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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주지부
Subject   "11월 단속에 맞서 싸우겠다"[인터뷰] 이주노동자 나딤과 하십씨의 어제와 오늘

"11월 단속에 맞서 싸우겠다"


[인터뷰] 이주노동자 나딤과 하십씨의 어제와 오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권박효원 기자    


  

▲ "뭘 잘못했다고 숨어야 하나. 한국이 우리를 필요로 했고, 우리는 열심히 일해 대한민국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 한국에 올지 5년째 되는 나딤씨.  

ⓒ2003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5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온 나딤(32)씨는 진공청소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 그는 매달 85만원을 벌고 그 중 50만원을 방글라데시에 보낸다.

요즘 나딤씨는 가슴이 답답하다. 추석이 다가오지만 기쁘지 않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애초 한국에 올 때부터 관광비자로 왔으니 불법체류자로 산지는 오래됐지만,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단속이 더 심해질 예정이다. 사장은 "더이상 불법체류자를 쓸 수 없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나딤씨는 "당장 1달 돈을 못 부치면 가족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가 책임지는 가족은 모두 5명. 어머니와 형, 여동생 3명이 그의 송금에 기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십(27)씨 역시 3년 전 관광비자를 받고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다. 하십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악세사리나 벨트 바클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85만원을 받는다. 매달 집에 50만원을 부치고 35만원을 생활비로 쓴다.

고용허가제가 영 못 미더운 하십씨는 취업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사장은 하십씨에게 취업신청서 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계속 일하라고 말해주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당장 2∼3개월 동안 돈을 못 부치면 가족의 생계도 어려워진다. 어머니와 형제 4명이 그의 수입을 기다리고 있다.



"몇 년만 더 일하면 구멍가게 여는데..."

  

▲ "한국사람, 외국사람 모두 똑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우리도 자유롭게 일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 한국에 온지 3년째인 하십씨.  

ⓒ2003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나딤씨와 하십씨는 "한국에 계속 머물 생각은 없지만 3∼4년만 더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고향으로 돌아가 구멍가게를 열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소박함 바람이다.

두 사람 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이렇게 오래 일할 줄 몰랐다. 하지만 돈이 생각보다 쉽게 모이지 않았다. 입국할 때 빚을 내서 브로커에게 800∼900만원에 달하는 송출비용을 지불했고,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이를 갚는 데에만 2년 가까이 걸렸다.

나딤씨는 첫 직장에서 하루에 11시간 일했고 바쁠 때는 새벽까지 연장근로를 했다. 손에 쥐어지는 돈은 수당없이 단돈 60만원. 매달 월급에서 고국에 40만원을 부쳐 빚을 갚고, 나머지 2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돈이 아까워서 술 한번 마음놓고 마시지 못했다. 빚갚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는 "가족행복을 위해 5년을 참고 참았다"며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못했다"고 강조했다.

하십씨 역시 첫 일터에서 하루에 오전 8시30분부터 12시간씩 일했다. 일이 바쁘면 밤 12시까지도 기계를 돌렸다. 그는 수당없이 한달에 50만원을 받았다.

일도 어려웠지만 한국인들의 냉대도 참기 어려웠다. 한국인 동료들은 그를 "이 새끼"라고 불렀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고한다. 어느 날인가에는 "이 새끼, 너 이리 와 봐"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가만히 있었다가 얻어맞기도 했다. 결국 하십씨는 일터를 옮겼다.

그래도 지금 다니는 직장은 괜찮은 편이다. 공장에서 점심식사와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어 돈을 아낄 수 있다. 사장의 신뢰도 얻었다. 사장은 한글을 읽을 수 있고 기술도 있는 하십씨를 믿고 일을 맡긴다고 한다.




고용허가제 시대, 그러나... "돌아가지 않겠다, 숨지 않겠다"



이들은 "상황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이주노동자들이 11월 단속에 맞서 싸울 것이다"며 "노동자가 단결하면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따로따로 인터뷰를 했는데 마치 짜놓은 듯 같은 대답이다. 당장 이번 추석에도 이주노동자 친구들을 만나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이다.

단속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는 2인용 숙소에 5∼6명씩 모여 소리도 죽이며 살다가 밤이 되면 바깥에 나가 일을 한다. 나딤씨는 "숨지도 않겠다, 단속에 걸리면 감옥에서 싸우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뭘 잘못했다고 숨어야 하나. 한국이 우리를 필요로 했고, 우리는 열심히 일해 대한민국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

하십씨 역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업신청을 하면 출국한 뒤 재입국해야 하는 하십씨는 "다시 비자 받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 있는 기술을 살려 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독일에서도 한국인들이 일하다가 노동권을 위해 싸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사람, 외국사람 모두 똑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우리도 자유롭게 일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  

2003/09/09 오후 7:37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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