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이주노동자 차별에 손 들어준 법원 판결 규탄한다.
                 -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 산재장애자 직업훈련비용 신청 자격 부정!


  
  지난 3월 13일 대법원은 '직업훈련비용지원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 소송은 샤킬 이주노조 전 직무대행이 2006년 7월 24일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으로, 산재를 당해 장애를 입은 노동자들이 직업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위해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신청 자체를 거부당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이다.

  샤킬 전 직무대행은 1998년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산재를 당했다. 그는 주된 업무인 선반작업 외에도 40~50kg의 제품을 1일 평균 100개에서 150개 정도를 나르는 작업을 했다. 그것도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이었고, 일이 많을 때는 새벽 1~2시 까지 일을 해야 했다. 이런 고된 작업 때문에 샤킬 전 직무대행은 결국 1998년 2월 극심한 허리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02년 10월까지 3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되지 않아 2006년까지 치료를 받아야 했다. 2002년 10월 이후 재요양 신청은 계속 거부당했고, 결국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산재로 인해 샤킬 전 직무대행은 8급2호의 장애  급수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업훈련비용 지원사업은 "대한민국 국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외국인은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며 "외국인은 체류자격의 합·불법을 불문하고 직업훈련사업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황당한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이런 판단을 뒷받침해 줄 법적 근거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합법/불법 체류 자격을 떠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산재보상보험법의 대상이고, 이 법에 따라 산재장애자로 판정받은 사람이 동법이 규정하는 직업훈련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서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직업훈련비용지원신청 자체를 거부한 것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 앞서 2003년 3월 10일 국가인권위는 근로복지공단에 아래와 같은 권고를 한 바 있다.

  "외국인노동자도 근로기준법 제5조[균등처우] 규정에 의거 불법체류와 상관없이 근로자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급여대상 수급자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는 직업재활훈련 신청대상자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배제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2항 소정의 합리적인 이유없이 출신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이므로 외국인노동자에 대하여 직업재활훈련 신청대상자에서 배제하는 일이 없도록 직업재활훈련 대상자 선정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

  이 권고 이후 2005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장애를 입은 노동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직업훈련원에 이주노동자들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2006년 4월 17알 경부터 근로복지공단은 전국에 딱 2개 있는 직업훈련원의 문을 모두 닫았다!  샤킬 전 직무대행이 직업훈련을 신청할 때는 이 훈련원들이 모두 문을 닫은 후였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가장 수혜의 범위가 큰" 재활훈련원의 교육을 신청하지 않고 "교육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직업훈련비용을 신청하는 것은 "목적이 진정 재활 훈련에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헛소리다.  
근로복지공단측은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샤킬 전 직무대행의 이주노조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았다.  
샤킬 전 직무대행이 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주노조 활동을 위해 체류 기간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산재율이 매우 높고, 산재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기존과 같은 노동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근로복지공단의 신청 반려는 바로 이런 모든 산재를 당해 장애를 입은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직업 훈련을 받는 기회 자체도 부정한 것이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과 대법원의 기각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차별을 정당화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소송에서 패배했지만, 이번 판결의 부당함을 널리 알려내고 항의를 조직해 나갈 것이며 이주노동자들의 온전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08. 4. 15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