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이 많이 늦었다는 점에서,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넷 상에서의 논쟁이 그리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시금 글을 쓰려 하는 이유는 그간의 이주노조 투쟁에 대한 진단과 이후 전망에 대한 발전적인 논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입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연대단위1인’동지의 우려처럼 ‘분열을 시도하는 행위’라고 볼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대중들의 일관된 요구에 바탕을 둔 조직된 전술로써 투쟁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편 가르기 식 분열이라기보다는 더 일치되고 단결된 투쟁을 위한 공개적이고 정당한 분열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누구든지 농성투쟁에 대한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투쟁을 지속하려 했던 이유는 어찌되었거나 인권위 결정에 대한 항의의 정당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계속 지적되다시피 지도부 및 기타 연대단위 동지들은 갖고 있는 역량 하에서 최선을 다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지역 동지들을 더 단단히 묶어내는 일에는 안타깝게도 실패했습니다. 이는 액션페이퍼 뿐만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비판해주신 ‘연대단위1인’동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피해나가지는 못할 듯 합니다.

‘연대단위1인’동지가 농성을 통해 두었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권위 농성은 소수 지도부나 연대단위들의 결의에만 의존한 채 오히려 현장 조합원들을 투쟁을 통해 의식화하고 조직하는 임무에 대한 방기를 낳을 뿐이었습니다. 역량 면에서 따진다면 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우리가 인권위에 대한 항의를 하는 것만큼의 열의를 가지고 조합원들을 조직했다면 그로부터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북극곰 동지들은 서울 지부의 동지들과 함께 일일이 호별방문을 다녔고, 노학연 동지들은 경기 중부 지부를 다니면서 농성 투쟁에 대해 알려나갔던 바 있었습니다. 저희는 농성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노대회 등의 집회에 참여한 이주 동지들이 그 집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거나, 농성이나 이후 투쟁에 있어 평가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어디까지나 동지처럼 ‘현장의 동지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말하게 하라’든지, 혹은 ‘그렇게 투쟁하는 것은 대리주의다’라는 식의 비판으로써 철저히 묵인되었을 뿐입니다.

농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지역 동지뿐만이 아니라 농성에 들어온 몇몇 단위들에서도 제기되고 있었으며, 그 중 몇몇은 이에 체념하기도 하고 실효성 없는 결과들로부터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농성 투쟁이 다시금 이주노동자 문제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음에도 이주노동자 대중들로부터 괴리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농성 주체들이 일상적인 조직 사업에 목적을 두지 않았고 그로부터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조직화에 명백히 타격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이 투쟁할 의지가 없어서라든지, 혹은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해도 따라주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무책임한 비판인 것입니다.

혹자는 ‘농성투쟁을 수행한 단위들의 정치적 지도력과 수행 능력에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기에 이러한 비판 역시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으나, 이는 정치적 지도력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은 채 중앙과 지역의 투쟁을 분리하는 사고 하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번 인권위 농성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현재의 이주노조 투쟁에는 이주노동자 대중을 부차적으로 치부하고, 이주노동자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정치 운동이라는 필요성을 각인시키지 않고 있으며, 결국 이주노동자 대중들을 다른 연대단위들의 정치운동에 이용되도록 방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주노조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저희들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경향들에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생각이나 태도로만 국한 지을 수 없는 이러한 정치적 경향에 대해서 동지는 어떻게 싸우고 계십니까? 입장을 내고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직 활동이지 않습니까? 도리어 이를 가지고 분열이나 불신을 조장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이주노동자 대중들을 중앙의 투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경향에 묵인하고 동조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주체의 신뢰를 높이는 것과 주체들의 정치적 지도력을 비판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 성질의 것임을 동지께서 인식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체들의 정치적 지도력을 비판하지 않는다 해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비판한다 해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책임질 수 있는 논쟁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공개적인 논쟁과 비판은 어떤 투쟁이든 마찬가지이겠으나 현재의 이주노조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중앙에서 지도하시는 동지들의 투쟁과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은 함께여야 합니다. 저희들은 지도부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지 않으며, 지도부를 비롯한 인권위 농성에 들어 온 연대단위들 모두에게 농성투쟁이 불러온 한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정치적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건설적으로 싸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동지가 진정으로 아래에서부터의 실천을 조직하고 계시다면, 저희들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것보다 그 실천을 강화하는 것으로 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