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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주지부
Subject   한국생활 8년..명동성당 노숙투쟁 84일째
한국생활 8년..명동성당 노숙투쟁 84일째
[속보, 사회] 2004년 02월 08일 (일) 16:12

[오마이뉴스 전민성 기자]  

▲ 평등노조 이주지부 투쟁조직국의 자히드. 지난 2월 6일 지하철 신당역 근처의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가진 노동부 항의집회에서.  

ⓒ2004 전민성
한국에 온 지 8년. "집에 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자신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저는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더 남아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는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작년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허가제'로 이 땅을 떠나야 하는, 4년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일할 권리와 이주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고용허가제 철폐를 위해 명동성당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84일째 노숙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누나,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 둘, 남동생 하나, 그리고 어머니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있다. 다카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자히드(29)는 방글라데시 3대 학생운동조직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사회주의 학생조직의 다카지역 책임자 일을 했다.


"1995년 아버지가 혈암(血癌. blood cancer)으로 돌아가시면서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플라스틱 사출 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병치료를 위해 가족들이 일년간 인도의 병원을 오가며 빚이 늘었지요."


공장장은 6개월 후 어디서 돈이 났는지 다른 공장을 차렸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삼촌들은 "자히드가 외국에 나가 일을 해 잠시 가족을 돕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오퍼상을 하는 삼촌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삼촌이 홍콩으로 떠나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방에 혼자 남겨진 21살의 자히드는 3일 후 삼촌에게 알리지도 않고 홍콩으로 와 버렸다. "음식도 맞지 않고, 낯선 곳에 있기가 싫었어요."


삼촌은 이미 대만으로 떠난 후여서, 홍콩에 있는 친구에게 한 달간 자히드를 부탁했다. '자히드가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한 달 동안 만 재미있게 지내도록 도와줘.' 하지만 그는 한 달 뒤 다카의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하지만 설 같은 큰 명절 때면 항상 주저 없이 갖고 싶은 것들을 말하곤 하던 동생들이 설에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 '아, 돈이 없으니까 동생들이 그러는구나.' 그 때 '가족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나의 꿈은 잠시 접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카로 돌아온지 한 달 반만에 자히드는 다시 낯 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처음 일을 한 공장은 남양주시에 있는 큰 과자공장이었다. "고구마과자, 꽈배기, 소라과자 등을 만들던 공장이었어요." 그곳에서 그는 고구마 과자 만드는 팀의 책임자로 7년 반 동안 일했다. 그 후 의정부의 한 작은 공장으로 옮겼는데, 사장은 3개월간 일을 시키면서 월급을 안 줬다. 그래도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기숙사의 전기가 끊기고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빨리 가봐, 사장이 이삿짐을 싸고 있어."


그는 결국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방글라데시 공동체의 대표를 맡으면서 부천 나눔의 집, 마석 샬롬의 집 등에서 상담일을 했다.


한 번은 나이가 많은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사장이 자꾸 구박을 해서 일을 그만 둔 경우가 있었다.


"보상은 못 받았지만 그 형이 4년간 일했으니까 퇴직금을 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주지 않았어요."


자히드는 노동부로 직접 찾아가 근로 감독관을 만났다. 사장이 보는 앞에서 근로감독관은 "너희들은 불법체류 노동자잖아, 주지 않겠다면 못 받아, 포기 해"라고 말했고, 그는 "난 이주노동자 상담소에서 일했는데 그런 경우는 없다"며 그에게 "끝까지 받아내고야 말겠다"고 했다. 그는 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결국 퇴직금 전액을 받아낼 수 있었다.


친구들이 당하는 그런 부당한 경우들을 보면서 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말부터 지금까지 딱 3개월 일했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지 못 한 지 1년이 넘었다. 친구들과 사촌들이 돈을 보태주고 있어 자신은 그나마 지내고 있지만,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지 못하는 그는 죄책감이 든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 지난 2월 4일 경기도 하남의 한 제조공장에서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는 사촌동생들을 만났다. 한국인 노동자와 같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회사가 이들에게 호의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퇴근할 때 기꺼이 남아 야근을 해 주기 때문이다.  

ⓒ2004 전민성



그 나마 요금을 내지 못해 휴대폰도 못 쓰고, 농성 때문에 어머니께는 전화를 자주 드리지 못했다. 지난 2월 4일, 경기도의 한 제조회사에서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는 사촌 동생들을 한국인 친구와 함께 찾았다.


자히드의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동생들은 자히드가 찾을 수 있는 통장구좌번호를 받아 적고 작별인사를 나누는 데 자히드와 사촌 동생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제가 집에 전화를 자주 안 해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자기들이 보는 앞에서 빨리 전화하라고 그래요. (명동성당으로) 돌아가서 꼭 전화한다고 말했어요."


투쟁하면 얻어낼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명동성당 한켠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84일 째. 정부의 비인간적인 강제추방에 맞서 연수생제도와 올 8월에 시행될 고용허가제의 철폐를 위해 매일 반복되는 집회와 밤늦도록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는 자히드씨.


그는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놀라 고국으로 돌아갔던 스물 한 살의 자히드가 아니었다. 그는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며 그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동지였다.



/전민성 기자 (minsungc@hotmail.com)

-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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