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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지부 동지 진료면회투쟁을 다녀와서
-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공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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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비두, 랏손 동지의 면회투쟁을 위해 화성 외국인 보호소를
찾아갔습니다.
비두, 랏손 동지는 지난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의 가두행진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습니다. 경찰은 두 동지를 연행하면서 수갑을 채우고 머리를 숙이라며
구타하였고, 27일 밤에 경찰서에서 출입국 관리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옷으로 두 동지의
머리를 덮어씌운채 구호를 외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고는 "죽여서 산에 묻으러 간다"고
위협하며 구타하였습니다. 이에 이주지부에서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고 출입국 관리소 앞에서
구출투쟁을 전개하자 이번에는 다시 화성 외국인 보호소로 동지들을 빼돌린 상태입니다.
면회소에 가서 이와 같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두 동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만나서 진찰할 수 있는 특별 면회를 요청하였습니다. 보호소에서는 영사·대사관을 통해서
요청하거나 변호사를 대동해야 한다면서 한사코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보호소 직원들이 "우리들도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입장임을 이해해 달라"며 예의를
지키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제가 의사임을 증명해보라는 둥, 제가 갇혀있는 동지들에게
해로운 일을 할 수도 있지 않냐는 둥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의사임을 확인하고 싶다면 대한의사협회에 직접 신원 조회를 하면 될 것이고, 만일
직접 진찰을 하게 해 준다면 몇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직접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오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애초에 그럴 의향이 없었으며, 다만 면회투쟁을 온 우리들을
멸시하기 위한 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에도 직접 진찰한 바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에도 간단한 진찰을 요청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규정집을 직접 확인한 결과,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소장의 재량에 따라
면회실 이외의 장소에서 면회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이에 소장실을 찾아가 두 동지가
심각하게 구타당하였음을 직접 설명하고 진찰을 허가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소장이 아무나 만나는 사람인줄 아냐"면서 이를 저지하였고, 결국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소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장은 보호소 담당 의사가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으니 혹시라도 이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지정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를 해주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직접 담당 의사를 만나보라, 같은 의사라면 말이 통할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자꾸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고만 하였지만, 우리의 요구는 쉽고도 명확한
것이었습니다. 보호소 안에 있는 두 동지가 진찰 받고 싶은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해 의사가 직접 찾아왔으니, 만나서 진찰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호소에서 아무런 비용도 들일 필요 없이 그저 소장이 규정상에 허용되어 있는 자신의
재량대로 면회실 밖에서의 진찰을 허락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보호소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고, 저희들은 두 시간이 넘는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결국
면회실의 두터운 아크릴 판 너머로 비두, 랏손 동지를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비두, 랏손 동지가 면회실 너머에 나타났습니다. 작은 체구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비두 동지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밖에서 더 열심히 투쟁하고
여기(보호소의 자신들)에는 너무 힘을 쏟지 말라고 오히려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비두 동지는
보호소 안에서 자신이 친구들(이주노동자 동지들)과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여, 마지막까지 조직하고 투쟁에 함께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두 동지 모두 온몸을 많이 맞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작은 상처들은 많이 나았고, 비두
동지는 어깨, 랏손 동지는 왼쪽 등과 옆구리가 아직 많이 쑤시고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제대로 아픈 부위를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지라, 몇가지 동작들을 시켜보는 것
이외에는 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랏손 동지는 우리말이 서툴러서 그나마 비두
동지를 통해 통역을 하면서 몸 상태를 알아내야 했습니다.
일단 바르는 진통제와 파스, 온찜질팩 등을 전해드렸습니다. 다만 랏손 동지는 옆으로 누울 때
옆구리가 많이 쑤시고 몸통을 돌릴 때 통증부위가 움직이면서 심해져서, 혹시라도 갈비뼈의
골절은 아닐까 염려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몸통을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혹시
수일 뒤에도 통증이 줄지 않으면 보호소에 요구하여 방사선 검사를 받아보시도록
말씀드렸습니다.
파리 한마리 빠져나갈 틈 없는 이중의 창문 너머로 마이크를 통해 그저 눈인사만 건네고
돌아오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26일 집회때 이주지부 동지들은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투쟁하였고, 경찰이 마치 표적 사냥을 하듯 이주 노동자들을 집중 공격하였던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더군다나 정당한 투쟁을 했을 뿐인 두 동지에게 범죄자에게도 해서는
안될 폭력과 인권유린행위를 자행한 사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보호소에서는
"경찰에게 맞은 것은 고소하면 될 일 아니냐"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두 동지를 진찰하는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요청조차 완강히 거부하는 것도 괘씸하기 그지없습니다.
자본은 착취하고, 경찰은 폭력을 휘두르고, 보호소는 가두고, 출입국 관리소는 강제출국시키고,
이 우스운 일들이 바로 법과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국가가 이주노동자에게 자행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이주 지부에서는 이번 일로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고 구출 투쟁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
들었습니다. 부디 보호소의 두 동지가 무사히 나와서 다시 힘차게 투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투쟁!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 폭력 진압 즉각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표적연행 폭력자행한 인권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
비두, 랏손 즉각 석방하고 보호소는 사과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3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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