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긴급성명>

설 연휴 날벼락 ... 동대문 네팔 식당 급습해 이주노동자 불법 체포한 경기도 경찰청을 규탄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5일 낮 12시 경 동대문에 있는 한 네팔 레스토랑에 신원을 알 수 없는 15명 가량의 사람들이 급습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그 식당에는 40여 명의 네팔인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가량 식당에 갇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외부에 연락도 하지 못하게 강요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자신들의 신분을 밝혔고 수색영장도 제시했다고 말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이 자들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자신들에게 강압적으로 신분증을 요구하는 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작은 식당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은 100 퍼센트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들이었다.

이 40여 명의 네팔인들은 식당에 갇힌 채 비자 검사를 받았고 비자가 없는 사람들은 수갑이 채워져 곧바로 체포돼 양주출입국관리소로 보내졌다.

 

이 사건이 일어난 15일 주변 사람들의 진술, 그리고 16일 오전 체포된 사람들의 면회 결과를 종합해도 이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오후에 들어 양주출입국관리사무소, 경기도경찰청,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고서야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은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심지어 자신들은 출입국의 협조 요청에 응한 것뿐이라며 발뺌하려 했다.(<한겨레>, 2월 16일, “설에도 붙잡혀간 미등록 이주민들”, <오마이뉴스>, 2월 16일, 빼앗긴 설, 이주노동자에게도 봄은 올까? 참고)

 

종합해보면, 이 사건은 경기도 경찰청이 주도한 사건으로 인천공항출입국에 협조 요청을 해 불법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한 사건이었다.

경기도 경찰청은 도박 혐의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받아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도박판도 없었고 도박과 관계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색영장’을 들이밀며 식당에 있던 이주자들을 검문하고 심지어 체포했다. ‘수색영장’은 말 그대로 수색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지 체포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경찰은 적법한 수색을 마쳤다면 바로 철수를 했어야 했다. 게다가 미등록 체류자 단속은 애초 경찰의 출동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살펴봐도 이 경찰들의 단속 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은 이들 9인을 단속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출입국사무소로 바로 인계했다. 이들 중 도박이나 폭력 사건 등에 연루된 자가 있었다면 체포 영장 제시나 참고인 조사 등을 위한 출석 요구 등의 절차가 따라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전혀 없었다. 이것만 보아도 경찰이 도박, 폭력 사건 운운하는 것은 이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색영장’만으로 체포를 자행하듯 법적 절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마치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이 자들이 과연 공권력을 집행할 자격이 있는가?

 

아마도 경찰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대동했으니 단속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출입국 단속반 역시 아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지난 해 6월 법무부가 단속 과정의 인권 침해를 시정하겠다며 발표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에 따르면, 단속 시 출입국직원들에게 제복 착용, 증표 제시, 방문 이유 고지 등을 의무화했으나 이것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시끄러워지자, 경찰과 출입국은 사후적으로 사건 정황을 짜맞추려하는 듯하다. 위의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16일 오후부터 체포된 9인 네팔인들의 면회를 금지시켰다. 기자는 항의 끝에야 간신히 면회를 했고 이 때 조차도 면회를 감시하겠다는 황당한 간섭을 받아야 했다. 면회하려는 외국인이 속한 모임이 ‘좌파들의 모임으로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강경하게 나가지 않을까 우려 된다’는 황당무계한 소리가 그 근거였다. 그리고 오후 들어 출입국측은 구금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경찰이 폭력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내일도 면회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영장도 없이 ‘긴급 체포’를 할 정도로 위중한 사안이었다면, 조사도 없이 출입국으로 인계한 것도, 출입국의 협조 요청으로 단속했다는 금방 들어날 거짓말도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가 경찰과 출입국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단속 권한도 없는 경찰이 ‘외국인 범죄’ 수사를 빌미로 대대적인 미등록 체류자 단속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이런 공격의 첫 시도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그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불법적 행위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체류자격이 없거나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취약한 처지에 있다는 점을 노려 함부로 공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고, 언제라도 이와 같은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 사건에 분노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쳐 이 사건을 진상을 드러내고 관련된 불법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의 주장

- 설 연휴에조차 자행되는 불법적 강제 단속 규탄한다!

- 단속 권한 없는 경찰의 불법적 강제 단속 규탄한다!

- 불법적으로 체포된 이주노동자들 석방하라!

- 불법 단속과 체포 관련자 처벌하고 재발 방지 약속하라!

 

 

                                                                                                     2010년 2월 16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