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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08년 3월 4일(실무담당자 : 차별시정본부 이주인권팀 백미순 02-2125-9863)


외국인 보호정책 및 보호시설 내 처우, 아직도 개선 미흡
-인권위, 법무부에 보호 및 교정시설 내 외국인 처우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007년 6월부터 11월까지 30여명의 외부 전문가와 10개의 외국인 보호 및 교정시설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외국인 보호절차 및 보호시설 내 처우 개선과 외국인 수용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도소 내 처우 방안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는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을 계기로 보호시설 내에서의 과도한 기본권 제한 및 보호기간의 장기화 등 미등록 외국인 보호정책을 재검토하고, △천안소년교도소 천안지소가 남성외국인 전담교도소의 역할을 담당하게 됨에 따라 여성외국인 전담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와 더불어 외국인에 대한 교도소 내 처우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6개월 간 방문조사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방문조사는 8개 보호시설(화성 및 청주외국인보호소, 서울, 부산, 수원, 인천, 광주,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실)과 2개 교도소(청주여자교도소 및 천안소년교도소 천안지소)에 대해 시설조사, 보호 및 수용 외국인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 해외 관련 사례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방문조사를 통하여 발견된 구체적 문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보호시설, ‘보호’에 적합지 않아

   1) 각 출입국관리사무소 내 외국인보호실은 처음부터 주거를 목적으로 한 건물이 아니라 사무공간의 일부를 보호실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보호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게다가 보호외국인의 탈주를 방지할 목적으로 이중벽을 설치하고 외부와의 창문이 거의 폐쇄되어 있는 실정이어서 내부 환풍기와 실내조명에 의존하여 환기와 채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거나 실내조명이 충분하지 않은 시설들이 발견되었습니다.

   2) 모든 보호시설에서의 생활이 보호거실 내로 제한되고 있어 보호소 내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의료시설, 운동장, 면회실 이용 등은 보호소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고, 시설 내 비치된 도서의 선택 및 이용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정수기와 전화기가 거실 밖 복도에 설치된 많은 시설에서 는 보호외국인들이 손을 철문 밖으로 내밀어 물을 마시고 있으며, 경비근무자에게 허락을 얻어 거실 밖으로 나가서야 전화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보호시설은 가족보호시설이나 교도소 출소자 중심의 보호시설을 막론하고 일과시간 내에는 보호거실 밖으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보호외국인이 운동장과 컴퓨터실, 도서실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 안에서 보내야 하는 보호외국인을 위해 TV 시청 외에는 별다른 활동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조사대상 모든 보호실은 운동장을 구비하고 있지 않아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며, 운동장을 구비하고 있는 보호소도 매일 운동이 실시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거실 안에만 있어야하므로 두통을 호소하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

   4) 많은 보호시설에서 속옷이나 로션, 샴푸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 반입이 제한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설에서는 여벌의 속옷 반입이 허용되지 않아 보호외국인이 밤에 속옷을 빨아서 아침에 입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보호복도 여벌이 지급되지 않고 단 한 벌만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옷을 갈아입기 어려운 상태고 많은 보호실에서는 침구 세탁주기도 길어 모포 하나를 여러 사람이 쓰고 난 뒤에야 세탁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5) 대부분의 보호시설에서는 보호거실 안에 CCTV가 한 대 설치되어 있지만 일부 보호시설에서는 2, 3대가 설치되어 있어 보호외국인의 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인력이 부족한 일부 보호시설은 여성 거실의 CCTV 상황을 남성이 모니터링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6) 교도소에서는 면회 시 외국인에게 자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 수용자와 그 면회자의 경우 자유로운 면접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7) 교도소에서 외국인용 식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식단이 서구 국적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매운 음식이나 한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경우에는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외국인용 식단의 경우도, 아침과 저녁은 빵과 돈까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점심식사는 한국식 식단으로 짜여져 있고 전체적으로 식단의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어서 외국인의 식생활을 적절하게 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 ‘기본권 제한’ 엄격히 규정해야

  국가인권위는 여수외국인보호시설 화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보호 정     책 및 보호시설 내 처우의 개선 정도가 아직도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위와 같      이 보호시설에 대한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래와 같은 점을 법무부에 권고     하였습니다.

    첫째, 법무부는 단속된 미등록 외국인에게 자발적인 출국기회를 주기보다는 외국인 보호시설에 보호한 후 강제 퇴거시키고 있습니다. 현행「출입국관리법」규정에 의하면 외국인 보호는,「출입국관리법」위반사실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행정처분인 강제퇴거의 대상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등이 발부한 보호명령서에 의해 특정한 장소에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공공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무부는 그러한 요건의 해당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강제퇴거 대상자조사 과정이나 강제퇴거 집행을 위한 대기 기간 동안 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호는 신체의 자유를 비롯한 포괄적인 기본권 제한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출국권고나 출국명령 등 현재의 단속과 보호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외국인보호는 형벌적 요소가 배제된 행정작용이라고 규정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신의 자유를 제약하는 체포나 구속과 동일한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에 있어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권리보장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위원회가 이와 관련하여 이미 몇 차례 권고한 바 있지만, 현재 법무부가 마련한「출입국관리법」개정안(개정되는 법률 제명은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에 관한 법률」, 이하 “입법예고안”)에는 보호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는 자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장기보호에 대한 절차적 통제를 꾀하고 현행의 보호조치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 안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외에 이의신청절차가 지극히 형식적으로 운용되는 것에 대한 개선책이나 보호, 긴급보호 등에 대한 실질적 감독 체계 마련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외국인보호 시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권리보장 체계를 갖추도록 다시 권고했습니다.

    셋째, 보호시설에 보호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 광범위한 기본권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고, 시설 및 처우가 UN「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에 부합하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현행「출입국관리법」에는 기본권의 보장 및 제한에 관한 실질적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고 상당부분이 하위법령인 외국인보호규칙과 동 규칙 시행세칙에 규정되고 있는데, 적어도 중요한 기본권 제한은 법률사항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 ▴현재 보호외국인은 보호거실 내에서만 생활할 수 있고 면회나 의료시설 이용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이동을 허용 받고 있는데, 적어도 일과시간 동안은 운동장  및 도서시설 등의 접근을 위해 이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보호기간을 최소화하고 보호 거실마다 적정인원만 수용되어야 한다는 점 ▴보호시설의 자연채광과 환기시설, 화장실과 샤워실의 가림막 시설이 개선되고 자유로운 의복 반입과 집필권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보호외국인에 대한 징벌적 독거수용은 원칙적으로 지양하고 적어도 교도소 내 수용자에 대한 것과 같은 정도의 절차적 통제와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 ▴생활규칙 및 권리구제 안내가 고용허가제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들의 언어를 포함한 다수의 언어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은 법무부가 반드시 참고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도소 방문조사와 관련해서는,
    먼저,「행형법 시행령」제60조는 수용자를 접견하는 때에는 외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소장이 특히 허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외국인의 경우 한국어 사용 능력에 상관없이 자국어로 면회할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수용자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지 않거나 체류하고 있어도 체류자격이 등록외국인이 아니라면 수용생활 내내 외부와 접견할 기회를 갖지 못하므로 전화통화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부교통 수단임에도「수형자분류처우규칙」이나「수용자전화사용지침」은 제3급과 제4급 수용자에 대한 전화사용 규정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는 교도소장의 재량에 따라 명절이나 연말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이들에 대한 전화사용을 허용하고 있어 외국인 수용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관련 규정이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밖에 ▴수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교도소 생활안내와 고충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식생활의 특성을 고려한 식단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 ▴수용자의 출신국에 따라 다양한 언어로 된 도서가 구비되어야 한다는 점 등도 개선권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위원회는 위와 같은 점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입법예고안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위원회의 방문조사결과보고서를 각 보호소장에 발송하여 업무집행에 참고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마침.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