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대한민국] ‘15세이하 불법체류’ 1년새 30% 급증


   국내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 수가 얼마인지는 명확지 않다. 부모가 대부분 단속의 눈을 피해 숨어지내는 탓에 아이들도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15세 이하 외국인 불법 체류자(불체자) 수를 통해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국내 제조업 기피현상과 고령화·고학력화 추세가 이어지고 이미 입국해 있는 불체자들의 체류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불체자 2세’의 숫자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에 없는 아이들=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4년 15세 이하 장단기 외국인 불법 체류자 수는 2만1천1백27명으로 집계됐다. 앞선 2003년에 1만6천2백86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해 사이에 29.7%(4,841명)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해외에서 태어난 뒤 국내로 입국했으나 국민처우신고 등을 하지 않은 이중국적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이 수치를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 수로 그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관계자는 “불법 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에 대한 별도의 통계는 없다”면서 “다만 장단기 불법 체류 외국인 통계로 추정할 수 있지만 이 수치에는 이중국적을 가진 아이들도 상당 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여행비자로 자녀를 한국에 데려왔다 그대로 곁에 두거나 혼인과 동거 등을 통해 아이를 낳아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 수가 추정치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불체자 2세=내국인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산업연수생과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표 참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기간이 끝나도 귀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남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들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산업연수생제도 등을 통해 입국했다 제때 출국하지 않아 불체자가 된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53.9%인 18만4천명에 달한다. 2002년 불법 체류자 비율이 79.8%(28만9천명)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2003년 35.5%(13만9천명), 2004년 44.7%(18만8천명)를 기록하는 등 불체자 비율은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더군다나 고용허가제 실시(2004년 8월17일)를 앞두고 2003년 국내의 불법 체류자 18만9천명을 한꺼번에 합법화한 것을 감안하면 불체자 문제는 ‘통계치’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반월공단의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15명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가운데 3명은 비자 만기 전 사라졌다”면서 “적발되더라도 동남아 비행기값 50만원만 있으면 귀국할 수 있기 때문에 적발될 때까지 숨어서 돈을 벌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불체자가 된 이들은 서울·경기 지역 공단을 떠나 의정부, 마장동 등 영세공장 밀집지역이나 전남, 광주 등 남부 지방까지 단속의 손길을 피해 숨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의 자녀들도 정부 당국의 손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황인찬·송진식기자 hi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