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위원장을 석방시킬 수 있는 투쟁은 다수로 조직된 이주노동자 대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전체 이주노동자의 1/10이라도 조직되어 출입국 앞에서 격렬한 시위라도 벌여야만 석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만에 열이라도 높아질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인권위의 판결은 현 사회의 국가기관이 아무리 ‘인권’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인권보다는 법이 위’라는 사실을 증명시켜주었고 노동자계급 그 중에서도 최하층계급이라 불리는 이주노동자들을 철저히 제외한 오로지 부르조아를 위한 국가기관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 이상이 아니다. 인권위의 판정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굴욕적이고, 이에 대한 항의를 해야 했더라면 실질적으로 석방 투쟁을 추동시킬 수 있는 힘인 이주노동자 대중들을 더 많이 조직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의도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소수의 조합원들을 제외한 다른 이주노조의 조합원들을 17일에 달하는 인권위 농성 투쟁을 통해서도 조직하지 못하였다.

명지대 액션페이퍼는 농성 기간 속에서 수차례 지적해 왔지만 농성단은 1) 애초 농성 투쟁의 목적과 수위를 정하는 과정 속에서 -인권위 결정에 대한 사과, 전원인권위원 사퇴 등의 목적들은 철저히 시민사회단체와의 합의하에 결정된 것이다- 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하기 일쑤였고 2) 실제 농성투쟁을 진행하면서 ‘농성 기간은 특수한 기간이니 만큼 지역 조직이란 말을 꺼내면서 농성에 대한 압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논리로써 가장 중요한 임무였던 현장 조합원들에 대한 조직 활동을 방기했으며 3) 인권위가 갖고 있는 본질-부르조아 국가기관-과, 그것이 안고 있는 이름-어찌 되었든 국민들의 인권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활용조차 하지 못한 채 인권위의 판정 결과를 전술적으로 사고한다기보다 그것의 내용 자체에만 착목한 채 적재적소에 효과적인 전술들을 배치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누구나 지적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서 싸워야만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끝까지 이끌어나갈 이주노조에겐 힘이 많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주노조의 힘을 키워나가기 위한 전제는 무엇보다 이 땅에서 노동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과, 어려운 과제이지만 단속 추방에도 굴하지 않고 이렇듯 악랄한 탄압들을 부추기는 부르조아 정부 정책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에 40만 이주노동자가 함께 싸울 수는 없더라도 노조로 조직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노동하고 있지만 이것이 단숨에 일관된 목적의식과 정치로 무장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써 조직되지는 않는다. 하기에 노동조합의 활동들을 아래로부터, 제대로 조직할 수 있는 의식적인 노동자들의 결집과 지도가 필요한 것이고 -이는 현재의 이주노조에 아주 절박하게 필요하다-, 여지껏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조직화 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이주노조의 투쟁에는 이주노조가 갖고 있는 힘이 적다해서 민주노총이나 민노당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이대로만 간다면 결국 ‘40만 이주노동자 대중들이 주체가 되어서 싸우는 것에 대한 책임회피’의 결과만을 낳을 뿐이며 ‘궁극적인 이주노동자의 해방’ 역시 쟁취할 수 없다.

자본과의 역관계에서 아주 철저히 밀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 이러한 상황들을 전복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주노동자 대중뿐이다.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인권위의 본질을 폭로하고 이주노동자의 심각한 권리 침해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것, 이를 통해 와해되고 있었던 지역 조직력을 다시금 복원해 이주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것, 농성에 들어가기 전에 합의해야 했던 목적은 이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목적은 농성을 끝낸 현재의 이주노조가 지역의 조합원들에게 선전하고 선동해야 하는 과제로 남겨져 있다.

노조로 조직되고 있는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은 대대적인 단속 추방과 지속적인 노동권, 인권 탄압에도 흔들림 없이 싸울 수 있는 이주노조의 모습을 원한다. 또한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이 끌려가고 다소 고립이 되더라도 약해지지 않고 독자적인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내걸고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지지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농성 투쟁 후에 가져야 할 전망들은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이주노조의 모습 속에서 찾아야만 한다. 액션페이퍼 역시 이후 투쟁의 분명한 전망들을 세우고 그에 따르는 계획들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면서,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 하겠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