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 외국인노동자 건강실태조사
“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위협 심각”  

건강보험 가입 30% 그치는 등 의료혜택도 제대로 못 받아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이사장 권이혁)이 전북대 사회학과(책임연구원 설동훈 교수)에 의뢰, 지난해 10월24일부터 11월27일까지 이주노동자 685명과 의료기관 40곳을 대상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전국에 걸친 이주노동자 건강실태조사를 실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탐색조사는 국내 최초라고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은 밝혔다.

한국 온 뒤 5명 중 3명 “몸 아파”

한국 입국 후 아팠던 경험 (단위:%, 명)

(N) 전체(633) 합법체류(349) 불법체류(284)
있다 61.3 61.3 61.3
없다 38.7 38.7 38.7
계 100.0 100.0 100.0




이번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중 건강보험증 소지자는 10명 중 3명(30.1%)에 그쳤다. 또 한국에 입국한 후 아픈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는 5명 중 3명꼴인 61.3%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아파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횟수는 2~4번이 35.7%, 1번이하가 29.5%, 8번이상 23.4%, 5~7번 11.4%의 순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주노동자들의 가장 높은 질환은 위·십이지장 궤양이 25.1%, 고혈압 24.9%, 알레르기 18.4%, 류머티스 관절질환 12.7%, 당뇨병 10.3%의 순이었다. 이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환경이 열악하고 병원에 갈 시간과 비용의 문제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된다는 설명이다. 조사팀은 “이주노동자도 쾌적한 건강을 유지하면서 생활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며 “만성퇴행성 질환들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한 관리사업의 수립과 체계적 수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위협 심각해”

특히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정신건강조사(GHQ)과 불안조사(SAS)를 실시한 결과 이주노동자의 일반정신건강조사 평균점수는 13.56±4.37로 전남 순천 주암댐 수몰지구 주민의 평균점수 10.91±6.45보다 더 높았다. 사회 역할 수행이나 일에 대한 자신감, 문제 해결 능력 등의 부족으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안조사 평균점수는 40.26±7.93으로 역시 전남 순천 주암댐 수몰지구 주민의 평균점수 38.99±8.82 보다 높았다. “만사가 순조로울 것 같지 않다”, “머리가 아프고 목덜미가 무겁거나 허리가 아프다”, “이유 없이 몸이 약하고 피곤하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깊이 자지 못한다” 등의 불안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팀은 “한국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여러 문헌들에서도 스트레스 수준이나 불안, 우울 수준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산출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개입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돈 없고 시간 없어서 병원 못 간다”

이주노동자는 종합병원·의원 26.1%, 약국 24.5%, 의원 19.8%, 무료진료소 19.1% 등의 순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치료방법은 약물복용이 32.9%로 가장 많았으며 통원치료 31.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입원치료 15.6%, 치료받지 못함 12.8%였다.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이유로 진료비가 없거나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가 각각 43.1%, 35.4%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기검진 역시 10명 중 7명(71.1%)이 받은 적 없다고 응답했다. 무료진료소 이용 횟수는 월평균 1회(39.5%), 없음(28.7%), 2회(26.4%), 3회이상(5.4%)의 순이었으며, 만족도는 64.5%가 ‘만족하다’고 응답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료진료소 이용시 애로사항은 진료대기시간 24.7%, 재정부족 20.3%, 타 복지기관과의 연계 12.5%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이미 이주노동자 직접 대상 무료진료 등은 다양한 경로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의 이용이 원활하지 못한) 의료기관 중심으로 지원해서 의료지원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또 이주노동자 진료의 표준화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의료기관들과의 진료에 대한 각종 노하우와 경험 등 정보들이 공유돼야 하며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의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