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최소한의 양심
투쟁의 현장 - 이주노동자의 고용과 생계를 보장하라!
기관지노힘 제39호
박준영 (노동자의 힘 취재팀)
세정기업.JPG(128 KB)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세정주식회사에 지난 7월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조합원 평균나이가 27세인 젊은 노동자들은 100% 노조가입을 달성하고,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세정지회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자신들의 고용과 처우 문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 보장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주 노동자 관련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① 간접고용(도급)을 직접고용으로 대체하라 ② 이주 노동자들의 임금 및 각종 처우를 정규직 노동자 수준으로 보장하라.
초기에 요구안을 고민할 때는 이주노동자의 정규직화도 고민했지만, 조합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차후 과제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현재 이주 노동자 관련 요구 수준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고용과 생계를 보장하는 요구안을 내걸고 쟁취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부들은 이 요구안과 관련하여 '당위성'에서 '의구심'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며 짭짤하게 재미를 보는 세정자본이 쉽게 물러설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서는 최후까지 이 안을 가지고 투쟁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합원들의 의식은 변하고 있지 않다. 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지 원칙적인 근거들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을 조직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세정에는 산업연수생이 14명이고 나머지 38명은 도급인원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인, 조선족 등 국적이 정말 다양하다. 일을 할 때는 손짓 발짓 해가며 소통하지만, 최소한 말이 통한다고 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관련 요구안으로 파업하고 있는데, 이주 노동자들은 대체근로를 하는 아이러니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을 물색중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정지회는 아직까지 이주노동자 관련 요구안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세정지회가 이주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를 보장하는 요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현대자동차 아산지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고무받은 바가 크다. 거대한 철학이 깔린 요구는 아니지만,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버릴 수 없다는 것이 소박한 세정지회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현대자동차 아산지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외딴 시골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의 최소한의 양심을 심어줬다면 이제 세정지회는 노동자의 양심을 계급적 각성으로 확장시키는 투쟁을 해야한다.
2003-09-25 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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