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방된 ‘제2의 미누’
ㆍ산재피해자 돕던 네팔출신 ‘동화작가’ 범 라우티

한국 최초의 이주노동자 창작동화 <돌 깨는 아이들>을 쓴 동화 작가 범 라우티(43·사진)가 지난 28일 네팔로 추방됐다. 이 동화는 인천문화재단 ‘2009년 인천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18년째 국내에 머물며 문화운동가로 활동하다 지난 23일 강제 추방된 미누(38·미노드 목탄)에 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방송국 등에 따르면 범 라우티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한 네팔식당에서 임금이 체불되고 퇴직금을 받지 못한 두 명의 네팔 이주노동자와 노무사의 상담을 통역하던 중 출입국관리소 직원에 의해 연행됐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내던 범 라우티는 28일 오후 9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로 강제 송출됐다.

범 라우티는 네팔에서 1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97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경기 이천에 있는 원단공장에서는 5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이 월급으론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없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공장으로 옮기면서 그는 99년 2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범 라우티는 함께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가 공장에서 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6개월 뒤 숨지자 시신을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모금활동을 했다. 이후 재한네팔공동체 회장으로 활동하며 산재로 고생하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활동 등을 하며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맏형’으로 불렸다. 그는 2007년에는 창작동화 <돌 깨는 아이들>을 출간했다. 이 동화는 네팔의 내전을 배경으로 단란한 가정의 어린 남매가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채석장에서 돌 깨는 아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범 라우티는 추방되기 전인 지난 23일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한 웹TV인 <샐러드TV>와의 인터뷰에서 “이주노동자는 한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일한 사람들”이라며 “한국의 이주민 정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