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계엄령 선포 맞서 왕정 타파 운동 '활활' 아시아 각국에서 국제연대 공동행동 집회 열려

강성준

국왕의 퇴진과 군주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막기 위해 네팔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네팔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1일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조합, 주한네팔공동체 등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팔 국왕의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했다.

네팔은 1996년 마오주의자들(NCP-Maoist)이 입헌군주제의 철폐와 경제적 평등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시작한 이래 정부군과 무장투쟁 세력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현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 2001년 6월 당시 국왕이었던 비렌드라와 왕비 아리슈와랴, 왕세자 디펜드라 등 7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하자 왕위를 이어 받은 인물. 지난해 2월 1일 갸넨드라 국왕은 국영텔레비전 방송에 갑자기 출연해 당시 듀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반군의 무장투쟁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혼란만 키웠다며 "민주주의와 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내각을 해산시키고 향후 3년간 자신이 직접 국정을 관장하겠다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요 정부기관에는 군인들이 배치되었고 언론에는 사전검열 조치가 내려졌다.

현 국왕의 퇴진과 사실상 왕정인 입헌군주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세력은 이후 1년 내내 투쟁을 이어 왔다. 지난달 19일 네팔의 7개 야당으로 구성된 국민행동협력위원회(CPMCC)는 "독재를 중단하라, 우리는 민주화를 원한다"며 총파업을 시작으로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전국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이에 정부는 야당 지도자와 노동조합 활동가 등 107명을 연행하고 전화 등 외부로의 통신망을 차단했다. 이날 새벽 네팔노동조합총연맹(GEFONT)의 의장 무쿤다 뉴페인(Mukunda Neupane)과 사무총장 비노드 쉬레스타(Binod Shrestha)도 연행됐다. 정부는 국왕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20일 카트만두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야당 지도자와 학생들을 연행하는 등 탄압에 나섰다. 최근 갸넨드라 왕은 이달 8일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2008년까지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왕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폭력적인 왕이 물러나고 권력을 국민에게 넘길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는 네팔 국민들을 지지, 연대, 후원한다"며 네팔 왕정에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힌 후 근처 외교통상부 민원실로 가 기자회견문과 탄원서를 접수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실패했다.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 장창원 공동대표는 "정부는 네팔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우리 입장을 우편으로라도 보내고 일본 주재 네팔대사관에도 현지 사회단체를 통해 같은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참가단체들은 △네팔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가두 캠페인을 매달 진행하고 △현지 민주화운동 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의 밤 등 모금활동을 벌이며 △네팔 현지로 인권감시단을 파견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날 시위는 비상사태 선포 1년을 맞아 태국, 스리랑카 등 아시아 각국 주재 네팔 대사관 앞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인권하루소식 제 2982 호 [입력] 2006년02월02일 7:4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