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자집회에 배포된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2003-11-26)입니다.
□ 현장 보고 □
- 현자자동차 물량저지 투쟁의 오점
이해남 동지의 사망이후 세원대책위는 총연맹 차원의 확대대책위로 재편되었다. 이어 확대대책위가 주최한 19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평화적으로 마치고, 세원문제 해결을 위한 물량압박 전술을 내놓았다. 현시기 물량저지 투쟁은 사그러드는 총파업 전선을 다시금 확대 시키고, 단사의 조건과 일정등으로 조용히 잠식되어 있는 대공장 노동자들을 전국적 투쟁의 대열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세원의 납품회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자동차 노동자들이 이투쟁에 동참하여 세원투쟁을 대공장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해야 한다.
그러나 대책위와 현자노조에서 협의되고 있는 물량저지투쟁은 그러한 방향과 다른 괘선을 그리고 있다. 우선 대책위는 19일 규탄대회→23~24 물량압박→25~26일 노숙투쟁․노동자대회로 이어지는 투U쟁을 통해 세원사측을 압박, 유리한 협상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자 노조는 현재 단사의 선거일정으로인해 세원투쟁이 장기화되어 현자에 돌아올 부담감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현자 일부 현장노동자들이 18,19 출․퇴투와 20일 즉각적인 물량저지를 하자는 안을 듣고 본조는 대책위에 연락을 취해 출․퇴투는 하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어 본조 중앙위에서는 19일까지 사태를 지켜본 후 재논의 한다로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한주간을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만’ 하면서 넘겨버리고 선거 국면으로 돌입하여 자연스럽게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세원 동지들은 이해남 동지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마지막 수단으로 직접 현자로 내려가 몸으로 물량을 막겠다는 결의였다. 그 와중에 이해남 동지가 사망하였고, 세원 동지들이 받은 정신적 타격, 총연맹대책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등이 세원 동지들이 대구를 떠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했다. 동산병원을 방문하는 수많은 연대단위 동지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26일 전에 협상이 타결되어 26일 노동자 대회를 협상보고대회로 가져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불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그러한 불만이 불만으로만 끝나서는 투쟁을 회피하는 자들과 다름없을 것이다. 19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노동자의 분노를 고작 계란으로 담아낼 수 있었는가, 그나마 날아가는 계란과 돌맹이를 뒤로하고 발빠르게 시위대오를 이탈해 가던 그 많은 노동자들의 퇴각하는 발걸음이 비단 지도부의 평화투쟁 지침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급속히 사그러드는 투쟁전선 속에서 앞서나가 행동하기 이전에 주변의 눈치부터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기회주의 지도부를 비판한 만큼, 가슴에 쌓인 자본가 세상에 대한 분노만큼 실천적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후퇴하는 전선에서 더욱 용감하고, 단호하게 전투에 임하는 것이 지금 이순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기자.
- 이주 노동자 투쟁을 전체 노동자 투쟁으로
당국의 무자비한 강제단속과 출국에 맞서 명동성당과 전국 각지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놓여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은 표적 검거를 당했고, 강제 출국시한을 앞두고 삶을 비관한 이주노동자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남한 자본은 노동유연화를 통해 40만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착취하고 이제 그 목숨까지 가져가고 있다.
과거 3D업종, 중소․영세 사업장 중심이던 이주노동자 고용형태는 이미 대공장 하청으로까지 확산되고있는 추세다. 이주노동자 문제가 특수한 고용정책상의 문제로 제한되거나, 한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업종의 시다바리가 아님을, 노동유연화에서 일반화 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구조적 고용형태로 잡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기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역시 불법체류자 운동을 넘어 노동자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초기 노동비자 쟁취, 합법화 쟁취 투쟁은 불법 체류자라는 존재적 조건속에 투쟁을 가두는 한계를 안고왔다.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투쟁의 주체로 등장하지 못하고, 노조 지도부들의 끊임없는 후퇴와 타협속에서 배신감을 곱씹어야 했고, 인권을 앞세운 알량한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권력에 빌붙어 보호(?)대책을 마련하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나, 목사․신부들, MBC느낌표의 위선에 희롱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열사 투쟁 전선에서 가장 선봉에 서서, 전국 어디라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연대하는 이주지부 노동자들은 그러한 위선과 인권놀음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노동자 선언’을 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폭압적 노동운동탄압이 앞선 6명의 열사의 목숨을 앗아갔고, 분절된 우리운동의 허약성이 그들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것과 마찬가지로, 유서 한장 남기지 못하고 죽음으로 강제출국에 맞서야했던 다라까와 비꾸 역시 또 다른 노동열사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전국의 노동자가 투쟁으로 정부와 자본의 탄압을 분쇄해 내는 것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인간 사냥에 맞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사수하자. 이 투쟁에서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도 아닌 하나의 이름 ‘노동자’로 싸울 때 비로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 기아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 결의대회
지난 13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민주광장에서는 ‘노동탄압분쇄! 비정규직 주5일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160여명의 원․하청 노동자들은 현시기 자본과 정권의 무차별 탄압에 동지들이 죽어나가고 있음을 규탄하고 열사투쟁으로 촉발된 총파업투쟁을 사수하여 열사의 뜻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노무현이 천명한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거짓말로 드러났고,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위한 유일한 길은 사업장에서부터 정규직․비정규직 공통투쟁을 이끌어내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기아 자본이 이번 단협에서 통과된 주5일제 적용에서 비정규직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주5일제 완전쟁취의 그날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기아자동차의 1차총파업 부결과 현장에서 열사투쟁이 힘있게 조직되지 못하는 것에대하여 큰 책임감을 느끼며 12월까지 지속적인 공장내 집회와 선전전,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얼어붙은 현장을 녹이고 책임있는 투쟁의 조직화를 실행하기로 했다.
기아현장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최대 조직력과 투쟁력을 자랑하는 기아자동차 노조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지난 1차 총파업 부결은 기실 지도부의 책임회피만의 문제가 아닌 기아현장의 냉각과 허약성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상반기 비리 문제로 중도하차한 16대 집행부에 이어 집권한 17대 집행부역시 비리 문제로 와해직전까지 몰리다 얼마전 상집을 재구성했다.
사측이 교묘하게 주도하는 비리폭로전은 이제 제 현장조직으로까지 확전되어 상호비방과 제살 물어뜯기에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열사투쟁은 현장내에서 밀려나고, 형식적 유인물로 대체되어 버렸다. 소위 협조파, 민주파, 전투파 가릴 것 없이 관성에 찌들다 못해 타락해 버린 대공장 현장조직운동의 실상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성의 ‘공동투쟁결의 대회’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대공장 현장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첫 걸음이다. 조합적 이해에 갇히지 않고, 자조직의 보신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계급적 당위를 위해 투쟁으로 떨쳐일어서는 현장 노동자! 그들이 작금의 고착된 대공장 노조운동을 변혁하고 계급적 대의에 복무하는 새로운 현장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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