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정당하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보장하라!

보편적 인권과 이주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대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  


그 동안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와 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인정과 대우는 턱없이 부족했다. 국가인권위도 지적하듯이 "그들의 생활은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산업재해, 폭행, 임금체불 속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한국이 이주노동자를 노예와 다름없이 취급하던 제도인 '산업연수제'를 폐지한 지도 불과 2년이 되지 않았고 작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많은 차별과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년 전에 비해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 스스로 한국 사회를 향해 외치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외치고 요구하고 쟁취할 권리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정당한 일이다.

노동부, 법무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자격을 근거로 누구의 노조 결성은 정당하고 누구의 노조 결성은 정당치 않다고 말한다.
체류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이들은 모두 똑같은 노동자이다. 이 점은 이 소송의 피고측인 노동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위 '불법' 노동자이므로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피고와 한국 정부의 핵심 논리다. 이 억지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 헌법은 국민이 아닌 자에게 자동으로 근로 3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이 국제화 시대에 보편적 인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명백히 헌법에 의해 국내법 효력을 갖는 국제법과 국제 인권 규약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엔과 ILO 가입국으로서, 또한 수많은 국제협약 비준국으로서 가지는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만약 노동부의 주장이 옳다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노총, 심지어 국가인권위의 해석과 권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소송의 핵심 사안인 이 쟁점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언급했듯이, 근로 3권의 입법취지, 근로기준법 제5조, 노노법 제9조의 입법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명백히 옳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관련 조항에서 “외국인의 취업자격에 관하여 규율하면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시키기 위한 입법목적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 취업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고용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도 없으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이루어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자단체를 결성하는 것까지 금지하려는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노동부는 이런 합리적 해석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피고측이 이주노조의 설립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거 중에는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는 내용이 함축돼 있다. 즉, 출입국관리, 고용허가제 등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이나 이견도 피력해선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건강한 비판 기능을 원천봉쇄하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이것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제한당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것은 더욱 문제이다. 피고측과 법무부가 이런 제한을 국가 주권적 차원이라며 정당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보편적 인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 주권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오늘날 이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이런 배타적 입장을 국가 주권 행사로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 그리고 권리 확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런 사안들에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사실상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는 지난 2007년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취소 처분을 받고도 정부가 이주노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실질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 노조 대표자들에 대한 수 차례 표적 탄압을 자행해 온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급기야 이제는 이주노조 조합원 전체를 단속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은 실정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사법부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와 다름없다.

우리는 마지막 사법적 판결을 앞 둔 이 시점에서, 대법원의 올바른 판결이 피고측의 부당한 처사를 바로잡고, 보편적 인권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8. 10. 15.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 기자회견 자료집은 자료실에 올렸습니다.
국제노총,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등의 입장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