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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불법체류자 취업알선 브로커 조직이 위조한 외국인 등록증.(장규석기자/CBS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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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CBS 노컷뉴스

고용허가제 1년…불법체류 늘고 전문 브로커 활개
고용허가제도 제 기능 못해 산업계 현실 반영 시급

  
오는 16일이면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된 지 만 1년이 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수가 오히려 늘고 있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전문 브로커 조직도 활개치는 등 고용허가제가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허가제 도입 만 1년

우리나라는 과거 노동력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이제 노동력을 수입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지난 6월 외국인력의 숫자는 모두 35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 2천4백만명의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는 외국인 근로자가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신분으로 취업하다보니 심각한 인권침해가 문제가 됐고, 연수회사를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문제도 생겼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8월 17일 고용허가제를 본격 시행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외국인들도 합법적으로 근로자의 신분을 취득해 우리나라에서 근로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기업들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돼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불법체류자 숫자는 오히려 늘어

당시 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와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을 1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외국인력은 35만5천명으로 이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전체의 55.5%인 19만 7천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불법체류자가 최대규모에 달한 지난 2003년의 23만명 수준에 거의 육박하는 것으로, 강력한 단속으로 조금 주춤하는 듯 했던 불법체류자 숫자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게다가 이달말이면 2003년 합법화 조치로 구제받은 2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기간이 모두 만료되는데, 실제로 이들은 합법체류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귀국할 가능성이 적어서 불법체류자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불법체류자 전문브로커 조직도 활개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면서 전문적으로 불법체류자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브로커 조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5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불법체류자들의 고용을 알선해 주는 불법브로커 조직을 운영한 한 러시아 인을 적발했는데 이번에 적발된 조직은 기존의 브로커 조직과 달리 아예 불법체류자를 10여명씩 한조로 묶은 일종의 전문적인 인력시장을 형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러시아인 브로커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불법체류자들을 모집해 비밀리에 연락망을 만들고 근로자가 필요한 영세업체의 연락을 받아 인력을 공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담당한 사하경찰서 외사계 최창수 계장은 "조직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10명이 한조로 일종의 피라미드식으로 운영됐는데 브로커들은 불법체류자들에게 조직을 이탈할 경우 관계기관에 신고해 추방시키겠다며 협박해 3-4년간 조직을 유지시켜 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등록증까지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주로 컬러복사기를 이용하거나 등록증의 비닐을 벗겨서 사진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위조된 등록증의 경우 "외국인들의 얼굴이 비슷비슷해 식별이 어렵고 법무부의 외국인 기록이 경찰과 교류가 안돼 검문으로도 위조여부를 감별해내기 힘들다"고 최계장은 털어놨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전문 브로커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한 러시아인 브로커의 장부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고용허가제도 산업계 현실 반영해야

불법체류자 증가에 이들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전문브로커 조직까지 활개를 치는 등 고용허가제 실시 1년의 결과를 두고 보면,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고용 합법화를 통해 불법체류자 고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허가제가 현재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되고 있어서 아직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의 요건이 까다로와 기업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고용을 꺼리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외국인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고용허가를 통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 내국인과 비슷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기업들이 고용허가제 활용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과 경남 양산 일대의 영세기업체들은 수주물량이 들쑥날쑥해서 인력이 필요할때와 그렇지 않을때가 수시로 바뀌는데 이들 기업들은 외국인을 1년씩 고정적으로 월급을 줘가면서 채용하는 것보다 브로커를 통해서 불법체류 근로자를 불러 필요할때만 일을 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불법체류를 줄이고 기업의 외국인 노동자 합법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고용허가제도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

고용허가제가 제 취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같은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일선기업의 중론이다.

CBS부산방송 장규석기자


최초작성시간 : 2005-08-09 오전 10:45:04
최종수정시간 : 2005-08-09 오전 10:4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