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하고 건보혜택도 못받아…''G-1비자'' 불법체류 양산
[세계일보 2006-02-02 02:15]

        
        
        
        
                
        
        
방글라데시인 L(35)씨는 한국에 있는 동생(29)의 간병을 위해 6개월짜리 ‘G-1비자’를 받아 지난해 11월 입국했다. 동생은 5년 전 경기 부천의 한 염색공장에서 일하다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로 척추 손상 등 크게 다쳐 치료 중이다.


형제는 그러나 생활비 부담에 걱정이 태산이다. G-1비자로는 취업을 할 수 없어 동생이 받는 매달 70만원가량의 산재 보상비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 L씨의 동생은 “형은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아 한두 번 비싼 병원 치료비와 약값을 치른 뒤로는 아파도 그냥 참고 지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치료나 임금체불 소송 등 불가피한 사유로 G-1비자를 받아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가 다른 합법 체류자와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기타 자격’ 비자로 불리는 G-1비자는 영주나 취업 등 일반 체류자격 대상에는 해당이 안 되지만 이들 형제처럼 불가피한 사유로 머물러야 할 경우 사유가 해결될 때까지 내주는 비자다. 보통 3, 6개월 단위이고 연장도 가능하나 이 기간 취업은 금지되며 적발될 경우 바로 추방된다.


지난달 고국으로 돌아간 우즈베키스탄인 B(48·여)씨는 당초 2005년 초에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니던 의정부의 한 의류공장 사장이 임금 500만원을 안 줘서 소송을 하느라 G-1비자를 받고 출국 날짜를 6개월 뒤로 연장했다. 그런데 임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일도 하지 못하자 B씨는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결국 밥벌이라도 하려고 식당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 법원 명령으로 체불임금을 받은 뒤 고향으로 갔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국내 G-1비자 소지자는 2915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산업재해나 체불 임금소송 등 불가피하게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취업 금지는 물론 산재보험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다. 취업 금지로 직장 의료보험 가입자가 안 되는 만큼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국민건강보험법상 체류자격이 D(유학, 연수 등), E(교수, 전문직 등), F(방문, 거주 등) 계열 비자여야만 지역의보 가입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의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의보 혜택을 주고 있는데 G-1비자 소지자는 규정상 가입자 자격에 해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엄격한 제한들 때문에 아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포기하고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적지 않다.


4년 전 입국한 중국인 C(45·경기 양주 거주)씨는 2005년 8월 합법적인 체류기간이 끝났으나 체불임금(700만원) 소송 때문에 3개월 체류가 연장된 G-1비자를 받았다. C씨는 그러나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석달이 지났지만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지낸다.


적발돼 쫓겨 나더라도 당장 먹고 살아야 할 형편에 일자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성환 상담간사는 “G-1비자가 지나치게 제약이 많다 보니 합법 체류보다는 불법 체류자의 길을 선택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며 “체류기간이 끝나 떠나고 싶어도 불가피하게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할 경우는 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 주소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OD&office_id=022&article_id=0000144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