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대한민국]‘불법체류 2세’ 외국선 어떻게
[경향신문 2006-02-09 18:25]

무료 진료와 급식, 모국어와 현지어 교육, 직업교육 등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 2세에게는 ‘꿈’ 같은 일이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불법체류자(불체자) 부모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단속하고 있지만 자녀들에 대해서는 기본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미국=불체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이지만, 불체자 2세들에게는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취학기 아동의 교육지원과 응급의료, 출산을 앞둔 모자(母子)건강과 아동의 의료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물론 미국은 다른 나라 국민의 이민에 의해 설립된 나라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미국인으로 인정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와는 나라의 근본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냈고, 지금도 불체자로 있는 것은 미국이 불체자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에 가능하다.

미국은 특히 불법체류자가 대부분 저소득층임을 감안, 출산 전후의 여성과 아동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성 혜택까지 부여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5세 이하의 아동과 유아, 임산부와 출산부에게는 우유, 달걀, 치즈, 주스와 같은 보충적인 영양식품을 제공한다.

교육도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차별 없이 진학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다. 빠른 영어 학습과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수준별 영어 지도프로그램인 ESL 학급도 제도화돼 있다.

자녀교육을 도울 수 있도록 부모를 상대로 한 평생부모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지역 내 공립학교 교사가 중심이 돼 불법체류자 가정을 방문, 학부모를 교육시키는 방식이다.

◇독일=정부차원에서 잘 정비된 이주노동자 정책을 갖고 있는 독일은 내국인과 동등한 사회보장을 해줌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 통합시키려 한다. 이주노동자 자녀에 대한 복지와 교육정책에 집중, 독일의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불체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연방정부는 언어 통합정책의 일환으로 2000년에만 정부재정의 8억마르크를 배당하기도 했다.

◇일본=불법체류자들은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건강협회’에 해당하는 ‘의료상조회’를 통해 진료병원을 소개받고 의료비 할인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권과 양육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취학 연령의 아동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입학 허가가 난다. 다만 입학에 필요한 서류 절차는 지역마다 다르다. 나고야시의 경우 이름과 주소만 적으면 불법체류 아동이라도 입학이 가능하다. 또 부모가 취업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면 불법체류자 자녀라도 내국인 대접을 받으며 탁아소나 보육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양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10년 이상 거주한 불법체류자에게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재류특별허가’가 부여된다. 이 허가를 받으면 내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조현철·김유진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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