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5년, 우리도 할 말 많다”  

이주노동자들이 말하는 고용허가제 문제점과 대안
  
김보경 수습기자  (MWTV)
  

지난 16일 방글라데시, 필리핀, 네팔, 버마,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에 모여 사업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했다. 과거 산업 연수생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생긴 고용허가제. 5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의 처우와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참석자: M (필리핀), R (필리핀), S (방글라데시), H (방글라데시), A (방글라데시),
N (버마), G (베트남), 사회 이정원(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



▲ 이주노동자가 말하는 고용허가제 5년, 문제와 대안     © MWTV



사업장내 임금 체불, 차별은 여전
심지어 불법체류자로 내몰기까지

A : 예전에 일하던 공장에 4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작업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게 하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아서 신고했더니 사장이 욕을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가방도 밖에 다 버리고 방도 없어서 이주노동자지원센터에 전화 했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경찰에 연락했었다.

S : 겨울에 난방기 없는 추운 방에서 살았다. 잠도 못 잤고 따뜻한 물도 안 나와서 힘들었다. 어떤 회사는 쉬는 날 일해도 돈을 주지 않고 공짜로 일하라고 한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장에게 문제가 있으면 4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사장이 “이사람 뺀질거리고 몸에서 냄새난다”고 노동부에 적어줬다. 그래서 한 번 더 일할 수 있었는데 회사를 옮기지 못했다. 그 회사가 3번 째(마지막)였는데 다른 곳에서 일하면 미등록이 되고, (고국으로) 가야하나 고민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회자 : 기숙사도 형편없이 제공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모욕감과 차별하는 문제가 생겨도 한국말이 잘 안돼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외노협(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보고에서도 입국 전 계약내용과 입국 후 계약 내용이 달랐다는 의견이 60%이고,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차별 당한 경우가 34%다. 여러분들이 말한 경험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직장을 바꿀 때 어려운 점은 사업주가 동의를 해주지 않아서(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15.4%로 나타났다. 이 경우 외에도 빠진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문제를 듣고 싶다.

A : 우리는 3년이 지나면 비자가 만료된다. 고국에 다녀 온 후, 다시 같은 공장에서 일 하려면 사장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너 없는 동안 누가 일을 하냐”고 허가를 안 해준다. 불법으로 일하라는 이야기다.

S : 고용허가제(EPS) 비자로 농업 쪽 일을 하다가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현재 노동법으로는 이게 안 된다고 한다. 어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법으로 못하게 한다. 노동법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막는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고용허가제에 두 가지 큰 문제 있는 것 같다. 먼저 사업장 내 문제다. 임금체불, 차별, 폭행의 문제는 노동자의 인권·노동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산업 연수생 제도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제도적인 문제이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사장에게 여러 가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러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두 달 안에 일자리를 찾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미등록이 될 수밖에 없다.

R : 예전에 사업장에서 기계 사용방법 훈련을 받았었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한국 동료 노동자였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 사람이 나를 작업도구로 때렸다. 노동부나 경찰서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사장한테 말했다. 사장은 그 한국인 노동자에게 “이제부터 그러지 말라”고 야단만 치고 마무리 됐다. 내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차별이다. 말로만 끝내지 말고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이런 점이 불만이다.



▲ 참가한 이주노동자들과 MWTV 기자단     © MWTV



노동3권 행사할 권리? "들은 적 없다"
계약서 내용은 현실과 달라

사회자 : 이주노동자는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부당함을 말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알아도 제기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해도 말하기 힘든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자. 한국에 와서 받는 노동법 교육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도 말해보자.

M : 산업인력공단에서 교육받을 때 그런 얘기 못 들었다. 노동3권(노조결성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관해 한 번도 설명 못 들었다. 아마도 다른 고용허가제 노동자들도 그런 권리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H : 나도 그런 것 들은 적 없다.

A : 한국에 들어가면 노조 하지 말라는 문서를 받고 거기에 사인해야 했다. 파업 안하겠다는 사인도 했다. 계약서 체결할 때, 계약서 말고 그런 문서를 받았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12번째 나올 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13번째부터 그런 동의를 받더라. 노조 안 돼, 1년 전에 회사 바꾸면 안 돼, 사장님 말대로 해야 돼, 1년 동안은 최저임금 더 달라고 하면 안 돼 등. 사업장 3번만 바꿀 수 있는 건 얘기도 못 들었다.

사회자 : 사인하라고 할 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A : 한국대사관에서 필요하다니까 사인하는 것이다. 비자 받으려면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자 : 그런 조항에 동의를 하고 한국에 오기 때문에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지나?

A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 근무, 한 달 최저임금 90만 4천원, 초과수당 등이 적혀 있다. 그런데 계약서에만 그렇게 나와 있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 회사에서 주는 밥, 기숙사 등을 사장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내 계약서에는 '하루에 밥 한 끼, 기숙사는 없다' 등으로 나와 있었다.

M : 내가 필리핀에서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사장이 식대와 기숙사비를 낸다고 써져 있었다. 그리고 노조활동 하지 말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산업인력공단 교육을 들었을 때 받은 책자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써져 있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
이주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M : 고용허가제의 여러 가지 제한들, 그러니까 사업장 변경 제한, 구직기간 제한, 비자 기간 제한, 일을 해야 비자가 유지되는 제한, 가족을 데려올 수 없는 제한들 때문에 이주노동자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권리 보장을 받기 위해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가족도 데려올 수 있어야하고, 여러 가지 제한들도 없어져야 한다. 한국노동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게 되면 균형을 찾을 수 있고, 경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G : (최저임금제 적용 시)하루에 32,180원이다. 그런데 기숙사비, 식비, 가스, 전기비, 샴푸, 비누까지 사야 되니까 돈은 조금씩밖에 못 모은다. 음식을 적게 먹을 수도 없다. 그러면 영양이 부족해져서 일도 잘 안 된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물어보면 다 (형편이) 너무 안 좋다고 말한다. 식비는 한 끼에 3,500원, 기숙사비 보통 10만원, 거기에 전기, 가스비 합하면 20만원이 나간다. 월급 받고 남는 건 80만원 밖에 안 된다. 월급 120, 130만원 받는데 기숙사비, 식비로 40~50만원 빼는 데도 있다. 휴대폰 값도 내야하고 교통비도 드니까 남는 돈은 얼마 없다.

N : 어떤 한국인과 이야기를 한 적 있었는데, 그래도 20~30만원 남으면 그 나라에 큰 돈 아니냐고 한다. 말이 안 나온다.

S : 10만원, 20만원 큰돈이지만 (고국으로 보내는) 그 돈으로 5명, 7명, 10명이 살고 있다. 돈 많이 보내려고 밥도 잘 안 먹고 빵, 라면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

M : 요즘은 물가도 많이 올랐다. 몇 년 전에는 120, 130만원으로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N :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10만원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문제다. 네팔에서 왔다고 한국에서 네팔 버스요금 내는 거 아니지 않나.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이 세금 내는데 어떻게 그걸 큰돈이라고 하는지... 답답하다.

사회자 : 무엇보다 그 돈은 일해서 받는 돈이다. 특히 이주노동자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업주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주노조(MTU)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고 마치면 좋겠다.

H : 이주노동자들은 회사를 3번만 바꿀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데 왜 외국 사람만 안 되나. 이주노동자도 한국 사람들처럼 회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월급에서 식비, 기숙사비, 가스비, 화장실 청소비 등을 빼니까 월급을 지금보다 더 올려주면 좋겠다.

A : 일이 싫으면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일이 싫은데 계속 일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 있다.

M : 노동부 웹사이트에 가서 이주노동자 재고용에 관한 질문을 봤다. 글 올린 사람은 한 공장에서 3년 동안 일했는데, 어느 날 공장에 단속이 들어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잡혀갔다고 했다. 그 후 공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채용한 것이 걸려서 그 노동자를 재고용 할 수가 없었다. 고용허가제 노동자 문제는 미등록 문제와 연결되어있다. 고용허가제 노동자들도 언젠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함께 고민해야한다.

S : 회사 문 닫으면 이주노동자들은 (불가피하게) 직장을 바꿔야 한다. 또 다른 회사에서 일 하다가 문 닫으면 그때 또 일 바꿔야 한다. 그것은 이주노동자 탓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회사를 두 번 바꿨다고 기록에 남는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용허가제 시행 5년.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이기 보다 ‘일만하는 사람’으로 살아왔고 자유보다는 관리의 대상 속에서 살았다. 그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선택하고, 내국인 노동자들과 평등한 대우를 받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 이주노동자들의 개선된 삶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