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0일(화) 저녁 7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회의실에서 ‘우리는 왜 이주노동자와 연대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이주노동자 투쟁 관련 교육과 토론회가 있었다.

먼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까지만 가풍 동지가 ‘이주노동자의 삶’이라는 주제로 이주노동자로서의 애환과 고통, 이주노동조합 활동가로서의 어려움, 한국 활동가들에 대한 부탁, 민주노총에 대한 바람 등을 담담하게 얘기했다.

간단한 질문이 끝나고,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정원 교육선전차장이 ‘한국 이주노동자 현황과 이주노동자 정책, 그리고 대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1988년 올림픽이 열리면서 ‘한국’이라는 이름이 아시아에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경제는 중소 제조업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된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급격한 실질 임금 상승 역시 중소 제조업 분야의 노동력 부족 요인 중 한가지였다.

이렇게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들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수는 1991년 41,877명으로 1987년에 4,217명에 비해 5년만에 무려 10배가 늘어났다. 정부는 기업들의 필요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용인했다. 계속 늘어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와 기업들의 외국 인력 도입 확대 요구에 응해 한국정부는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생제도’를 거쳐 1993년 ‘산업연수제’를 도입했다.

‘산업연수제’는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릴 만큼 악명 높은 제도였다.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이라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완전히 부정된다. 당연히 최저임금이나 산재보험 등은 그들을 비껴간다. 게다가 출입국법에 따라 직장을 옮기면 바로 ‘불법’ 신분인 미등록 체류자가 돼 버린다. 여권 등 신분증 압류는 기본이고, 욕설과 구타 속에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했다. 인도네시아 송출 업체들은 한국에 취업할 이주노동자들을 교육할 때 뺨을 맞고 욕설을 들어도 참고 견디는 ‘모욕훈련’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이 제도는 국가가 법률로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예 노동을 강요하도록 보장해준 제도였다. 이 때문에 산업연수제 하에서 직장을 이탈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일이 속출했다. 숱한 인권침해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양산하는 제도였던 이 제도는 2007년 1월 1일 고용허가제로 통합되면서 폐지됐다.

정부는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일명 고용허가제)’을 제정해서 2004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3년째 되는 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실은 정부의 선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그들의 의지대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 금지된다. 만약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옮기려면 고용주와 노동부로부터 반드시 허락을 얻어야 한다. 그것도 폐업, 구타, 부당노동행위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직 3번만 가능하다. 또 고용허가제가 허용하는 체류 기한은 3년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송출업체에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을 주고 온다. 3년 이라는 기간은 이 돈을 모으는데도 빠듯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 체류 기한을 만료한 이주노동자들 중 사업주가 고용 계약을 원하는 경우 본국에 출국한 뒤 한 달 안에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주노동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고용주에게 달려 있는 고용주를 위한 제도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인 3년 동안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만 한다. 이것은 고용주에 완전히 종속되게 만들어 노동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 제도의 결과로 고용허가제 시행 전보다 임금은 낮아졌고, 노동시간은 더 길어졌다. 법무부는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로지 강제 단속, 구금, 추방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 2007년 7월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22만 4천명에 이른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우리는 왜 이주노동자와 연대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 그들의 처지가 매우 부당하기 때문이다. 권리, 존엄성의 무시

-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값싼 노동, 위험한 노동, 유연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어 저임금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과 적대하게 만들고, 파업파괴 책동에 이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와의 연대를 소홀하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해 제도적으로 차별을 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의식이 생긴 것이다. 제도개선 투쟁이 중요하다.

- 여수산단의 노동자들이 처음에는 이주노동자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여수참사를 계기로 의식이 바뀌었다. 이처럼 어떤 계기를 활용해서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 영국의 경우도 1970년대 부두노동자들이 ‘아시아 노동자들은 물러가라’고 시위까지 했으나 투쟁 과정에서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파업까지 벌인 적도 있다.

-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반발이 심한데 그것은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와 건설 공법이 현대화 되는 등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때문이지 이주노동자들 때문은 아니다.

- 호주의 건설노조 경우는 이주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활동가로 육성한 예도 있다.

- 대구 성서공단의 경우도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처한 조건이 비슷하고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같은 조직으로 묶이게 된 측면이 있다. 현장의 절박성이 분리와 차별을 극복하고 하나라는 의식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 현장에서 서로 분리하지 말고 같이 조직해야 한다. 실제로 3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한국노동자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공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위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문제로 공동투쟁 하면서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면서 정치적 문제로 나가야 한다.

- 건설의 경우에 지도부가 지나치게 조합원들의 눈치를 본 측면도 있다. 조합원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으면 지도부가 그 의식에 맞서야 한다.

- 자본은 국경없이 넘나들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데 노동자들은 분열되어 서로 싸우면 되겠는가? 노동자들도 국경을 넘어 연대해야 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