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구멍'
부상 등 이유 임금 못받고 쫓겨나기 일쑤
근로기준법 적용 안돼 체임에 속수무책


스리랑카인 S(25) W(24)씨는 지난해 10월 고용허가제에 따른 농축산업 종사 이주노동자로 국내에 입국, 부산의 한 미나리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한달 뒤 S씨가 비닐하우스 작업 중 다치면서 산산이 깨졌다. S씨는 비닐하우스 위에서 떨어져 1주일간 병원에 입원했고, 농장 사업주는 즉시 이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업주는 또 S씨의 병원비로 100만원가량이 들자 이들에게 임금도 주지 않았다.

이에 S씨 등은 11월23일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센터측은 사실관계 조사 등을 이유로 기다릴 것을 요구했다. 이 때부터 이들 이주노동자는 숙소가 없어 지하철역을 떠돌며 살았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은 고용안정센터에 항의했고, 센터측은 12월14일에야 사업장 변경신청을 접수했다.

힘들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졌지만, 이들에게 더 큰 문제가 들이닥쳤다. 겨울철이라 농업종에는 일자리가 없고, 축산업종에는 돼지 주사놓는 일이 간혹 있지만 무슬림인 이들에게는 불가능했다. 농축산업 종사자 신분이라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등에는 아예 취업이 금지됐다. 농장에서 밀린 임금을 받으려 해도, 농업종은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에서 제외돼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지난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1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을 밟았지만, 이들 중 농축산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미등록 체류자로 남기도 한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농업종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겨울철을 맞아 부산 경남 경기 충남 등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업종을 선택하지도 못하고, 일하게 될 업종도 모른 채 입국하지만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번 정해진 업종은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축산업종 이주노동자들은 문제가 생겨도 재취업을 못하거나, 자국으로 쫓겨나기 일쑤다. 또 농축산업종은 근로시간 휴일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대부분이 4인 이하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혜택도 없다.

부산외국인인권모임 유선경 의료팀장은 "노동부가 실시하는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시키고,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 체류를 부추기는 등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며 "업종별 정원 관리가 문제라면 노동자의 업종 이동을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고용허가제 신청 사업장 수를 제한하는 등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pearl@kookje.co.kr

권혁범기자 pearl@kookje.co.kr

기사등록일자 [2006/02/05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