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에 대한 진지한 협의요청도 없이 법대로 하자는 법무부의 무례한 태도에 분노한다.



지난 3. 8. 법무부가 주최되어 여수시 상공회의소에서 유가족 및 피해자들을 상대로 “화재사고 관련 국가배상절차 설명회”를 가졌다고 한다.

법무부는 위 설명회 자리에서 국가배상법에 규정되어 있는 배상소송절차와 배상신청절차를 설명하고, 국가배상신청할 경우 법적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배상은 법의 내용과 판례를 벗어날 수 없다. 신속한 배상은 국가배상제도로 가능하며 소송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법무부는 국가배상제도 신청시 최대한 신속하게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

얼핏보면, 법무부는 유족들 및 피해자들에게 매우 친절하게 배상절차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가해자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로서 배상 및 보상방안을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인도주의적 태도는 찾아볼 수 없고,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찾아와 대뜸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신청 절차를 운위하는 것은 인간은 뒷전이고 사태수습에만 관심을 가지는 매우 비인도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모든 민사배상은 당사자간의 협의를 통해 배상 기준 및 범위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인간의 일상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유족과 그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성실하게 배상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아니한 채 마치 법을 다루는 숙련공처럼 법이 있으니 법대로 하라며, 그 법적 절차를 훈시하고 있는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 정부가 화재사고 발생 당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유족들과 보상 문제에 대해서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은 단지 대외적으로 생색내기식 멘트였다는 말인가?

배상관련 절차를 법에서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절차는 당사자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배상신청부터 운위하고 그를 통한 해결이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설명한 법무무의 태도는 법만능주의일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지위에서 휘두르는 유족들 및 피해자들에 대한 위압이요 무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법무부가 설명한 배상신청 절차는 가해자의 지위에 있는 법무부가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심의회에서 배상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배상결정 주체로서도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가해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가해자가 주도하는 심의회에 유족들이나 피해자가 배상신청을 하면 잘 해주겠다라는 식의 오만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사람알기를 우습게 보는 태도인가, 인도주의적인 해결을 운운하던 정부가 피해자에게 신실한 자세로 그 배상협의를 요청하기는커녕 일방적이고 무례하게 배상절차를 가르치고 있는 태도는 적반하장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인권의 수준을 가늠케하는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법무부의 태도는 지난 3. 6. 전남지방경찰청이 화재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유족 및 피해자들의 출입을 막고 그들의 방청을 금지한 행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의 경우 정부가 사고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지방자치단체게 나서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를 통해 배상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통해 사고를 수습해간 사례에 비추어 여수화재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매우 차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국제적 비난을 초래할 태도를 철회하고 진지한 자세로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협의의 주체로 인정하여 그들과 성실한 협의부터 시작하라. 그리고 유족들의 의혹제기를 풀기 위해서라도 화재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라.


2007년 3월 9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