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 살인적 착취 법적 보장

반인권, 반노동자적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즉각 폐기하라!

9월 25일 이명박 정부는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이하 '외국인력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것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음을 뜻한다.
그 내용들은 기업 프렌들리 정부답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 규제를 완화하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살인적 수준의 착취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임금”?

지금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정부 자신이 밝힌 것처럼 최저임금 수준이다. 여기에 주야간 반복 근무, 거의 강제적인 - 종종 새벽까지 계속되는 - 잔업, 원치 않는 휴일 근무까지 꼬박해야 110 ~120만 원 수준이다. 평균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 받는 이 임금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임금'이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사업주가 제공하는 기숙사라는 것도 공장 한 켠에 컨테이너 박스 하나 지어놓고 여러 명 씩 사실상 '수용'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 이것도 아까워서 노동자에게 부담하게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최저임금을 유예할 수 있는 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해 최저임금 수준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것은 그토록 악명 높았던 산업연수제의 부활과 다름  없다. 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초장시간 노동에 끔찍한 저임금을 강요했던 그 제도 말이다.
불과 몇 년 전 정부 자신이 이주노동자들이 거의 학대와 다름없는 대우를 감당하면서도 임금도 퇴직금도 받지 못하던 부끄러운 현실을 인정하며 그나마 퇴직금, 체불 임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출국만기보험, 보증 보험 등에 사업주가 의무 가입하도록 만들었는데, 이 모든 부담도 다 줄여 주겠다고 한다.
지금 이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이동도 금지해 저임금, 무권리 노동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도 너무 ‘경직’돼 있다며 이주노동자를 아예 노예처럼 부일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꼴이다.  

이주 노동자 착취 강화로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한다?

정부는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은근슬쩍 한국인 노동 시장을 보호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이동을 막아 노동 시장 교란을 방지해야 함부로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넘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 임금을 대폭 낮춰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기업이 살고 그래야 내국인 노동자도 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말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산업에 이주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며, 정부 자신이 중소기업, 농축산업 인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이 일자리들을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전혀 없다. 대표적으로 건설 기업의 이윤을 위해 건설 일용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저임금, 열악한 환경을 묵인해 온 것이 바로 정부 아닌가?
이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 노예 노동으로 묶어 기업들에게 초유연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것이 본질이다.  
정부는 마치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노동의 대가를 빼앗는 것이 한국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더 낮아지고, 노동법 적용 예외 항목이 늘어갈 수록 기업들은 정부에게 다른 내국인 노동자들의 권리와 임금도 하향평준화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리고 기업에 이토록 친화적인 이 정부는 이제는 태도를 바꿔 온갖 족쇄 때문에 ‘온순하고 고분고분’해진 이주노동자를 ‘찬양’하며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이 독약을 처방하려 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 결국 노동자 모두가 더 오래 일하고도 가난해지는 것이 그 결과이다.

사회적 비용 최소화?

'외국인력 개선방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 정책이다.
이것의 필요성은 “불법체류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있다고 한다.
정부가 말하는 이 ‘사회적 비용’이라는 것은 ‘외국 인력의 효율적 관리, ‘장기 체류로 인한 출산, 의료, 주거 문제’, 그리고 ‘노조 결성’(즉 이주노조)이다.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는 마치 국민의 공익이 위협받는다는 늬앙스를 풍기지만 실상은 책임 전가와 회피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쓰다버리는 일회용품도 아니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그만인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다. 인간사냥 단속이 무서워 작업장 내 학대도 참고 그것도 3년만 일하다 내쫓기듯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 관리’인가, 우리는 일하는 기계이니 아이도 낳지 말고 아파도 보험 혜택도 요구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리고 언제 미등록 체류자들에게 의료 보험 등의 복지라도 제공해 왔는가?
오히려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그 동안 우리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어떤 사회적 비용을 제공했는지 되묻고 싶다.

노조 결성이 사회적 갈등 유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부를 갉아 먹는 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노동으로 한국 경제에 부를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도 박탈당한 채 살았다. 이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선언이 바로 노조 결성이었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이주노조다.
노동자의 권리는 체류 자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한국의 고등법원이 판결로 인정했음에도 이주노조 지도부를 연이어 표적 단속하고 이제는 가담자 전원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끔찍한 발상에 소름이 돋는다.
이주노조는 존재하지 않는 갈등을 만드는 불법 집단이 아니라 그 동안 한국 정부가 애써 외면해왔던 묵살당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정당한 노동조합이다.

이 '외국인력 개선방안'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대우와 초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 증가, 범죄 위험 등은 운운하다.
이것은 초기 제국주의자들이 노예 무역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을 열등하고 미개한 인종으로 취급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한다.  
체류 외국인 증가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이주노동자 범죄율 증가 추세를 내세워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 선진국 출신 외국인의 범죄율이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주자의 범죄율보다 훨씬 높다는 명백한 사실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성인 내국인 범죄율보다 아시아 출신 이주자들의 범죄율이 훨씬 낮다는 명백한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의 제도적 차별 때문에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적인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자행하는 이주노동자 인간 사냥만한 범죄가 어디 있겠는가?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사경을 헤매는 이주노동자가 어디 한 둘이며, 날로 들어나는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는 또 얼마인가?
그런데도 정부는 350명 규모로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지금껏 추진해 온 인간사냥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위험한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 경제 위기에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려는 분열 시도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
우리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 반인권, 반노동자적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 즉각 폐기하라!
- 살인적인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즉각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하라!
- 이주노동자 노동권 부정하는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 즉각 중단하라!

2008. 9. 30.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