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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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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03년 겨울, 서울의 초상 우리들의 자화상
2003년 겨울, 서울의 초상 우리들의 자화상

지난 12월 18일, 민주노동당중앙위원회 회의로 서울에 상경한 차에 늘 빚진 듯하여 가슴 한켠을 누르고 있던 여러 농성장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하였다.  
영하10도를 관통한 여의도의 칼바람은 쌀쌀한 요즘정국만큼이나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국회의사당을 향해 진군하듯 서있는 한나라당 당사외벽에는 ‘경제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플래카드가 참으로 뻔뻔스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차떼기라는 유행어를 생산해낸 여야정치권은 오늘도 민중들의 정치적 혐오와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고,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는 연일 정치개악특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사 맞은편 국민은행앞 광장에서는 이라크 파병저지를 위해 범민련 어르신들이 벌써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일흔이 훨씬 넘은 연로하신 분들이 차가운 바닥에 담요 한장깔고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을 보고는 차마 눈물이 핑 돌았다.  부끄러운 맘에 머뭇거리던 나에게 오히려 먼저 알아보시고는 손을 잡아주신 어르신의 뼈만 앙상한 손길이 지금도 생생하다.  무시로 조직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이 얼마나 활동에 투철함을 실천해왔는지 냉정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후2시가 넘자 민간인학살진상규명 특별법제정을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유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군과 국군, 경찰과 우익세력에 의해 한국전쟁을 전후로 1백만 가까운 민간인이 학살되었으나 아직도 진상규명 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거창에서 금정리에서 여수, 순천에서...
전국곳곳에서 올라온 유족들은 통한의 50년한을 풀어놓았고 여의도의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법제정의 결연한 의지를 밝히셨다.  집회장소에는 어김없이 박준동지와 최도은동지가 유족들을 위로하며 연대투쟁을 다짐하였다. 친일파의 아들이 버젓이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특별법제정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국방부와 일부국회의원, 보수세력, 친일파등의 반대속에서 발의된지 2년을 훌쩍 넘겨 이제야 국회 과거사진상규명특위를 통과하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24살에 경찰에 의해 남편을 잃고 지금까지 눈물로 한평생을 살았다며 울부짖던 80대 할머니의 목소리가 겨울바람소리에 묻혀가고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바람막이 하나없이 단식농성을 하시는 범민련 어르신들 앞에서는 사우나에서 밤을 보낸게 범죄행위처럼 죄스러워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고 차마 인사를 드린 것이 후회스러울 지경이었다.

숲속홍길동이라는 아이디로 영상활동을 하는 이상현동지와 연락을하고 명동성당 이주노동자의 농성장을 방문하였다.  네팔, 방글라데시아등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출국조치에 항의하며 명동성당들머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된 비두와 자말동지의 근황을 전할때는 모두가 진지한 표정들이었고 연대투쟁으로 쟁취된 보호소내 인권개선사항을 말할때는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왜곡된 혈통주의와 민족주의는 물론이고  제1세계사람들은 올려다보고 제3세계 사람들은 내려다보는 부끄러운 사대주의까지 포함한 악법이다.
아이엠에프를 전후하여 수많은 산업연수생과 이주노동자를 부려먹으며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였다.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 1천만원의 빚을 안고 들어온 그들을 4년이라는 잣대하나로 강제 추방하고있다.
당사자들은 죽음까지 선택할수있다는 것을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힘들다.
강제추방과 단속와중에 6명의 이주노동자가 자살하였고 한명은 밀린 임금을 받겠다고 농성장을 나갔다가 길에 쓰러져 만리타국에서 얼어죽었다.  4년간 매일 18시간씩일했다는 네팔의 중년 이주노동자는 아들과 함께 입국해서 일하다가 아들이 병으로 입원해서 3번의 수술끝에 사망하였다며 울부짖어 농성장을 울음바다가 되게 하였다.  그는 강제추방대상자이지만 자식도 잃고 돈도 없는 이 상황에서 아내와 자식을 만나러 갈수도 안 갈수도 없다며 나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린애처럼 울부짖었다.  어디 딱한 사정이 한두 사람뿐이겠는가?  과거에 우리도 간호사와 광부가 독일로 파견되었었다.  그러나 독일은 나중에 한국인들을 강제추방하지 않았고,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체류도 하고 귀국도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이 동남아인이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인이었다면 반인륜적인 강제추방조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명히 확신한다.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기위해 벌어지는 인간사냥은 한국정부와 우리들의 저질스런 인종차별, 인간차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녹아있는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우리 노동자들의 일자리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쉽사리 말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도 간혹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건 개인이건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먹다 쓰레기처럼 버릴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명동성당 농성장에서 불과 몇 걸음을 지나보니 수많은 인파가 성탄분위기에 휩싸여 있었고 거리는 화려함과 찬란함에 들떠있었다.  유명피자집에서는 모두 외국인 주방장들이(백인) 행복한 미소를 띠며 피자를 굽고 있고 식당을 가득메운 젊은이들은 경외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동의 밤거리와 명동성당 들머리는 불과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자본의 두얼굴과 우리민족의 두 얼굴을 보여주고있었다.


민주노동당 여수시지구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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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    이라크 침략 항의 1주년 공동행동 3,20 함께합시다!! 반전평화공동행동(준) 2004/01/20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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