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노무현과의 협상보다 동지들간의 소통이 우선이다.
오늘(0120) KBS 7시 뉴스에 정부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2월말까지의 [강제출국 유예] 정책이 나오더군요. 작년 11월부터 두 달 이상 진행되었던 [인간사냥]에 대한 일종의 연장 정책인 셈입니다. 즉, 정부 당국의 이번 조치는 산업연수생 제도나, 고용허가제의 근본적인 개선없이 시혜(?)인양 일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출국을 한시적으로 미뤄주는 정부 당국의 미봉책에 불과한 조치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변화된 인식과 시민단체들의 인권 차원의 항의, 그리고 양심적인 국민여론을 의식해 베푸는 노무현 정부의 시혜조치마저도 전면적인 특별조치가 아니라, 일부에 국한된 생색내기용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해 둡니다. 노무현은 천문학적인 불법 자금을 비밀송금한 정치모리배들은 사면조치하면서도, 왜 한국경제 발전에 복무한 순순한 (이주)노동자들은 (전면) 특별사면하지 않는걸까요.
또한, 공개적으로는 강제출국 마감시한을 연장해 놓고도, 저들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나, 법무부 직원들을 통한 [강제출국 인간사냥]을 끊임없이 자행할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저들의 한시적인-부분적인 강제출국 유예정책은 여론무마용 조치라는 판단이 드는군요. 가령, 저들은 지난 연말 법원에 판결 계류중이던-수감중이던 비두, 자말 등 2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비밀작전 수행하듯이 꼭두새벽에 방글라데시로 추방해 버린 야만적인 인간사냥꾼 아니던가요?
비두와 자말은 단순 집회가담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야만적인 비밀작전으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동원해 보호소에 갇혀 있던 두 이주노동자를 강제 추방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까지 연행해 현지 경찰에게 인계하면서 비두와 자말이 [테러리스트]여서 본국으로 추방한다. 라고 신고했다는 한국 정부관리들의 후진적인 행태에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런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노무현 정권의 인간사냥에 항의하던 Kebi와 Hak 등의 이주노동자들을 가스총 등으로 위협하고, 강제 연행해 갔으니...
아마 저들은 비두와 자말처럼, Kebi와 Hak도 꼭두새벽 비밀작전으로 강제추방할 지 모릅니다.
그런 저들의 여론무마용이자, 시민단체에 대한 유화제스처이자, 이주노동자 분열 책동임에 분명한 [출국시한 연기]라는 미봉책에 호응(?)할 수 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차라리 노예적인 삶보다 못한 처참한 현실들을 인지상정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언가 사기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면, 정부당국의 [출국시한 연기]조치는 말 그대로 오만한 정책강행의 연기 외엔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인 [고용허가제] 전면 실시를 위한 사전조치로써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말입니다. 저들은 현실과 유리된 편의주의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인 '고용허가제'에 대해 최소한의 개선의지조차 없는 것이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들이 시혜처럼 고려하겠다던 재입국 이주노동자들을 옭아맬 쇠사슬이 또한 그 악명높은 '산업연수생'제도이니 말입니다.
어쨋든 이번에 근본적인 문제해결로 나아가지 못하면, 한국정부의 유화제스처에, 그리고 분열책동에 의해 그나마의 투쟁 동력마저 각개분산-공중분해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런 우려는 이주노동자 본인들, 혹은 지지-지원 단체들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우려와 걱정은 노무현과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의도하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각개분산, 지지-지원단체들의 분열...
차마, 그런 분열과 갈등이 발생하지 않길 소원해 보며, 명동성당과 성공회, 그리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힘겹게 겨울나기하며 [근거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끈끈한 연대고리를 호소해 봅니다. 아울러, 지난 1월 17일, 명동성당 농성단을 제외한 다른 농성장 관계자들과 최경수 국무총리 사회수석 보좌관, 이민희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노동복지 심의관 이필운 이사관, 노동부 권기섭 외국인고용대책단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분열책동으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계시는 인권단체나 힘겨운 농성 투쟁을 이끄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음흉한 분열 책동에 (혹여) 휘둘리지 않길 조심스럽게 촉구드려 봅니다. 한마디로, 정부 당국의 이주노동자 분열책동을 면밀히 검토하며 신중하게 그들과의 협상에 임해 주시길 당부드리는 겁니다. 그런 현명한 대정부 협상을 위해서 [이주노동자 협상단]을 구성하는 것도 절실하며, 이를 위한 각지 [이주노동자 농성단 대표협의체] 구성도 필요할 것입니다.
적과의 협상보다 아군끼리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기에...
글을 마무리하며, 한국정부에 의해 인간사냥 당해 [테러리스트]로 규정받으며, 방글라데시로 강제출국당한 순순한 이주노동자 비두의 편지글 한 대목을 상기해 봅니다.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동지들, 오늘 우리는 정부로부터 노동을 위한 중요한 것을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피를 흘리더라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아이들이 누리게 될 더 나은 미래와 다음 세대에 계급없는 사회를 선물하는 보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운동의 성과를 누리지 못할지 모르나 미래의 세대는 우리가 얻지 못했던 권리를 얻을 것입니다. 최소한 그들은 우리가 투쟁한만큼 할 필요 없이, 우리가 미래에 원한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모든 동지들에게 감사하며. MD.비두."
비두의 말처럼, 피를 흘리더라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소원하며,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가 투쟁한만큼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가 원했던 것들을 누리는 그런 미래를 꿈꿔 봅니다. 눈내리는 설 연휴, 다들 건강하시고, 건투하시고, 누구 하나 누락됨 없이 모두의 힘 모아 새봄-새햇살을 마중했으면 합니다. 힘에 겨운 겨울나기의 여정에 아무런 의심없이 어깨를 걸어 보며...
작성자 새벼리 작성일 200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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