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사상 처음 확정

[프레시안 2006-01-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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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김경락/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인권과 관련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정부 인권정책에 근간으로 삼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 NAP, National Action Plan)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날 확정된 인권위 권고안은 앞으로 정부가 국무조종실 산하의 조정기구 또는 특정 정부부처를 주관기관으로 선정하면, 그 기관에서 정부의 정책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 인권 NAP 권고안은 인권위가 지난 3년 동안 준비해온 것이다. 인권위는 다양한 인권 관련 의제들 가운데 앞으로 5년간 정부가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이 권고안에 담았다.
  
  ◇인권 NAP 권고안의 구성
  
  이날 발표된 인권 NAP 권고안은 총 3부로 구성돼있다.
  
  제1부는 인권 NAP의 개요, 권고안 추진의 과정 및 방법, 권고안의 구성 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어 제2부는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집중해야 할 분야와 긴급한 구제가 필요한 분야, 당사자 스스로 의제설정이 어려운 분야 등을 기준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와 난민, 시설생활인, 성적 소수자, 새터민(탈북자) 등 총 11개 대상영역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담고 있다. 인권 NAP 권고안의 핵심적 내용은 바로 이 제2부에 담겨있다.
  
  마지막 제3부는 인권 증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제도 개선 및 보완, 현재의 인권보호 수준을 넘어 인권을 더욱 증진하는 내용, 인권교육 분야의 권고안, 국내외 인권관련 협력체제 구축 등을 중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인권 NAP 권고안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며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원칙과 방향만을 제시한다거나 많은 정책적 과제들을 평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인권 NAP 구성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주요내용 1…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11개 분야의 개선방안
  
  제2장에는 특히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새터민, 여성, 아동·청소년, 노인, 병력자, 군인 및 전·의경, 시설생활인(노숙자 포함)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판단되는 계층의 인권 보호 방안이 담겨있다.
  
  장애인 관련 권고안은 장애인 관련법 정비를 통해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와 이동권 보장, 교육권 보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재활보조기구 지원 확보 등도 핵심 추진과제에 포함됐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제한 규정 완화 △경찰서, 법원, 외국인 보호소 등 이주노동자 관련 기관에 언어지원과 상담지원 체제 구축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와 엄격한 심사절차 마련 등이 핵심 추진과제로 설정해,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첨예한 논란을 야기했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도 이번 권고안에 포함됐다. 권고안은 비정규직 사용의 남용을 해소하고 차별을 줄이기 위한 핵심 사안으로 "비정규직 고용의 사유를 예외로 제한"하여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비정규직 법안에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라는 것으로 해석돼, 정부가 사용사유 제한 없이 기간제한만으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한 그간의 주장에 대해 그 정당성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밖에 새터민이나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해서도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추진과제가 설정됐다.
  
  ◇주요내용 2…양심적 병역거부, 직권중재 폐지 등
  
  제3부에는 인권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방안들로, 자유권과 관련된 내용과 사회권과 관련된 내용 등 두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먼저 자유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 확대,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수집 제한 및 오남용 방지 등이 제3부에 포함됐다.
  
  이밖에 집회와 시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양심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 등이 적시돼있다.
  
  사회권 분야에서는 쟁의행위와 관련해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의 폐지 또는 필수공익사업장 범위의 축소,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대상의 확대,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개선 및 적용대상의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인권교육 강화를 위해 학교부문, 공직부문, 시민사회 부문 별로 인권교육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향후 일정
  
  이런 인권 NAP 권고안이 정부에 통보되면 정부는 주관기관을 선정해 그 기관으로 하여금 이 권고안을 토대로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 NAP'을 수립해야 하고, 이어 개별 정부부처는 각자 수행할 정책과제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번 인권NAP 권고안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사안은 2차 인권 NAP에 반영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인권 NAP 수립과정과 이행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장…사회적 갈등주제 광범위하게 포괄, 논란 불가피
  
  이번 인권 NAP 권고안은 최종 인권 NAP로 수립되기까지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인권 NAP 권고안이 일일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무원·교사의 정치참여 자유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호, 집시법 완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안에 대해 인권단체 등은 줄곧 이날 인권 NAP 권고안 수준이나 그 이상의 요구를 정부측에 해왔지만, 번번이 정부로부터 외면돼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권위가 마련한 인권 NAP 권고안은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기존 정부방침과 충돌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인권 NAP 권고안과 향후 수립될 인권 NAP을 두고 극심한 갈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권위는 이를 의식한 듯 "권고안 추진과정에서 국제기준을 참조하는 한편, 정부부처-시민사회-각 분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수렴과 세밀한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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