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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주장] 동지들, 평가는 이르다. 멈추지 말고 전진하자!
대구 노동자집회에 배포된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2003-11-26)입니다.


□ 주 장 □
동지들, 평가는 이르다. 멈추지 말고 전진하자!


11월 17일 부안주민들의 투쟁, 11월 19일 농민들의 투쟁을 보라. 노동자투쟁의 불꽃은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다른 근로민중들에게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투쟁의 도화선을 당긴 노동계급의 투쟁은 노동자대회 이후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11월 19일 농민들이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공권력과 정면충돌하는 동안, 이해남 열사의 운명소식에 대구로 모인 수 천명의 노동자들은 지극히 평화적으로 가두를 행진했다. 몇몇 동지들이 돌을 던지며 공장진입을 시도했지만 지도부의 가차없는 제지와 썰물처럼 빠지는 대오 앞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서울과 대구에서 벌어진 대조적인 양상은 농민 등 여타 근로민중들의 투쟁이 강회되고 있음에도 열사들의 죽음이 만들어낸 노동계급의 투쟁전선은 해체되고 있는 현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투쟁이 확대되는 가장 중요한 고비였던 11월 9일에서 15일에 이르는 사이 민주노총과 정부가 조성한 유화국면은 투쟁의 흐름을 끊어놓았다. 투쟁의 의지가 위로부터 꺽여 나가면서 노동자들의 분노는 점차 좌절과 무기력으로 변하고 있다.

무엇이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가?

채 보름도 못돼는 기간에 네 명의 열사가 죽음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노동계급 운동의 전면적 대반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약화되고 있는 상황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가장 먼저, 투쟁을 확대하기는커녕 열사들의 죽음을 팔아 노․정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데 급급하고 있는 민주노총 상층의 기회주의 노선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IMF 이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소수의 호황산업을 제외하고 노동계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본은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노조배제와 탄압을 계속 일삼아왔다. 열사들의 죽음은 바로 이에 대한 저항이며 결코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투쟁의 목표를 손배가압류 제도의 개선으로 축소하고 전국투쟁의 지렛대일 수밖에 없는 열사 사업장들의 문제를 개별교섭의 문제로 돌림으로써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조관료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도부로부터 대중을 분리시키고 독자적 행동을 조직할 주체의 부재와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97․98년에 민주노총 상층부에 대당하여 소위 ‘현장파’로 결집했던 전투적 현장주의 운동은 정치적 전망의 부재 속에서 대공장 운동의 퇴조와 함께 붕괴되었으며, 대공장에서 선진활동가들은 집단이 아니라 개별적인 전투분자로 존재하고 있다. 대공장의 전투적 현장주의가 몰락한 반면 아직 대부분 미조직이며 운동의 역사가 짧은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확고하고 독립적인 활동가층으로 아직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이 속에서 전투적 활동가들은 개인으로 산개된 채 독자적인 집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이 열사들의 죽음으로 들끓고 있음에도 남한 노동운동의 중핵인 대공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총파업이 부결된 기아자동차노조는 물론이고 다른 대공장들도 소극적인 참여 이상 하지 않았다. 투쟁이 대공장으로 파급되지 않는 속에서 투쟁하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 역시 패배하고 좌절하는 최근 몇 년 동안 남한 노동운동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공장 운동의 침체는 99년 이후 대공업의 호황과 비정규직의 확대를 통한 자본의 분절화 책략의 결과물이다. 97-98년의 위기 이후 조선과 자동차산업 등 대공장은 별다른 위기 없이 호황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것은 국민경제 전반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속에서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를 맞바꾸고 자본이 던져주는 경제적 실리에 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공장 선진활동가들을 사로잡고 있는 ‘현장사안으로부터 대중을 조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과거 현장으로부터 동떨어진 민주노총의 제도개선, 사개투 전술에 맞서 현장노동자의 피부에 와 닿는 현장사안으로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 유의미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전투적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조직적 힘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현장사안이 상시 합의구조 내로 포섭되며 투쟁의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항에서 오히려 활동가들의 시야조차 노동조합주의와 단사적 이해 속에 가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실리주의화되는 노동대중의 의식에 영합하여 ‘구체적인 현장활동’을 핑계로 투쟁을 기각하는 대기주의마저 등장하고 있다.

투쟁 주체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선은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 민중들의 저항 역시 구심의 부재 속에서 흩어질 수밖에 없으며 겨울을 지나면서 총선 분위기 속으로 휩쓸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민중연대, 범국민 전선이라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일관된 노선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전투적 운동의 퇴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노동계급운동은 부르주아적 시민운동과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 개량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현재 노동자 투쟁전선을 성급하게 민중연대 전선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정치조직임을 자임하려드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그것은 12월 7일 민중대회를 거쳐 내년 총선으로 내달음치는 출세주의자들과 노조 관료주의자들의 정치일정에 종속되는 길이다. 그것이 아니라 노동자투쟁 대오를 견결하게 사수하고 그 힘으로 내년 총선을 포함한 상반기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투쟁을 책임지고 지도할 전투적 주체들의 재결집을 지금 이 투쟁 속에서 이루어 내야 한다. 그를 위해서 오늘 대구 노동자대회는 우리의 의지와 힘을 확인하고 투쟁하는 이들 모두가 결집해야 함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대중은 대중동력을 핑계로 직무유기하는 민주노총 지도부 뿐 아니라 지도부를 핑계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는 현장의 활동가 역시 똑바로 지켜보고 있다. 대중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분노가 일지 않아서도 아니고 뚜렷한 전망이 없어서도 아니다. 침묵과 방관을 깨고 투쟁을 선도하고 지도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선진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현재의 후퇴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투쟁주체의 형성과 결집이 이 국면 속에서 만들어져야 퇴조의 속도를 늦추고 반격의 계기를 앞당길 수 있다.
선진활동가들은 민주노총과 노조의 지도부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안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도부의 지침에 종속되지도 말고 그렇다고 지도부의 투쟁회피주의를 핑계대지 말고 스스로가 투쟁의 선봉에 나섬으로써 침묵하고 있거나 주저하고 있는 대중의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독자적인 집회를 조직할 역량이 없다면 최소한 민주노총이 잡은 판에서라도 가두투쟁을 조직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쟁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소통과 연대의 고리를 형성해야 한다.
대공장 선진노동자들은 현안을 넘어 계급적 이해를 가지고 대중을 조직해야 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주체들을 만들어야 한다. 열사들의 죽음, 그 분노와 슬픔을 있는 그대로 선전선동하고 전체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가감없이 알림으로써 대공장 노동자들의 계급적 본능에 호소해야 한다. 열사들의 죽음을 불러온 노동운동탄압과 그것의 제도화인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투쟁의 당위성을 현장노동자들에게 선전선동하고 소수라 할지라도 조직된 힘을 가지고 투쟁의 전선을 지키고 있는 열사사업장, 장기투쟁사사업장,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결합하여 전선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 속에서 현재의 열사투쟁 전선을 사수하고 이후 총체적인 노동운동 탄압전략(노사관계 로드맵)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주체회의를 구성하자! 전선의 선봉에 있는 열사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벼랑 끝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장기간 외로운 싸움을 끈질기게 전개해온 중소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대공장을 계급적으로 혁신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대공장 현장조직 및 선봉대 노동자들, 노동자투쟁을 책임지고 함께 하고자 하는 정치조직·단체들, 계급적 노학연대를 실천하는 학생단체들 그리고 전투적이고 선진적인 개인 활동가들 모두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함께 투쟁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동지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평가는 이르다. 우리는 멈추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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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아, 백두여 새 아침이여! 사람사랑 2004/01/01  315
533    [11/25월례포럼]남한에이즈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민중의료연합 2003/11/24  315
532    살인을 방조할 것인가, 그것에 맞서 투쟁할 것인가(26일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무일푼 2003/10/26  315
531    비정규직재정사업부 소식지 12호 비정규직재정사업부 2003/09/29  315
530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의 골자입니다. 이주지부 2003/07/15  315
529    오늘 같지 말아라 김치문 2004/09/25  314
528    [긴급]종로경찰서의 파쇼적 작태!! 전철연 2004/09/17  314
527    거대 양 노총이 골 아파하는 제3노동조합 출현 제3노총 2004/08/18  314
526    봉합 후진이냐, 분화 전진이냐 - 양한승 노동자 2004/06/01  314
525    [6.5 재보선] 5/30 정윤광 후보 지원 일정입니다. 정윤광선본 2004/05/30  314
524    고양경찰서장 자폭하라!! 전철연 2004/05/28  314
523    [긴급]타워농성자 연행 강압조사 항의투쟁 지원요청 타워노조 2004/05/07  314
522    문의합니다. 김현철 2004/03/29  314
521    자본-정권-어용노조의 장막을 뚫고 떨쳐 일어나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여! 사노신(준) 2004/02/16  314
520    ■ 인간사냥꾼, 차라리 부시보다 못한 노무현. 새벼리 2004/01/08  314
519    상도동철거민 투쟁 승리! 빈민해방 쟁취! 문화제 웹자보 전철연 2004/01/03  314
518    Direct Action 12월 20일 투쟁총화입니다. Direct Action 2003/12/20  314
517    [인권영화정기상영회] 3월 반딧불-"나는 페미니스트다" 인권운동사랑방 2005/03/14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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