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강제추방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라.
1. 지난 2003년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고용법-고용허가제>가 제정되자, 노무현 정부는 산업연수생제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제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없을 것"이며,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완전) 보장하게 되었다"고 국내외에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완전히 다릅니다.
2. 노동부의 <2004년 외국인력수급계획>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 13만9천명 중에서 9만9천명을 추방하고, 7만9천명을 새로이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7만9천명의 신규인력을 산업연수생제도에 3만8천명, 고용허가제에 2만5천명, 취업관리제에 1만6천명 등으로 배정한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3. 한국 경제발전에 묵묵히 봉사해온 10만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대책 없이 강제 추방하고, 새로 도입하는 신규인력의 다수를 산업연수생으로 배정하겠다는 <고용허가제>는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인 <산업연수생제도>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속빈 강정식의 <고용허가제>의 선전과 법집행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도 전에 (E-9 비자를 받고) 합법화 된 이주노동자들조차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 불법체류자의 대열로 들어서고 있는 노동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4. 결국,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개선은커녕 반인권적인 강제추방을 전제하고 있으며, 노동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마저 반영하고 있지 못한 '악법'입니다. 이것은 <불법 체류자 문제해결과 산업연수제도 철폐>라는 이주노동자 정책 현안을 무시한 채 저임금으로 부족한 인력을 수급하는 데만 급급한 결과입니다.
5. 따라서, 정부는 산업연수제도의 형식만 바꾼 문제점투성이 <고용허가제> 시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의 연내 9만9천명 강제추방정책은 불법 체류자를 줄이기는커녕 도리어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것이며, 인권탄압의 악순환을 거듭할 뿐입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이주노동자 강제연행과 표적침탈 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인권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말입니다.
6. 민주노총과 평등노조 이주지부,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2003년 11월 15일부터 220여일, 7개월이 넘게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지난 겨울과 봄을 넘겨가며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10만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해야 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결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7. 하여, 서울경인지역 평등노동조합은 한국 정부와 17대 국회에게 요구합니다. 한국정부는 연내에 10만여명의 이주노동자를 강제 추방한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살인적이고, 야만적인 표적침탈, 단속추방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8월 17일 강행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시정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2004. 06. 22.
서울경인지역 평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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