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비정규 외치는 민주노총에 희망은 없다"
[레이버투데이 2006-03-01 10:13]
                                   
                                  “비정규법 투쟁 등 당면한 이 위중한 시기에…” 지난 10일과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발언에 앞서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했지만, 실제 비정규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단 한마디의 발언도 할 수 없었다.

900여명의 대의원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할당된 대의원 수는 30여명, 전체 대의원 수의 3% 정도에 그치는 비정규 대의원들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혁신’이 없는,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비정규직’을 말하지 않는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의 희망이라고 이야기하던 그 민주노총이었냐며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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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회가 끝난 직후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창피하고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정부여당이 비정규법 강행처리를 운운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를 구성하든지 아니면 분명한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해 850만 비정규노동자들의 희망으로 민주노총이 다시 서는 자리가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선거에만 올인하고 있으니 한심 그 자체다. 더이상 희망이 없다.”

유재운 애니메이션노조 위원장은 “숱하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참여했지만 이번만큼 참담한 적은 없었다”며 “도덕성 시비로 인해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더니 올해 사업계획 아니 지난해 평가조차 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이 무슨 80만 조합원들의 대표조직이냐”며 박 위원장의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노총에 ‘비정규’가 없다

36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리던 지난 10일 여성개발원 대회 예정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1시부터, 기호1번 후보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어용노조인 KT노조 소속 대의원들의 대의원대회 출입을 막겠다”면서 대회장 입구를 막고 있었다. 대의원대회는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의 자격 문제로 회순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결국 막을 내렸다. 임원 보궐선거는커녕, 이날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고난한 비정규투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였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마저 총사퇴했다. 10시간 동안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이날 한 일이라고는 2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자고 결정한 것뿐이다.

정의헌 전국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단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그의 말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1970년대 학생운동사의 한 획을 그었던 ‘77년 4월 서울대 시위’를 주도했던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경기도 안산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1987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 왔다. 30여년의 숱한 위기 속에서도 한결같이 현장을 지켰던 정 의장은 “노동자 계급은 이제 뼈아픈 자기 각성과 단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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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조 설립 이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처음 와봤다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와 관련, 이렇게 말했다. “10시간이 넘도록 계속되는 회의시간 내내 지칠 줄 모르는 대의원들의 열정(?)을 보고 처음엔 그저 놀랐다. 비표를 들고 발언을 하는 대의원들 모두가 ‘비정규법 투쟁에 당면하고 있는 이 위중한 시기에…’로 발언을 시작하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라치기는 언론이 호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자 그의 눈에도 대의원들의 발언이 어떻게 하면 선거를 자기 조직에 좀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구실찾기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실제로 이날 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2월 비정규법과 관련한 투쟁 논의는 진행조차, 아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실망은 지난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까지 이어졌다. 지난 대의원대회의 파행으로 이날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대의원들의 표정은 반드시 ‘임원보궐선거’를 사수하겠다는 결의로 충만해 보였다. 대의원대회가 시작하자마자 참석 대의원들은 사업계획과 평가, 조직혁신안 등을 뒤로 하고 임원보궐선거 안건을 먼저 다루는 것으로 회순을 변경했다.

결국 10시간의 장시간 회의 끝에 민주노총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조준호 위원장, 김태일 사무총장, 진영옥, 김지희, 최은민, 이태영, 윤영규, 허영구 부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가 있는 대의원대회에선 선거 끝나면 집에 가는 게 대의원대회의 ‘관례’다. 사실 선거안건의 회순을 앞으로 당긴 건, 다른 안건은 처리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선거만큼은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이날 대의원대회에 참여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노총 10년의 역사에서 사업평가와 결산에 앞서 선거부터 치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훈배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현재의 민주노총 실력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다들 비정규직 투쟁을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정파간 이해의 득실에 따라 지도부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며 민주노총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비연의 공식추천을 받아 민주노총 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남신 서울비정규연대회의 사무국장 역시 참담하다는 말로 대의원대회 평가를 대신한다. “전비연 후보가 떨어졌다는 점뿐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부터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 대의원대회였다. 말로는 전체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이라고 이야기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을 외치면서도 결국 의사결정구조 속에서는 정규직,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느냐.”

이 사무국장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물론 비정규할당, 직선제 등에 대한 논의가 선거과정에서 이야기되면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고민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대마저 접게 만든 씁쓸한 대의원대회였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유세를 진행했다. 선거기간 내내 ‘자신을 뽑아달라’고 부탁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구조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워줄 것을 당부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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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비정규 노동자들이 본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선거를 취재하면서 대부분의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 및 노동자들은 ‘할 말이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는 무관심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정부여당의 계속되는 비정규법 강행처리 의사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80만 조합원의 대표조직인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하루 빨리 조직을 정비해 투쟁에 나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대의원대회 속에서도 민주노총은 비정규법과 관련한 원칙적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투쟁계획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어쨌든 숱한 우여곡절 끝에 신임지도부가 선출되고 민주노총은 지금 조직정비에 분주하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남신 사무국장은 “위기의 민주노총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위시한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들을 민주노총이 제대로 대표해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특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총의 정파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것이 주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임지도부는 이러한 정파갈등을 단순히 봉합하는 것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내부적 단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비정규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당장 정부여당의 법안을 저지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꿸 수는 없지 않는가. 현안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서 급급하게 쫓아가기보다는 집중해야 할 과제를 잘 선정해서 현장으로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규법이 당장 통과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죽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내부의 민주적 단결과 혁신과제들을 수행하지 못하면 비정규법안을 막더라도 민주노조운동은 결국 희망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이남신 사무국장의 말에 서훈배 학습지노조 위원장 역시 동의를 표시했다. “신임 지도부는 선거결과에서 논란이 됐던 내부적 문제들을 하루 빨리 추스르고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투쟁하고 있는 현장을 조직해냈으면 좋겠다. 그 길만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민주노총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결같이 더이상 민주노총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비정규 노동자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다시 한번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들의, 이땅 노동자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각 현재에도 공장에서 쫓겨난 비정규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공장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며 투쟁의 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안타깝다, 그러나 전비연은 아니다?"
민주노총 정파구조가 이남신 후보의 낙선 원인?
지난 21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던 날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 의장 구권서) 대표자들은 민주노총 임원선거 결과가 나오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조직투표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4~5년간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열심히 연대했고, 또 각 정파를 떠나 비정규직 투쟁만큼은 누구보다 앞장서 왔던 전비연에서 공식추천한 후보가 낙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전비연 대표자들뿐만 아니라 이날 선거결과를 주시했던 각 조직에서도 ‘안타깝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등으로 대부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전비연이 공식추천한 이남신 민주노총 부위원장 후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이남신 후보가 받은 표는 과반수에서 12표 부족한 332표(48%). 투표용지 검수를 맡았던 전비연 대표자들의 말에 따르면 “기호2번 후보진영의 대의원들 대부분은 7명의 부위원장(여성할당 포함) 중 자기 조직의 부위원장에게만 투표했다”며 사실상 기호2번 진영으로부터 이남신 후보가 배제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인 기호2번을 찍었지만 이남신 후보를 찍지 않았다고 밝힌 금속산업연맹 소속의 한 대의원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해결과제로 불거진 지금, 비정규직 부위원장 후보가 출마한 사실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이 있는데 ‘전비연’의 공식추천을 받아 출마했다는 것은 또다른 ‘정파’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 금속산업연맹을 비롯해 각 연맹별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주요사업계획으로 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특성화시켜 후보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이 가장 잘 아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전비연조차도 이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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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아닌 전비연의 낙선


그러나 이러한 이유보다도 사실 조직적 이유가 더 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대의원의 말이다.


“이남신 후보를 잘 알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그동안 사업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참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명히 대의원들은 이남신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전비연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여당의 비정규법을 저지하기 위해 전비연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린우리당 점거농성,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등 고강도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과정에서 선거중단을 주장하는 모습은 옳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풀어 설명하면, 3~4년간 비정규투쟁을 열심히 한 전비연의 노력과 성과들은 인정하지만 선거 막바지 ‘선거중단’ 등을 주장한 것은 어느 한 조직과 연결돼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선거전략 상에도 좋지 못했다는 말이다. 좀더 정확히 ‘선거중단’을 주장했던 전비연의 모습이 기호3번 혹은 기호1번쪽과 동일시됐다는 것.


기호2번을 지지했다는 한 대의원은 전비연 자체를 직접 문제 삼았다. 그는 실제로 전비연이 현재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내에서 비정규사업이 각 연맹별, 지역본부별로 사업을 풀어가고 있는데 그 존재 자체가 필요한지도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연맹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맡고 있는 그는 “실제로 연맹 내 비정규직 사업장을 모아놓고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투쟁계획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곧바로 전비연에서 동일한 회의를 또다시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벗어나 조직하는 것도 아니고 왜 따로 진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말고도 전비연이, 이남신 후보가 낙선한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선거에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출마한 후보는 이남신 후보를 제외하고도 이태영, 권수정 후보 등이다. 부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태영 후보가 이번 투표에서 얻은 득표수는 374표(55%)로 부위원장 당선자 중 최저를 기록했다. 또 권수정 후보 역시 328표(48%)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여성할당 부위원장 중 유일하게 낙선했다.


이태영 부위원장 당선자는 선거 직후 “이남신 후보가 낙선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나 역시도 부위원장 후보들 중 최저의 득표수를 기록한 것에 보여지듯이 아직까지 정규직 중심의 대의원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932명의 민주노총 파견대의원 중 비정규직노조 소속 대의원은 약30명 정도로 3%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의 최대 과제로 부각됐지만 여전히 의사소통 구조 속에서는 그만큼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즉, 정규직 대의원들의 손으로 뽑혀지는 민주노총 임원선거, 그들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정규직 부위원장이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인터뷰> 구권서 전비연 의장
"전비연에 대한 평가는 겸허히 받겠다" 
비정규투쟁과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의 길에 복무할 터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에서 조준호-김태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정회시간에,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구권서 의장과 유재운 부의장이 대회장 앞쪽 마이크를 잡고 전비연 공식후보인 이남신 후보의 낙선에 대해 대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의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 구권서 의장<사진>은 지난 23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정파선거라고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에 나서겠다는 부위원장 후보까지 정파적 잣대로 잴 줄 몰랐다”며 “이남신 후보의 낙선은 개인의 낙선이 아니라 전비연을 낙선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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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후보가 전비연 부위원장 후보로 공식출마를 결정하기까지 사실 그 뒤에 전비연 대표자들의 끈질긴 설득과정이 있었다. 특히 구권서 의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풀 수 있다는 사고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을 가장 잘 드러낸 이랜드노조의 투쟁만큼, 또 그 투쟁에 함께 했던 이남신만한 후보감이 없다고 생각해 설득하고 또 설득해 출마시켰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구 의장이 표시한 당혹감은 전비연 대표자들 역시 동일했다. 전비연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정규직-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을 외치고 실천에 온 전비연에 대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들의 평가라는 점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이남신의 낙선이 아닌 전비연의 낙선이라고 밝힌 것.


그러나 구 의장은 “좋든 싫든 전비연 추천 후보가 낙선했다는 책임의 분명한 일 주체는 전비연 스스로이며, 낙선에 대한 참담하고 비통한 심경에도 불구하고, 전비연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의원들의 평가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정부여당이 비정규법 강행처리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가 요구한 원청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 등 비정규권리보장입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이남신 후보가 내세운 비정규투쟁의 전략참모부 건설과 당·의원실·민주노총·전비연을 아우르는 입법투쟁기획단을 구성해 1,360명에 달하는 비정규 해고자들의 중앙집중투쟁 및 지역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에 희망을 주는 투쟁을 올해 주요사업으로 기획,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 비정규노동자 투쟁선포식을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 전비연은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계기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의 과제에 대해서 비정규노조들 역시 앞장서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비정규투쟁’과 ‘혁신’이 과연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비정규투쟁으로 하나가 되는 단결의 과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광범한 평가와 토론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마영선 leftsu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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