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외국인력도입계획을 비판한다


1. 인력 규모 대폭 축소에 대해

정부가 3월 19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내년 2월까지 신규 도입할 이주노동자 숫자를 3만 4천 명으로 확정했다. 이는 작년의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기본적으로 경제침체로 인해 외국인력에 대한 자연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 내국인으로 대체하기 위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과연 이 정책이 실업 문제 해소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마 영향을 미친다 해도 매우 미미해 효과라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마치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내면 한국인 일자리가 확보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위험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경제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원 감축, 대규모 해고, 폐업 등이 예상 되고 이에 대한 고용 보장을 위한 직접적인 정부 지원 등이 실질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입 규모 산정에서 내국인 인력 대체 부분은 고려 사항이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2008년 12월 노동부는 일정한 고용환경개선 시설 투자를 하여 외국인 고용을 내국인 고용으로 대체하는 경우 시설 투자비 최대 50%와 1인당 120만 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한 정책을 시행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 동안 내국인  대체 정책이 효과를 본 사례를 본적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강력하게 노동자들의 이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이주를 경제가 팽창할 때는 윤활유로, 경제가 악화될 때는 안전판으로 삼으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생계를 위해 이주하는 노동자들을 유연한 노동력 상품으로만 취급한다.  올해 도입 규모가 지난 해의 1/3 수준인 3만4천 명으로 감소했는데, 이것은 일방적인 한국 상황만 고려한 것이다. 최소한 한국과 MOU를 체결한 15개 국가들과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 시험 등을 통과하고 대기하고 있는 동포를 포함한 약11만여 명의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예년 수준으로 한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생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로 명백히 수요가 존재하고, 준숙련 또는 숙련 노동자들로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전면 양성화하는 근본적 대안 없이 단속해서 일터에서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단속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입증된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2. 건설업 제외에 대해

정부 방안을 보면, 현재 건설업에 취업해 있는 7~8만 명 동포들 중 정부에 신고된 2만 명 정도 규모 정도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신고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을 고용한 업주들이 신고를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책임을 노동자 개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무엇보다 사실상 5만 여 명을 건설 현장에서 내쫓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국내 건설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삼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건설업에 지원하려는 재정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건설자본을 위한 것이지 고용 안정에 투여되는 재정은 거의 없다.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가장 열악한 노동 현장 중 하나가 건설 부분이고 특히 고용 안정성이 없어 가장 회피하는 노동 시장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자발적인 신규 젊은 인력 유입이 거의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겠다는 비현실적 발상으로 노동자들 내 반목과 적대를 강화하는 식의 정책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동포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방문취업제는 사실상 이들에게 재외동포법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이 제도로 부분적인 자유 왕래와 취업을 허용한 것이었다. 방문취업제 규제를 강화해 입국을 제한하고 제도 운영을 고용허가제로 흡수하는 식으로 후퇴하는 것은 동포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고착시키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외동포법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고 2004년에 개정된 취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입국 규제 강화 때문에 이미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고, 점점 더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입국 수단들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안은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현행 방문취업제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은 모두 폐기돼야 한다.  

또한 올 10월부터 구직등록제 위반자에 대한 대규모 합동 단속을 시행하겠다는 방안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 판치는 위법, 불법 관행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이주노동자들 단속하는 데 관계부처 합동 단속을 하는 것은 진정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되어 온 건설 현장 신고 미비자들을 단속해 '범죄자'처럼 체포하고 구금하는 식으로 다루겠다는 것은 매우 반인권적 발상이다. 노동 현장에 이렇게 법무부, 경찰 등이 함부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도 탄압하는 것이다.


3. 외국인근로자 고용·체류지원 부분에 대해

현재 고용허가제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점검은 전혀 없이 기존 제도의 원활한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다. 구직기간 2개월 제한, 직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불리함에 대한 개선 방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고용, 체류에 대한 지원 중 사업주에 대한 지원을 대행기관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동조할 수 없다. 이것은 현재 대행업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인데, 이것은 매우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게다가 이 대행기관이 사실상 중기중앙회 등 이익단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과거 중기중앙회가 산업연수제 때 했던 행태를 떠올려 본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상담이나 고충을 토로할 수 있도록 언어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하 지원 확대는 없다.

그리고, 인력공단이 직접 나서서 국가별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 기관과 대사관의 '지휘', '감독' 하에 구성되는 커뮤니티는 일방적으로 정부의 제도 운영에 도움이 되는 편향성을 띠어 자체적이고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각국 대사관을 통해 미등록 체류자 출국 압박, 노조 활동 참가에 대한 부당한 압력 등을 행사해 왔다.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조기에 적응하기 쉽고, 한국의 언어나 문화 등에 접근하기 쉽도록 전체적인 서비스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가별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은 외국인 관변 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체적으로 볼때 정부의 올해 외국인력 도입계획은 규모축소와 통제강화로 극히 편향되어 있고,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부당한 계획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고, 정부가 이미 대외적으로 약속한 이주노동자 유입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