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11월9일 대구대회 공식 제안문
투쟁을 노래하자! 투쟁을 토론하자! 투쟁을 투쟁답게 하자!!
11월9일, 세원정공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제안하며
1. 10월31일 이전과 이후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와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가 연 이틀 걸쳐 마무리되었다. 연이은 열사들의 죽음이 촉발한 이번 투쟁을 민주노총이 어떻게 이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 공감과 의사수렴이 생략된 채 다급히 진행된 임시대의원 대회는, 열사의 염원이 아니라 민주노총 지도부의 염원이 그대로 수렴되어 결정되었다.
한편에선 교섭이 진행되고, 또 교섭이 종용되고 있다. 대의원대회에서 단병호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유족들과의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섭중단 요구 안'이 철회된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투쟁을 조속히 마무리짓기 위해 교섭이 필요했던 것이다.
10월3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이전에 우리들이 해야 할 일과 31일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우리의 판단과 선택이 아니라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양상과 대중들의 분노가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 각급 조직과 의결단위를 통해 민주노총이 투쟁을 회피하지 않고 전면적 총파업투쟁으로 나아가도록 조직하는 것이 31일 이전의 임무라면, 민주노총이 이미 투쟁의 무기를 놓아버린 지금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그 무기를 쥐어야만 한다.
투쟁의 파고를 올려야한다.
11월6일, 비록 4시간 파업이지만, 각급연맹과 노조에선 교육시간과 총회파업으로 대신하겠지만, 최대한의 사업장에서 파업을 감행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 파업의 열기를 11월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최고조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12일 파업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시간표엔 그런 것이 없다. 단지, 한진과 세원의 교섭 마무리를 통해 전국적 전선의 방만한 배치를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그래서 11월9일 전노대를 투쟁이 아닌 마무리집회로, 치열한 투쟁의 양상이 아닌 승리의 축제로 만들고자 할 따름이다.
열사의 죽음을 그렇게 떠나보내선 안된다.
2 .열사의 죽음에 각인 된 정치선동
우리에겐 전국적 정치신문이 없었다.
한진 동지들, 세원 동지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동지들, 그 동지들의 투쟁에 우리는 연대하지 못했다. 그 동지들은 연대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동지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자신들의 투쟁을 호소할 전국적 정치신문을 갖지 못했다.
최후의 선택으로, 동지들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전국적 정치신문을 만들었다.
우리는 피로 쓴 정치신문을 보고서야 그 동지들의 투쟁을 알고, 또 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 동지들이 죽음으로 쓴 정치신문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채 피도 마르지 않은 그 선동문을.
한진 동지들, 세원 동지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동지들, 그 동지들은 자신의 투쟁을 호소할 전국적 정치신문을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 조직을 갖지 못했다. 매달 조합비 상납하는 금속노조와 연맹과 민주노총은 그 동지들의 투쟁을 애써 외면해왔다. 죽음으로 쓴 정치선동이 시작되자 부랴부랴 미봉책을 마련했다. 그 미봉책은 조속한 교섭 마무리일 뿐이다.
이제, 우리가 그 동지들의 투쟁에 답해야 할 때이다.
열사의 죽음에 각인 된 정치선동을 우리의 손에, 우리의 투쟁에 옮겨다 놓아야 한다.
전국적 조직이 없다고 물러설게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전국적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열사가 남기고 간 전국적 정치신문과 아래로부터 번져 오르는 전국적 분노와 투쟁의 불씨가 있지 않은가!
고립을 두려워 마라!!
3. 좌파의 옷을 벗어라!
11월8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전국의 문화일꾼들에게 호소하자, 술 먹고 분위기 띄우는 문화제가 아니라, 열사의 염원을 가슴에 쑤셔 넣고, 내일의 투쟁을 토론하는 투쟁문화제를 함께 만들자고 호소하자. SBS 뺨치는 세련된 무대가 아니어도, 가슴 두근거리는 전국의 동지들이 함께 팔뚝질하는 그런 문화제, 높은 사람 세련된 연설이 아니어도, 현장 밑바닥 아우성치는 동지들의 어눌한 선동이 있는 그런 문화제를 만들자.
11월9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노동탄압 분쇄! 노무현 정권 퇴진!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자. 천명이 모여도, 이천명이 모여도, 혹은 만명 모여도 투쟁의 열기는 동일한 그런 투쟁을 준비하자. '집회는 짧게 가두행진은 길게'라는 입에 발린 멘트는 집어치우고, 우리의 분노를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그런 투쟁을 준비하자.
대중들로부터의 고립을 그 근거로 내세우지 마라!
차라리 민주노총 권력으로부터 왕따를 무서워한다고 고백하자.
아래로부터, 대중적 총파업의 조직화를 그 이유로 내세우지 마라!
차라리 비판세력으로, 민주노총의 이너써클로 남고싶다고 고백하자.
10만의 위력적인 대중집회를 활용하자고 선동하지 마라!
그곳에 좌파를 위한 자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배려되고 있는가?
차라리 비판만이 우리의 무기라고 변명하자.
차라리 이렇게 말하자.
우리는 흩어져 있고, 우리는 구심이 없고, 우리는 조직이 없고, 우리는 동력이 없다고 말하자. 그렇다, 우리는 가진 것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열사들이 남기고 간 정치신문이 있지 않은가? 우리에겐 번져 오르는 노동형제들의 분노가 있지 않은가? 이것마저 없다고 말하지 말자.
투쟁하고 싶어하는 자들이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리는 환상의 쇼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내부의 비판 열마디 보다, 이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독자집회가 지도부에 대한 훨씬 유용한 공격의 무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이다.
조합원들이, 대중들이 왜 투쟁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지를 표출시켜야 한다. 그러한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이 투쟁의 전선에서 성급히 퇴각하는 것을 차단시켜야 한다.
10월24일 세원정공 집회에서 우리는 투쟁의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았다. 지도부가 퇴각하고, 지도부가 투쟁문화제를 강행했지만, 완강한 투쟁을 전개한 동지들에 의해 지도부가 어쩔수 없이 투쟁의 전선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11월9일 대구집회는 그런 투쟁이 될 것이다.
투쟁의 접전지에서, 열사가 분노한 그 자리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투쟁으로, 서울시청 앞 민주노총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다면입체무대에서 벌어지는 100분쇼와 걷기대회에 이끌려간 동지들에게 투쟁을 다시금 촉발시켜야 한다. 뒤로 물러서는 지도부의 면전에 대고 갈테면 가라, 투쟁은 우리가 한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민주노총이 전체적으로 퇴각하는 것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렇다, 아직은 민주노총이 우리의 최대의 무기이다.
우리는 고립되는 것이 아니다.
대열의 맨 앞에서 본대와 적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투쟁하는 선봉대를 누가 대열로부터 고립되었다고 말하는가! 우리는 민주노총, 아니 1300만 노동계급 형제들의 가장 앞 열에 배치된 선봉대일 따름이다.
이것을 고립이라고 말한다면, 차라리 좌파의 옷을 벗어라!
4. 힘들지만....
동지들에게 제안합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위 노조이건, 단체이건, 정치조직이건, 학생동지들이건, 다 함께 준비합시다.
일차적으로 유무선 소통을 통해 상호의견을 교류합시다. 동의되는 단위부터 준비주체를 꾸려갑시다. 사람과 조직과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도 같이 고민합시다.
공식적인 참가와 비공식적인 참가, 모두 동일하게 인정합시다.
늦더라도 11월5일(수)부터는 공개적인 선전과 공격적인 참가조직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대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런 투쟁을 진행할 수 있다면, 부산이어도, 혹은 서울이어도 좋습니다.
동지들의 두뇌와 열정에 호소합니다. 투쟁!!
가칭)11월9일 대구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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