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 사건에 대한 이주노조의 입장


지난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한국인 23명에 대한 납치 사건은 매우 우리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아직도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에 깊은 안타까움과 걱정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이들 납치된 한국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들 가족들의 피가 마르고 애가 끓는 그 절박한 심정을 공감하며 깊은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우리는 이 납치 사건을 일으킨 탈레반이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하고 더 나아가 민간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틸레반의 이런 행동을 반대한다.

이 안타까운 납치 사건이 일어난 지 20여일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납치된 한국인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미군과 나토군의 공습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들게 한다. 납치된 한국인들의 생명을 더 위태롭게 하는,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희생을 가져오는 공습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우리는 이번 납치 사건의 핵심 원인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고,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점령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부당한 점령을 지지하고 점령 전쟁에 동참한 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다산부대 소속 윤장호 병장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참담한 희생을 막으려면, 한국 정부는 즉각 철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게 포로 석방 요구에 응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미 두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테러범들과 협상은 없다."고 뻔뻔스럽게 버티는 미국 정부는 납치된 한국인들의 목숨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군 철군 요구를 지지한다. 또한 우리 자신이 이 반전 운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는 생존 한국인들의 무사귀환과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대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에도 참가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이 국내에서는 다른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의 소위 '반테러' 동맹의 충실한 한 편을 자임하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이슬람 신자인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강화돼 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납치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 동참으로 생겨난 한국인과 한국 내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마치 무슬림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여기도록 만드는 마녀 사냥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
한국의 모든 무슬림들이 테러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탈레반이 아닌데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싸잡아 비난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을 우려한다.    
우리는 지난 2004년 파병 반대 여론이 높아가고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제기되면서, 한 이슬람 단체를 근거도 없이 테러 단체로 매도하며 마녀 사냥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정부는 근거 없이 날조된 유언비어만으로 무슬림 이주노동자들 전체를 감시하고 이슬람 사원을 사찰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관련자들이 모두 추방당한 뒤 이 단체와 테러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납치 사건이 장기화되고,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한국 정부를 향할 때, 정부가 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우리 이주노동자들을, 특히 무슬림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는 정책을 펼 것을 경계한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이라 낙인찍어 범죄자, 또는 사회 불안 세력으로 취급하면서 이주노동자 전체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조장하고 있다.
최근 이 납치 사건 이후 길거리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너도 탈레반이냐'하고 비난하듯 묻는 사람들부터, 다짜고짜 다가와 "무슬림이면 기독교로 개종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무슬림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에게조차 동네 상점에서 물건 팔기를 거부하며 내쫓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가뜩이나 단속 때문에 움츠린 상황에서 이런 배타적 분위기까지 더해져 숨을 죽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 사건, 그리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명백히 한국 정부가 부정한 전쟁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비난의 화살이 우리 이주노동자들이나 특정 종교를 가진 이주자들에게 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는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단지 이주노동자들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서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인종주의의 강화와 민주적 권리에 대한 공격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프가니스탄에 납치돼 있는 한국인들의 무사 귀환과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즉각 모든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2007. 8. 9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