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인종주의를 용인할 수는 없다 - 노르웨이 테러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EEEEEE.gif
EEEEEE.gif
 
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 총리 청사 인근에서 폭탄테러와 우퇴야 섬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났다. 이 끔찍한 증오범죄로 노르웨이 국민 76명이 숨졌다. 테러범죄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집권 노동당의 다문화 정책과 무슬림 이민자의 위협을 비판하며 노르웨이 사회에 혁명을 가져오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우퇴야 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소년지부(AUF) 행사에 참석한 16살에서 18살가량의 청소년들이다.

슬픔에 빠진 유족과 온 노르웨이 국민에게 위로를 보내며 범죄자의 잔인한 행위에 대해서 깊은 분노를 표현한다. 또한 이 사태의 원인이 한 명의 왜곡된 생각만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유럽사회에서 강화된 우익 세력의 반이슬람주의와 외국인혐오주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특히 우익정당의 반이민자 입장 표방과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나 독일 메르켈 총리와 같은 정치지도자의 다문화 부정 발언은 노르웨이의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브렌이비크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과 남긴 1,518쪽에 이르는 문서에서 한국의 ‘가부장제’, ‘문화적 보수주의’, ‘순혈주의’, ‘다문화 부정‘을 유럽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수차례 언급했다. 이는 주류 언론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 인종주의자들을 고무한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노동대책시민연대’, ‘외국인범죄척결국민연대‘나 ‘다문화정책반대 카페’와 같은 인종주의 모임들은 사이트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브레이비크의 뜻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라며 “한국도 다문화, 다문화 하다가 저 꼴 난다, 어느 날 한국인이 기관총과 수류탄을 들고 200명 사살(할 수 있다)”, 또는 “10년도 안 걸려서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든 무슬림이 사는 데는 폭탄테러가 안 일어나는 데가 없다”와 같은 공포스러운 발언이 표출되고 있다. 주류 언론들도 이만큼 노골적이지 않더라도, “다문화는 한국에 위험하지 않은지, 이민자사회를 경계해야 하지 않은지”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표방하는 사람들은 노르웨이 테러사태의 원인과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히 위험한 발상으로 증오와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노르웨이 테러사태는 무슬림, 이민자나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때문에 아니라 인종주의적 증오와 이를 용인하는 정치문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또한 인종주의적 증오와 문화는 이민자사회에서 어쩔 수없이 생기는 사실은 아니라 정부와 지배세력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정책과 태도에서 비롯한다.

한국으로 오는 이주는 막을 이유가 없고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대사회의 현실이다. 이주민은 신자유주의와 군사적 세계화로 인해 생긴 본국의 사회불안, 실업, 저임금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한국의 인력난과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대책으로 유입된다. 대부분 한국사회에서 한국인과 똑같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소비와 생산으로 한국경제를 돌리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또한 이주민 커뮤니티는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민자와 같이 사는 사회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우리는 같이 살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태도와 처우를 잘 선택해야 한다. 혐오와 불신을 야기는 차별적인 태도와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에 대한 존중과 평등한 대우를 선택할 것인가.

현재 한국정부는 전자를 선택하고 있다. ‘다문화‘를 선전하면서 이주민 일부에 대해서는 동화정책을 취하며 대다수에 대해서는 심각한 차별과 배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과 자유롭게 일할 권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단순히 서류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미등록이민자에 대해 테러와 다름없는 강제 단속추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의 내국인과 이주민을 분리해서 차별하여 한국의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강화하며 ‘이주민은 우리와 다르다,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통제와 배제의 대상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사회 전반에 퍼지게 한다. 이주민과 같이 사는 사회가 증오와 폭력을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의 이러한 인종주의적 정책과 태도가 주원인인 것이다.
노르웨이 테러사태와 같은 수준의 참사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종주의 자들의 발언에서 보듯이 외국인혐오주의는 강화되고 조장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인 발언과 행위가 날마다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인식하고 꾸준히 폭로하고 비판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혐오에 토양을 제공하는 한국정부의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을 당장 바꿔야 한다. 이것이 노르웨이 테러사태를 우리에게 던지 교훈이다.

2011. 8. 3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