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6&article_id=0000012989§ion_id=102&menu_id=102 사람위에 있는 ‘법’

[미디어오늘 2006-02-19 00:00]  



[미디어오늘] 최근 '명확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2건의 판결이 나왔다. 이주노동자가 만든 노동조합은 노조가 아니라는 판결과 방송작가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다.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이태종)는 지난 7일 이주노동자 노조가 불법체류자가 포함된 노조설립을 인정해달라고 제출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처분 한 서울지방노동청의 결정이 위법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불법체류자는 노조를 설립할 자격이 있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불법체류자의 법적 지위는 현행법상 보장받기 어렵다.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아쉬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중 90%가 불법체류자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3D업종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있다. 방송작가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도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지난 9일 7년 동안 구성작가로 활동하다 퇴직한 김모(34 여)씨가 모 방송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구성작가는 PD등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보수결정이 개인의 경력과 프로그램의 난이도에 따라 이뤄질 뿐 근로시간과 무관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그러나 방송작가들은 섭외부터 대본작성까지 방송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책임진다. 정해진 노동시간도 없다. 야근은 물론이고 새벽에 방송사에 출근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방송작가들은 방송사에 직접고용형태가 아니라 프로그램별로 고용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책임질 의무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 퇴직금은 물론이고 대부분은 산재보험도 적용 받지 못한다. 재판부의 판결처럼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자본의 어두운 속성도 있다.법원이 현행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법이 엄격한 잣대만 제공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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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기자 herme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