출입국관리국 등 그간 검찰국·검찰청에 눌려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정작 국민생활과는 훨씬 밀접하게 연관된 부서들이다. 하필 천정배 장관이 인권국 신설 등 인권보호 개선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직후라 문제가 더욱 심상치않다.

법무부를 가장 긴장시킨 것은 성추행 의혹사건이다. 지난달 19일 서울구치소에서 한 여성 재소자가 자살을 기도했는데, 그에 앞서 담당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구치소는 처음엔 “상담 과정에서 손을 잡은 정도”라고 해명했으나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교정청의 자체조사 결과 엉덩이·가슴을 만지고 입맞춤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교도관은 “출소한 뒤 나와 사귀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이어 군산교도소도 성추행 시비에 휩싸였다. 여성 재소자들이 “구내식당 등에서 작업할 때 교도관이 신체접촉을 시도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결국 법무부는 부부장급 여성 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7일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터키인 불법체류자가 6층 조사실 창문을 깨고 15m 아래 화단으로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터키인은 2004년 3월 3개월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뒤 경기도 화성 일대 공장에서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인간사냥’처럼 펼쳐지고 있다”며 비난에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청송제3교도소(옛 청송보호감호소) 수용자 수십명이 단식투쟁에 벌인 것도 골칫거리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보호감호제를 규정한 사회보호법이 폐지됐으니 빨리 석방시켜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사회보호법 폐지 경과규정에 ‘이미 보호감호를 선고받은 이들에 대한 집행은 계속한다’고 명시돼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청송제3교도소엔 사회보호법 폐지 이전 보호감호를 선고받은 69명이 수용돼있다.

꼬리를 무는 악재에 법무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그간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쪽에 많은 관심을 갖다보니 구치소·교도소나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업무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자책도 나온다. 재야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적 선전·홍보에만 치중하지 말고 재소자 관리나 불법체류자 단속 같은 가장 기초적인 활동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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