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서 신나치-반인종주의, 충돌
[오마이뉴스 2006-02-27 09:07]
[오마이뉴스 김명곤 기자]
▲ 신나치 시위대원들의 시위를 이중 삼중으로 보호하고 있는 경찰. 선그라스를 낀채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기자를 바라보는 경찰의 모습이 매섭게 느껴진다.
ⓒ2006 김명곤
2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신나치주의자들(neo-Nazi)과 이에 대응한 반인종주의시위대원들간 시위로 1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오렌지카운티 경찰당국에 따르면 체포된 17명은 모두 반인종주의 시위대원으로 14명은 외부에서 온 반 파시스트 및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멤버였다. 이들은 무질서 행위 및 마스크를 착용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신나치주의자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단체로 미 전역에 여러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백인에 대한 범죄에 항거한다는 명분으로 타인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의 시위는 이날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올랜도 다운타운 처치스트리트 인근 파킹랏에서 시작됐으며 중무장한 기마경찰과 경찰 기동타격대 400여 명은 시위시작 1시간 전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신 나치주의자들 "백인들이여 단결하라!"

▲ 복면을 쓴 반인종주의 시위대원들이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찰에 제지에 나서고 있다.
ⓒ2006 김명곤
▲ 아프리카 북을 두드리고 있는 청년.
ⓒ2006 김명곤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20분 전, 반인종주의 멤버들로 보이는 20여명의 복면 시위대원들은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처치스트리트 파킹랏에 서 있던 신나치 그룹 멤버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것을 본 말을 탄 경찰들이 이들을 향해 돌진했고 이후로 본격적인 시위가 벌어질 때까지 이들과 경찰간에 밀고 밀리는 일진일퇴가 거듭됐다.

예정보다 20분 일찍 시작된 이날 시위는 30여명의 신나치주의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1000여명의 반 인종주의 시위대원들간 입씨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위가 진행되며 폭력 일보직전에 이를 정도로 공방이 격렬해져 경찰이 제지에 나서야 했다.

나치제복과 완장을 찬 신나치주의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백인들이여 단결하라"(Whit people unite!)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길 건너 반대편에서는 지역 반인종주의 단체들과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들이 이들을 따르며 "범죄는 피부색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 "인종차별의 유산이 계속되고 있다" 등의 플래카드 등을 들고 야유를 퍼부었다. 어떤 청년은 아프리카 북을 들고 나와 신나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칠 때마다 두들기며 방해를 했다.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흑인 거주지역에 이르자 이곳저곳에서 흑인 주민들이 튀어 나오며 합세했다. 일부 흑인 청소년들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차도로 뛰어 나와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며 "오하이오에서 본 맛을 이곳에서도 보라"며 소리를 질렀다.

▲ 올랜도 연방법원 앞 인도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있는 '신나치 주의자들.
ⓒ2006 김명곤
▲ '나치는 꺼져라' (Nazi Go Away) 팻말을 들고 맞대응 하고 있는 '반인종주의' 시위자들.
ⓒ2006 김명곤
시위의 최종 목적지인 연방법원 앞 인도에서 신나치주의자들과 반인종주의 시위대원들은 무장 경찰을 사이에 두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는 가운데 신나치 대원들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하일, 히틀러"를 연창하며 막판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반대편에 서 있던 반인종주의 시위대원들은 일제히 "나치는 꺼져라"라며 맞불을 질렀다.

올랜도 지역에서 40년을 거주했다는 흑인 다니엘 마우리(48)씨는 "이 같은 시위가 올랜도에서 벌어졌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마치 뺨을 얻어맞은 기분"고 분노했다.

가슴에 푸른 빛깔의 '다윗의 별'을 달고 반인종주의 시위대에 참석한 한 유대계 미국인은 "정말 분통이 터지고 역겹다"며 "아무리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하더라도 이 같은 일을 백주 대낮에 벌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체류자들과 흑인 범죄가 올랜도를 움직이고 있다"

▲ 신나치 주의자가 '흑인 범죄와 불법체류자가 올랜도를 움직이고 있다' (Black crime and illigal immigrants are running Orlando.)는 뜻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06 김명곤
그러나 시위를 벌이던 신나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시위가 범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보다 안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욱 강력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날 시위 중에 들고 있는 피켓에는 "불법체류자들과 흑인 범죄가 올랜도를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오하이오 톨레도에서는 신나치시위대와 이에 대응하는 그룹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흥분한 반인종주의 시위대원들이 경찰에 돌을 던지고 가게를 불태워 폭동상태에 이르렀다. 이 사고로 12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고 100여명의 시위대원들이 체포됐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올랜도 시위에서 경찰은 작은 손가방조차도 일일이 검사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시위에서 25일 오후 현재 경찰과 시위대원들 가운데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회에선 기도회로 시위 대응

▲ 미처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한 카메라맨들이 아예 하이웨이 시멘트 둑에 올라가 촬영하고 있다.
ⓒ2006 김명곤
한편 긴장된 가운데 벌어진 이날 시위와는 달리 흑인 밀집 유적지인 이튼빌시의 흑인 교회 등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얼마 전 작고한 코렛타 스콧 킹(마틴 루터 킹 목사 부인)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렸다. 또한 게리 시플린주 상원의원도 시위 시작 한 시간 전에 약 40여명의 지역 목회자들과 기도모임을 열었다.

이번 시위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난데 대해 중앙플로리다대학(UCF) 스페셜 프로그램 드릭터인 레딕은 "경찰과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안, 유대인들 모두의 자제와 협조가 이루어낸 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플로리다 지역 주민들이 성숙해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십 명의 보도진들이 몰려들어 양측간의 시위 취재에 열을 올렸다.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공중에서는 경찰측 정찰기와 텔레비전 방송 중계용 헬리콥터 5대가 시위지역 주변을 돌며 현장을 중계했다.

오렌지카운티 경찰당국은 시위 수일 전부터 주민들에게 당일 시위지역에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올랜도 다운타운을 비롯한 시위대 통과지역은 교통이 전면 통제되어 대부분의 업소들은 휴업했다.

처치스트리트 파킹랏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는 주로 흑인 슬럼가와 홈리스들의 생활공간인 워싱턴 스트릿, 패러모어, 리빙스턴 지역을 돌아 연방 법정 건물 앞에서 끝을 맺었다.

덧붙이는 글
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Koreaweeklyfl.com)에도 실렸습니다.


기자소개 : 김명곤 기자는 재미 언론인으로 이민자들이 타 문화권속의 변두리인이 아닌 창조성 있는 선구자로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