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설 연휴 이주노동자 불법적 단속, 경찰청을 규탄한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15일(월) 낮 12시 경 경기지방경찰청 2청 외사계 직원들과 인천공항출입국 직원들 약 15~20명이 서울 동대문 지역의 한 외국인 식당에 들어가 비자가 없는 미등록 외국인 10명을 체포하는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법원의 허락에 따라 법집행을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는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전화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신분증과 소지품을 수색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왜 수색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 또한 체포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불법도박, 폭력’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고 하는데, 그 식당에는 그러한 일도 없었다. 그리고 체포된 이들에 대해 경찰조사는 없었고 곧바로 양주출입국관리소로 보내졌다.

경기도경 2청과 인천공항출입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가 결국 경기도경 2청이 주도한 것으로 밝혔다. 설 연휴에 날벼락을 맞은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서 강제출국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영장 내용이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았다. 경찰은 얘기했다고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식당 주인에게조차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제복 착용, 증표 제시, 방문이유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는 법무부 훈령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둘째, 불법도박이나 폭력행위 정황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철수하지 않고 강제 신분검사를 통해 미등록 외국인을 연행했다. 수색영장 내용의 혐의가 현장에 없었으므로 당연히 철수해야 했으며, 미등록 외국인 단속은 또 다른 영장과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영장이나 보호명령서, 식당주의 동의도 없었다.

셋째, 식당내 사람들 전원에 대해 강압적인 분위기로 움직이지도, 전화도 하지 못하게 했다. 촬영하던 카메라도 빼앗아 내용을 삭제해버리기도 하고 그 사람에게 찍지 말라고 위협하고 신분까지 적어갔다. 과연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했을까?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다름 아니다.

넷째, 단속된 10 명 가운데 여성 1명은 결혼 이주민으로 판명되어 추후에 풀려났다. 여성을 단속할 때는 여성 출입국 직원이 출동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훈령도 지켜지지 않았거니와, 이 여성은 결국 3-4시간 동안 불법 감금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다섯째, 결과적으로 보면, 서울의 미등록 외국인 10명(풀려난 1명을 제외하면 9명)을 단속하기 위해 설날 연휴에 경기도 경찰직원과 인천공항출입국 직원 수십 명이 동원된 것으로서 공권력 남용, 인력낭비, 행정낭비이다.

 

이에 우리는 설 연휴의 무리하고 불법적인 과잉 단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바이다. 설날 연휴에조차 이주노동자는 맘 편히 쉴 수도 없어야 하는 것인가? 인권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스스로가 정한 훈령마저도 하나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공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한편에서는 다문화사회를 얘기하면서 설날잔치며 떡국만들기를 홍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자비하게 단속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위선과 야만일 뿐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설연휴에조차 강제단속, 경찰과 출입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하나, 경찰은 불법적 과잉 단속을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경찰은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하나, 반인권적 강제단속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하라!

 

2010년 2월 23일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