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몽골의 한국 짝사랑

[매일경제 2006-05-09 17:17]  




짝사랑이란 항상 있게 마련이다.
한쪽에서 좋다고 달려들면 한 번쯤은 발을 빼보는 게 본능이다. 남녀간에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국가간 관계에서도 비슷하다.

몽골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곳곳에서 곤혹스러운 질문에 맞닥뜨렸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 불법체류자 문제다.

올해 1월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인은 공식적으로 2만5000여 명. 그 중 1만900여 명이 불법 체류자다. 하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은 듯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몽골인들이 벌어 본국에 보낸 돈은 약 3억달러였다고 한다. 몽골 국내총생산(18억7000만달러) 대비 16%에 달하는 수준이다. 렌터카를 운전하는 사이몽 씨(50)는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중장비 차량 기사로 일해 번 돈으로 보란듯이 성공했다. 울란바토르에 아파트도 한 채 사고 승용차도 한 대 마련했다. 이러니 한국에만 가면 한몫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충만하다.

문제는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들에게 가해지는 제재다. 한국 경찰은 외모가 워낙 비슷해 구분하기 힘든 몽골인들에게 몽골말로 '허이(야)'라고 불러 뒤돌아보면 단속한다고 한다.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때 "그런 수(몽골말로 불러 뒤돌아보면 체포하는)를 쓰지 말아 달라고 노 대통령께 요청했다"고 뼈 있는 농담까지 했다.

불법 체류자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다 적발되는가 하면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

노 대통령은 "인권 침해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그래도 무제한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상황을 바꿔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떠올려 본다. 불법 체류라는 족쇄에 묶여 저임금에 착취당하고 제대로 권리 주장도 못하는 동포들이 수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몽골인들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불법체류의 정치경제학은 간단하지 않다. 경제 논리와 정치적 해법은 다르게 마련이다.

[울란바토르 = 윤경호 기자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